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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ssul] ESG에 1도 관심 없던 내가 어느 날 전담 담당자가 되었다

중견 제조 수출기업 솔루엠 차하얀별 ESG경영파트장 인터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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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 기사는 총 세 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기사입니다.

 


2015년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솔루엠은 전자부품 및 ICT 솔루션을 제조, 공급하고 있는 중견기업으로 파워모듈, ESL(전자가격표시기),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베트남, 멕시코,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등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글로벌 회사이자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수출을 통해 발생하는 전형적인 수출 중심 기업 솔루엠.


그런데 제품을 만들고 수출하기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제조 기업 솔루엠이 작년 돌연 K-ESG 경영대상 종합 ESG 대상을 수상하며, ESG 경영 분야에 반짝 이름을 드러냈다. 지난 3월에는 산업통상부가 주관한 '2026 지속가능경영 포럼'에서 기업 ESG 경영 우수 사례를 발표하며 참석자들의 관심을 한데 끌어모았다.


발표 내용 중 귀를 쫑긋하게 한 한 마디. "ESG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이토록 솔직한 고백이라니.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데서 가장 우수한 사례로 평가받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 기자는 현장에서 발표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렇게 몇 주 뒤, 솔루엠의 ESG 경영을 처음부터 이끌어 온 차하얀별 ESG경영파트장을 솔루엠 본사 미팅룸에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솔루엠에서 ESG경영파트장으로서 ESG 전략 수립, 공시, 공급망 관리, 각종 평가 대응, 고객사 대응 등 ESG 제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차하얀별입니다.

 

Q. 지금은 ESG경영파트장을 맡고 계시긴 하지만, 처음에는 ESG 담당 부서도 따로 없었다고요. 원래는 어떤 업무를 하셨고, 어떻게 ESG 업무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전공이 법학이에요. 솔루엠 법무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전형적인 기업 법무 일을 해 오고 있었어요. 그러다 2023년쯤에 회사 안에서 '이제 ESG를 해야겠다'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담당자 지정 준비는 다 되어 있고, 경영진 의지도 있는데 문제는 누가 할 거냐였죠. 외부 채용은 하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보자 해서 업무가 꽤 많은 부서를 돌았어요. “너 할래? 너 할래?”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다들 못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제가 직장 동료들과 편한 자리에서 “나 같으면 한다. 한 몇 년만 고생하면 나중에는 분명 직책 같은 것도 따라올 거고, 엄청 뿌듯할 텐데 몇 년만 고생하면 되지 않나”라는 얘기를 했어요.(웃음) 그룹장님이 그걸 주의 깊게 들으시고, 나중에 진지하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너 법무 계속해도 좋고, 네가 원하는 대로 ESG에 도전해봐도 좋고. 어떡할래?”라고요. 엄청 고민이 됐죠. 그렇게 얘기했지만 전 ESG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Q. 그럼 원래 ESG에 관심이 없으셨나요?


전혀 관심 없었죠. 법무 일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한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처음 시작하는 거니까 그룹장님이 권유하시면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만약 한다고 하면 네가 1인 담당자로서 전부 다 하게 될 거다. 지지는 전폭적으로 해주겠다. 공격도 다 막아주겠다' 하셨지만, 사실 고민이 됐죠. 완전히 커리어를 틀어버리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통 이런 고민을 할 때는, 해 보고 후회할지 안 해 보고 후회할지 생각해요. 어떤 게 더 두고두고 후회스러울지 봤을 때, 나중에 아, 그래도 ESG 한번 해볼걸 하는 후회가 들 것 같더라고요.

 

Q. 용감하고 진취적이신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하겠다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방대하고, 일이 많고, 또 어떤 부분은 전문적이고 할 줄은 몰랐던 거죠.(웃음) 사실 내부적으로 ESG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이 아무도 없으셨거든요.

 

Q. 그렇게 ESG를 시작하게 되셨군요. 어떻게 업무를 시작하셨을지 궁금하네요.


처음엔 서점에서 관련 서적을 사서 집요하게 탐독하고, 네트워킹을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어디서 네트워킹을 해야 할지도 몰라서 어떻게 했냐면, 솔루엠이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들어가 있거든요. 거길 가서 다짜고짜 '나 지금 ESG 하게 됐는데 뭐부터 해야 되는지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 어떻게 하냐' 그랬어요. 다행히 주변에서 어디 사이트를 참고하면 좋은지부터 해서 조언을 잘 해주셨어요. 그렇게 네트워킹도 닥치는 대로 했어요. 온오프라인 스터디나 ESG 관련된 모임도 따로 하고.

