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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감축 기술 크레딧으로 연결할 제도와 검증체계 필요해”

i-DEA, 분당구 테크원타워서 제5회 디지털 ESG 조찬회 개최
정재훈 퀸즐랜드대 명예 부교수, 호주 자발적 탄소시장 사례 공유
“우리도 탄소 측정·감축·상쇄 잇는 기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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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탄소규제 대응을 넘어 개인과 기관이 배출량을 계산하고 감축·상쇄에 참여할 수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 기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탄소감축 기술 개발과 함께 감축량을 산정하는 방법론, 측정·보고·검증 체계, 크레딧 발급과 거래를 연결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지털ESG얼라이언스(i-DEA, 이하 이데아)는 24일 경기 성남시 테크원타워 타운홀 코사이어티 Hall-B에서 ‘제5회 디지털 ESG 조찬회’를 열었다. 이날 정재훈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교수는 ‘호주의 탄소배출권 운용 및 자발적 탄소발자국 상쇄’를 주제로 강연했다.

 

언어·문화 분야 연구자인 정 교수는 대학 교육과정에 ‘카본 리터러시(Carbon Literacy)’를 반영한 경험을 계기로 탄소중립과 자발적 탄소시장 분야를 연구해왔다.

 

이날 정 교수가 강조한 것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술뿐 아니라 감축 실적을 인정하고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는 제도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나 기업의 규제 대응을 중심으로 탄소시장을 논의하지만 개인과 조직이 자발적으로 배출량을 상쇄할 기반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호주의 주요 제도 사례로는 ACCU(Australian Carbon Credit Unit)를 들었다. ACCU 제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대기 중 탄소를 흡수·저장한 사업이 정해진 방법론과 검증 절차를 거쳐 크레딧을 발급받을 수 있다. ACCU 한 단위는 이산화탄소 환산량 1톤을 감축하거나 제거한 실적을 의미한다.

 

적용 분야는 에너지와 제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토양에 저장된 탄소를 늘리는 농법과 산림 조성, 폐기물·매립가스 처리, 에너지 효율 개선, 사바나 지역 화재 관리 등이 포함된다.

 

정 교수는 농장 내 토지 이용을 사례로 들었다. 목장 일부에 나무를 심어 산림탄소를 만들거나 무경운농법을 적용해 토양에 축적되는 탄소량을 늘리면 측정 결과에 따라 크레딧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양탄소 사업에서는 기준연도의 탄소량을 측정한 뒤 지정된 지점에서 다시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기관에서 증가량을 확인한다. 사업자가 임의로 탄소가 많이 축적된 지점을 골라 측정하지 못하도록 조사 지점과 분석 절차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방법론이 먼저 만들어지고 정부가 이를 등록·관리해야 기업이나 농장, 프로젝트 개발자가 감축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프로젝트에서 나온 크레딧이 거래되고 다시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탄소경제”라고 설명했다.

 

방법론·검증체계 갖춰야 기술도 시장으로

 

 

가축의 메탄 배출을 줄이는 사례도 소개했다. 해조류 성분을 활용한 사료첨가제를 소에게 먹여 메탄 배출을 줄이고, 사료 투입과 소의 체중 변화, 예상 배출량 등을 데이터로 관리해 감축 실적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실제 크레딧으로 인정하려면 감축 효과뿐 아니라 사료 투입 여부와 사육 과정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검증체계가 필요하다고 정 교수는 짚었다.

 

호주에서는 탄소 프로젝트의 위치와 적용 방법론, 발급된 크레딧 수량 등을 등록부에 공개한다. 정 교수는 사바나 화재 관리와 파키스탄 인더스강 삼각주의 맹그로브 조성 사업을 사례로 제시하며, 해외에서 추진한 프로젝트라도 개발 주체와 방법론, 검증 절차가 투명하면 국제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한국 기업도 해외에서 산림탄소 사업을 추진하지만 현지 제도와 투명성, 거래시장까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사업 결과를 경제적 가치로 연결하기 어렵다”며 “법률·회계·디지털 기술 분야 전문가와 프로젝트 개발자가 함께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과 조직의 참여를 확대할 방안으로는 호주가 운영해온 ‘클라이밋 액티브(Climate Active)’ 사례와 카본 리터러시(Carbon Literacy) 교육을 제시했다.

 

클라이밋 액티브는 기관이 연료와 전력, 출장 등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계산하고, 운영 방식이나 기술을 바꿔 감축한 뒤 남은 배출량을 크레딧으로 상쇄하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 정 교수는 특정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측정과 감축, 상쇄, 공시를 일관된 절차로 연결하는 국내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기관이 스스로 넷제로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어디에서 얼마를 배출했고 어떤 방법으로 줄였는지, 남은 배출량을 어떤 크레딧으로 상쇄했는지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본 리터러시는 일상과 업무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영향과 비용을 이해하고 개인·조직 차원의 감축 행동을 계획하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정 교수는 “넷제로라는 말을 사용하려면 먼저 내가 얼마나 배출하는지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배출량을 줄이고 줄이지 못한 부분을 상쇄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카본 리터러시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나 조직 모두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개인의 인식과 행동, 조직의 감축 계획, 크레딧을 만드는 기술과 거래시장이 연결돼야 관련 산업과 직업도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는 데이터 신뢰성과 제품 전 과정 평가가 쟁점으로 제기됐다. 정 교수는 “측정 지점과 분석기관을 지정하고 등록된 방법론에 따라 측정·보고·검증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앞서 제도를 구축한 국가를 참고하되 한국의 산업과 지역 여건에 맞는 검증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데아는 탄소관리와 중대재해 대응, ESG 데이터 검·인증, 컨설팅·교육 분야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공급망 기업의 스코프 3 데이터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수집하고 데이터스페이스를 통해 취합·검증·평가하는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관계자는 이데아와 국내 대표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가 함께 공급망 탄소 및 ESG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디지털 ESG 조찬회에는 이정준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조 AX와 Physical AI, 어떻게 구현할까?—데이터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조찬회는 8월 28일 열린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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