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업의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제조 현장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화려한 AI 기술보다 자동화를 어떻게 시작하고 운영하느냐다. 카덱스코리아 장익진 컨설턴트는 제조기업이 자동화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최신 설비의 부족이 아니라 기존 작업 방식과 운영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관 자동화를 제조혁신의 출발점으로 제시하며, 프로세스 표준화와 파일럿 운영, ERP·WMS 연계, 데이터 기반 운영, ROI 중심 투자 전략이 함께 이뤄져야 AI 시대 제조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토스토어(AutoStore)를 활용한 G2P(Goods To Person) 자동보관 시스템은 공간 효율과 생산성, 재고 정확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AI 제조혁신, 스마트팩토리, 물류자동화, 자동창고, 제조 AI 등 산업계 핵심 키워드 속에서 제조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자동화를 추진해야 하는지를 짚어본다.
AI 시대, 제조혁신은 왜 ‘보관 자동화’에서 시작되는가
생성형 AI와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AI 기반 자율공장을 구축하기 위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미래 경쟁력 확보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자동화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최신 로봇을 도입하면 생산성이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실제 제조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카덱스코리아 장익진 컨설턴트는 자동화의 출발점은 첨단 로봇이 아니라 운영 방식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을 만나보면 새로운 장비는 도입하려 하면서도 기존 작업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익숙한 업무 방식을 바꾸는 데 부담을 느끼고, 조직 역시 기존 공정을 유지하려 한다. 결국 자동화 설비는 기존 프로세스 안에 억지로 끼워 넣는 형태가 되고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카덱스는 이러한 문제를 125년 동안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경험해 왔다. 1898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카덱스는 문서 보관 시스템으로 시작해 자동보관 솔루션과 자동창고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으며, 최근에는 오토스토어 기반 G2P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장 컨설턴트는 AI 시대일수록 공장의 기본인 보관과 물류 운영을 먼저 혁신해야 이후 AI와 자동화도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조혁신은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공장의 운영 구조를 가장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다.
물류 자동화의 진화…사람이 찾던 창고에서 AI 기반 공장으로
장익진 컨설턴트는 제조와 물류 자동화의 발전 과정을 네 단계로 설명했다. 가장 초기인 1세대는 사람이 직접 창고를 돌아다니며 자재를 찾는 방식이었다. 작업자의 경험과 기억력이 생산성을 결정했고, 재고가 많아질수록 작업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세대에서는 AS/RS 자동창고가 등장했다. 스태커 크레인을 이용해 팔레트를 자동으로 입출고하면서 물류 효율은 크게 향상됐지만, 대량 생산 중심 구조였기 때문에 최근 제조업의 특징인 다품종 소량 생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제품 종류가 늘어나고 소량 생산이 일반화되면서 보다 유연한 자동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현재 주류를 이루는 3세대는 AGV와 AMR, ACR 등 다양한 물류 로봇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자재를 자동으로 이동시키고 작업자에게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G2P 개념이 확산되면서 생산성과 작업 안전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는 4세대 기술에 해당한다. 하지만 장 컨설턴트는 “유튜브에서 보는 첨단 로봇을 곧바로 공장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기업들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력 부족과 다품종 소량 생산, 재고 증가, 창고 부족을 꼽았다. ERP에는 재고가 남아 있지만 실제 창고에서는 찾지 못해 다시 생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단계가 바로 보관 자동화다. 자재 위치와 수량을 정확하게 관리해야 이후 AI와 자동화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동화의 성패는 장비가 아니라 사람과 공정이 결정한다
자동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얼마를 투자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느냐”이다. 그러나 장익진 컨설턴트는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새로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서도 기존 작업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예전 방식대로 일하고 장비만 바뀌면 자동화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자동화의 첫 번째 조건으로 조직 구성원의 공감대를 꼽았다. 자동화는 사람을 없애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과 기계의 역할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업자 교육과 직무 재배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프로세스 표준화다. 제품이나 고객 특성에 따라 작업 방식이 제각각이라면 자동화 설비는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작업 절차를 표준화하고 공정을 단순화해야 자동화 효과도 극대화된다.
