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의 인공지능(AI) 스마트글래스가 한국에서는 무단촬영 의혹으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르고, 미국에서는 사생활 침해 우려로 사용자들이 착용을 꺼리는 등 거센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IT 매체 엔가젯(Engadget)은 10일(현지시간) 메타 스마트글래스를 사용하거나 구매를 고려했던 콘텐츠 제작자와 사진작가 등 5명을 인터뷰해 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실제 이용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9일 국내에서 메타 AI 글래스를 이용한 무단촬영 의혹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데이트 상대 여성을 AI 글래스로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는 남성 A씨를 수사하고 있다. A씨는 메타 AI 글래스의 뿔테 상단에 있는 촬영 표시등을 가린 채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여성의 민감한 신체 부위가 촬영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성범죄 혐의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AI 글래스는 일반 안경과 비슷한 외형에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AI 기능을 결합한 기기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지만, 주변 사람이 촬영 여부를 즉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와 불법 촬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에서 실제 수사로 이어진 논란은 미국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하고 있는 메타 글래스 반발과도 맞닿아 있다. 블루스카이(Bluesky)와 메타의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s) 등에서는 스마트글래스 착용자를 몰래 촬영하거나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 인물로 간주하는 비판이 확산했다.
반발은 메타 협력업체 직원들이 스마트글래스로 촬영된 사적인 영상과 민감한 정보를 검토했다는 보도와 일부 남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괴롭히는 영상을 촬영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더욱 거세졌다. 이용자가 기기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촬영 가능성 자체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제품 전반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다.
플로리다주에서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니엘(Danielle)은 해외여행 영상을 촬영할 때 스마트글래스를 활용했지만, 민감한 영상이 외부 인력의 검토 대상이 됐다는 보도를 접한 뒤 사용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니엘은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한 사람 주변에서 나 자신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다른 사람도 내가 안경을 썼을 때 편안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제 이 안경은 사실상 값비싼 문진처럼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영상 제작자 크리스천 아이젠바르트(Christian Eisenbarth)는 여자친구에게 레이밴 메타(Ray-Ban Meta) 안경을 선물받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수상한 인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집 밖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기 구매자인 콘텐츠 제작자 마르티노 웡(Martino Wong)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촬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안경을 접어 옷에 걸어두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구매를 검토했던 프리랜서 영상 제작자 윌 쿠자와(Will Kujawa) 역시 얼굴에 카메라를 착용하는 것이 부적절한 장소가 많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했다며 구매 계획을 재검토했다.
쿠자와는 “안경을 착용하면 포식자나 수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반응이 쏟아져 구매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지 고민하게 됐다”며, “구매하더라도 모든 장소에서 계속 착용하지는 않고 일반 안경을 따로 가지고 다닐 것”이라고 밝혔다.
엔가젯이 인터뷰한 이용자들은 현실에서 직접적인 항의나 불쾌한 대우를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 온라인에서 형성된 부정적인 인식을 의식하고 있었으며, 촬영 중임을 알리는 발광다이오드(LED) 표시등을 더욱 크고 선명하게 만드는 등 추가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해 세계 AI 스마트글래스 시장에서 85.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는 제품이 불법 촬영이나 감시 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메타뿐 아니라 AI 웨어러블 산업 전반의 확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타는 촬영 시 전면의 흰색 LED 표시등이 자동으로 켜지고, 표시등을 가리면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표시등이 물리적으로 훼손되거나 변조된 정황을 감지하면 카메라를 비활성화하는 의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하고, 표시등 훼손 서비스를 홍보하는 사람이나 사업자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표시등 변조 방법이 이미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국내 무단촬영 의혹 사건까지 발생한 만큼, 기술적 안전장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이어질 전망이다. 촬영 사실의 명확한 고지와 상대방의 동의, 불법 촬영물의 유통 차단, 클라우드 전송 자료의 관리 등 제품 설계와 이용 규범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타는 “안경의 기능이 확대되고 보급이 늘어날수록 제품을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며, “좋은 기술에는 신뢰가 필수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AI 안경에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