제조업이 다품종 소량생산과 빈번한 품목 전환, 만성적 인력난에 직면하면서 기존의 고정형 자동화만으로는 현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픽잇 코리아 송대성 과장은 ‘AI 기반 3D 비전을 통한 자율제조의 실현’과 관련해, 로봇이 스스로 공간을 인식하고 비정형 부품과 복잡한 작업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능형 제조 체계가 이미 산업 현장에 본격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전 데이터 학습과 복잡한 코딩 부담을 줄인 AI 기반 3D 비전은 무작위 적재 부품 식별, 조명 변화와 난반사 대응, 정밀 위치 보정까지 수행하며 생산라인의 유연성과 투자 효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의 냉장고 조립, 자동차 외관 연마, 무인 디팔레타이징 등 실제 적용 사례는 3D 비전이 품질 안정과 생산성 향상, 작업자 안전 확보를 아우르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의 산업·공장자동화 기술은 눈이 없는 ‘블라인드 로봇’ 수준의 1세대 제어나, 평면상에 고정 정렬된 부품만 옮기는 2세대 2차원(2D) 비전(Vision) 방식에 의존해 왔다. 정해진 궤도만 고정형 설비를 막대하게 투입해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던 하드웨어 중심 접근법이다.
이후 다품종 소량 생산과 복잡한 공간 형상 가공이 주류가 된 현대 제조 산업에서 이러한 경직성은 다양한 위험요소를 낳는다. 설비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전에 장비가 노후화되거나, 제품 규격이 바뀔 때마다 라인 전체를 가동 중단하고 설비를 뜯어고쳐야 하는 사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제조업의 위기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력난은 현장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고위험 작업이나 무거운 중량물을 다루는 적재 공정에서 인력 부족은 라인 가동률 저하로 이어진다. 대체 투입된 저숙련 인력으로는 다변화되는 무작위 부품 투입 상황을 해결하기 힘들다. 결국 스스로 공간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춰 기계·장비·설비를 제어하는 3세대 3차원(3D) 비전과 소프트웨어 지능이 차세대 제조 인프라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부품만 찾는다...Pickit, AI VLM을 이용한 자율제조 실현"
업계는 미래형 제조 시스템 ‘자율제조’를 실현하기 위한 해법으로, 복잡한 데이터 학습과 고도의 코딩을 지워낸 ‘제로 터치(Zero Touch)’ 플랫폼을 제시한다. 기존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공정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수만 장의 불량 이미지를 수집하고, 수개월에 걸친 딥러닝 사전 학습을 거치는 작업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진화된 가상 물리 지능은 AI 기반의 영역 분할 기술을 토대로 한다. 사전 데이터 학습 과정을 생략하고도 개별 부품을 자동으로 식별하는 이 접근법을 통해 현장 도입 속도를 단축한다. 실제 작업자가 사용자 화면(UI)에서 분석 대상을 지정하면 시스템 내부의 지능형 백그라운드 필터가 작동한다. 불필요한 포장재·박스 등 배경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솎아내기 위함이다. 이 과정을 거쳐 무작위로 적재된 부품의 핵심 형상만 식별해 낸다.
장비 교체 없이 라이선스만 전환하기…투자금 가치를 보존하는 방법
제조 현장의 또 다른 고질적 난제는 ‘조명 변화’와 ‘부품 표면 난반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광, 레이저 삼각 측량, 능동형 입체 등 다양한 3D 카메라가 도입돼 외부 환경 왜곡을 최소화한다. 특히 특정 로봇 기종에 종속되지 않고 카메라·프로세서가 독립 구동되는 모듈형 블록 시스템 구조를 채택했다.
이러한 구조는 3D 로봇 비전 기술 업체 픽잇이 제공하는 전용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결합할 때 시너지를 낸다. 마치 스마트폰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듯, 무작위 부품의 위치를 찾아내는 ‘파인드(Find)’나 팔레트에 쌓인 상자를 차례로 내리는 ‘디팔레타이징(Depalletizing)’ 등 피잇의 모듈형 프로그램을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생산 품목이나 프로젝트가 바뀌더라도 값비싼 3D 카메라를 통째로 폐기할 필요가 없다. 오직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만 새로 설정하면 라인 재사용이 가능해, 설비 투자금을 지켜내는 경제성을 제공한다.
초미세 조립부터 연마 작업까지, 현장 노동 패러다임 바꾸는 무인화 기술 등장
이러한 3D 가상 지능은 실제 산업 생태계를 지능형 무인화로 재편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글로벌 제조업의 혁신 모델로 선정한 ‘등대공장’이자, LG전자 지능형 자율공장인 ‘창원 스마트파크’가 대표 실증 사례다. 이곳에서는 1mm 미만의 미세한 공차가 요구되는 냉장고 본체와 문 조립 과정에 픽잇 3D 비전 가이드가 투입됐다. 시스템은 총 14종에 달하는 각기 다른 부품의 형상을 실시간으로 읽어내 정해진 위치에 자동으로 삽입했다. 작업자가 문을 직접 들고 흔들며 틈새를 맞추던 기존 수작업 공정을 자동화해 품질 불량률을 최소화한 레퍼런스다.
작업자 4명이 매달려 유해 물질과 진동에 노출되던 자동차 외관 연마 공정 역시 이 기술을 통해 무인화를 구현하고 있다. 먼저 평면을 읽는 2D 비전이 차량 외관을 훑으며 미세 불량 포인트의 좌표를 찾아낸다. 그 뒤를 따르는 로봇 엔드이펙터(End-effector)의 3D 비전 카메라가 해당 좌표의 입체 정보를 한 번 더 정밀하게 재인식한다. 곧이어 로봇 팔 끝단에 일체형으로 장착된 연마 공구가 해당 위치로 다가가 차량 표면의 미세한 이물을 문질러 지워내는 프로세스다. 현장 노동자의 상해 위험을 사전에 저감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공정이다.
무인 디팔레타이징 파일럿 공정도 제시됐다. 작업자가 감당하기 힘든 단순 반복 작업과 근골격계 질환 위험을 억제하는 과정이다. 규격이 일정하지 않고 무작위로 겹겹이 쌓인 무거운 포대나 불규칙하게 흐트러진 부품 박스를 3D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감지한 것. 시스템이 대상물의 적재 형태를 스스로 분석한 뒤 정확한 균형점을 집어내 다른 이송 라인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24시간 내내 멈추지 않는 지능화된 공정이 현장의 노동 부하와 물리적 피로도를 덜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율주행로봇(AMR)과의 유기적인 융합 단계로 3D 물리 지능이 확장되고 있다. 이동형 기계가 특정 위치에 멈출 때 바퀴 오차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지 공차를 로봇에 장착된 3D 카메라가 실시간 포착해 정밀·제어·보정한다. 이를 통해 유연한 이동식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부품 끝단에 가공된 구멍, 즉 너트 외경 홀의 규격을 검출하는 품질 판정 역할까지 시스템 단독으로 수행한다. 자율 무인 공장의 생태계를 조율하는 최종 단계로 기대받는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