장 컨설턴트는 파일럿 운영도 적극 권장했다. 공장 전체를 한 번에 자동화하기보다 일부 공정부터 적용해 사람과 시스템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소·평균·최대 물동량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설비를 확장해야 투자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는 장비를 구매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과 공정을 함께 혁신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성공하는 자동화에는 공식이 있다…ROI 중심의 투자 전략이 필요한 이유
자동화를 검토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투자 대비 효과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거나,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장익진 컨설턴트는 이러한 이유가 자동화 기술 자체보다 자동화 대상 공정을 선정하는 방식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장 컨설팅 과정에서 자주 듣는 요청 가운데 하나가 “퇴사자가 많은 공정을 자동화하고 싶다”거나 “사람 구하기 어려운 공정을 먼저 바꾸고 싶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이러한 접근도 필요하지만, 기업 전체의 생산 흐름을 고려하지 않으면 투자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 공정을 자동화해도 절감되는 인건비가 한두 명 수준에 그치거나 전체 생산성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동화를 했는데도 왜 효과가 없지?”라는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 컨설턴트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병목(Bottleneck) 공정 분석과 ROI 시뮬레이션을 먼저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 라인 전체를 분석해 어느 구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가장 큰 손실이 발생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자동화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가장 힘든 공정보다는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가장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공정을 선택하는 것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자동화 설비의 유지관리 체계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로봇과 자동화 설비 역시 사람처럼 언제든지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센서 오염이나 통신 장애, 부품 이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시스템이 멈출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길어질수록 생산 차질과 손실도 커진다. 따라서 설비 성능뿐 아니라 유지보수 역량과 서비스 대응 능력을 갖춘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제조업계의 화두인 AX(AI Transformation)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는 충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기술인 만큼, 공정이 디지털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전히 작업 지시를 수기로 작성하거나 엑셀로 관리하는 환경에서는 AI가 학습할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 따라서 ERP와 WMS 등 기존 시스템을 자동화 설비와 연계해 생산·재고·품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기반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장 컨설턴트는 AI는 자동화의 출발점이 아니라, 디지털화된 공정을 더욱 고도화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작게 시작해 크게 확장’하는 제조혁신의 현실적 해법
장익진 컨설턴트는 오토스토어를 예로 들며 제조혁신의 현실적 해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특정 장비의 우수성을 강조하기보다 기업마다 생산 방식과 물동량, 공간 구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 가장 적합한 자동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카덱스는 고객의 보관 환경과 물류 규모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자동보관 솔루션을 제공한다. 첫 번째는 유럽 시장 점유율 1위이자 국내 제조 현장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수직 자동창고(VLM·VCM)이다. 제한된 바닥 면적을 활용해 최대 20m 높이까지 수직 보관이 가능하며, 소형 부품부터 최대 1톤의 중량물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하이베이 창고, 스태커 크레인, 팔레트 컨베이어 등으로 구성된 팔레트 자동화 솔루션으로, 대규모 물류 및 생산시설에 적합하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는 향후 도입될 예정이다.
세 번째는 최근 제조·물류 자동화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토스토어(AutoStore)다. 장 컨설턴트는 오토스토어를 제조기업의 다양한 환경에 가장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G2P(Goods To Person) 자동보관 시스템으로 소개했다. 작업자가 창고를 돌아다니며 자재를 찾는 대신 필요한 자재가 작업자 앞으로 자동으로 이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줄고 작업 효율은 높아진다.
특히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점이 강점이다. 기존 선반 방식으로 보관하던 동일한 물량을 약 4분의 1 수준의 면적으로 저장할 수 있어 공장 증축이나 외부 창고 임대 없이도 저장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기둥이나 계단, 기존 설비 등 다양한 구조적 제약이 있는 공장에서도 현장 여건에 맞춰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았다.
카덱스는 오토스토어와 VLM을 연계해 소형 부품부터 중량물까지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AutoCase 기능을 통해 기존 골판지 박스를 그대로 자동 입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활용 범위도 더욱 넓어졌다.
장 컨설턴트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것은 ‘작게 시작하는 자동화’다. 카덱스의 StarterGrid는 WES가 기본 제공되는 Plug & Play 방식으로 구축 기간을 단축하고 ERP·WMS와의 연계를 지원한다. 또한 공장 전체를 한 번에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구간부터 운영한 뒤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는 자동화율이 높을수록 생산성은 향상되지만 마지막 10~20%의 완전 자동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훨씬 큰 투자와 높은 위험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업 규모와 사업 계획에 맞춰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하고 운영 성과를 검증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제조혁신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AI 시대 제조혁신의 경쟁력은 ‘준비된 공장’에서 시작된다
생성형 AI와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제조업의 모습을 크게 바꿔갈 기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장익진 컨설턴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화려한 기술보다 준비된 운영 체계가 먼저라는 점이었다.
많은 제조기업은 인력 부족과 다품종 소량 생산, 재고 증가, 공간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과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AI나 첨단 로봇만 도입해서는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 공정이 표준화되고 생산 데이터가 디지털화되며, 보관과 물류 운영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때 비로소 AI도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장 컨설턴트는 자동화를 하나의 설비 투자로 보지 말고 사람과 공정, 데이터를 함께 혁신하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은 처음부터 대규모 자동화를 추진하기보다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검증하고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투자 위험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AI 시대 제조혁신의 경쟁력은 가장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기업에서 나오지 않는다. 현재 공장의 운영 방식을 정확히 진단하고, 데이터 기반의 보관 자동화와 단계적 자동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기업이 미래 제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