 

Q. 야근은 일상이셨을 것 같은데요.


원래 법무 업무할 때는 야근을 거의 안 했거든요, ESG를 하면서 야근을 진짜 많이 했죠. 주말도 없었고요. 저는 원래 퇴근 후에는 회사랑 자아를 분리하는 사람인데, 회사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제가 안 하면 망해요. 저 혼자 하는 거니까.


혼자라는 게 책임감을 엄청 가지게 하더라고요. 내 일이라는 생각이 너무 들고. 솔루엠 ESG가 욕먹으면 내가 욕먹는 것 같고요. 그래서 추가 근무도 자발적으로 했어요. 아무도 시키진 않았는데, 제가 해야 되니까 했어요.

 

Q. 처음에 혼자서 애를 많이 쓰셨겠네요. 지금은 ESG 업무 전담팀이 구성이 돼 있는 거죠?


네. 있어요. 일단 CEO 직속 컴플라이언스팀이 있고요. 그 밑에 직속으로 저희 ESG경영파트가 있어요. 최근에 한 분이 더 들어오셔서 저까지 총 두 명이서 하고 있습니다.

 

Q. 보통 많은 회사에서 누군가 ESG 업무를 맡게 되면 원래 업무와 겸업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요구는 없었나요?


저도 협력사 교류회 같은 곳을 가보면 ESG를 담당하시는데 총무고, 경영지원이고, 겸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요. 어떤 분은 '이제는 보고서를 한번 내봐야겠다'라고 작년에 저한테 말씀하셨었는데 아직도 못 내고 계시거든요. 본업이 있으시니, 더 나아갈 수 없더라고요.


그와는 반대로 저희는 그룹장님도, 법무팀장님도 처음부터 ESG를 경영의 한 축으로 보셨어요.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법무 일을 겸하면서 ESG를 한다, 이런 건 있을 수가 없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되고, 너에게도 솔루엠에도 좋지 않다, 감당은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할 테니 너는 ESG를 전담해라, 이렇게 해주셔서 그것만 할 수 있었죠.

 

Q. ESG 업무를 하면서 가장 처음 막막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상황 파악할 때였어요. 처음 목표는 어쨌든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아서 보고서까지 바로 내는 걸로 잡았었거든요. 보고서를 내거나, 공시를 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되는데, 저는 또 처음 시작할 때 '이왕 할 거면 생산법인 다 범위에 넣자'라고 해서 본사에다 해외 생산법인까지 다 범위로 넣어서 공시를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데이터를 받으려고 하는데, 사실 그분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잖아요.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한국에서 갑자기 무슨 ESG 경영을 하겠다, 데이터를 달라 하니깐요. 데이터도 에너지 사용량부터 시작해서 남녀 성비, 휴직자 수 이런 것까지 달라고 하니, 많이 거부감들을 느끼셨죠. 처음에는 “이걸 왜 해야 되냐” 이런 반응이었어요.

 

Q.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데이터라고 할 수 없는 완전히 굴러다니는 숫자밖에 없었죠, 숫자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았고. 또 기준도 없잖아요. 쓰는 단위도 국가별로 다 다르거든요. 어디는 물 사용량을 킬로그램(kg)으로 관리하고, 다른 곳에선 다른 단위를 쓰고. 그것도 통일하느라고 힘들었고요. 그리고 담당자가 생각보다 꽤 많이 바뀌어요. 담당자 바뀔 때마다 다시 또 교육해야 되고, 그런 것도 쉽지 않았어요.

 

Q. 데이터를 달라는 설득은 어떻게 하셨어요?


일단 대표님을 많이 팔았어요(?). 대표님께서 ESG 경영을 천명했다는 걸 분명히 얘기했죠. 사실 그분들한테 '남들 다 하니까 우리도 해야 된다, 우리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된다, 착한 기업이 돼야 된다' 이런 말은 정말 꺼내지도 않았고요. 그냥 실질적인 걸로 말했어요. A사가 지금 우리한테 이걸 요구하는데, 이 데이터가 없으면 우리 매출 몇 백 억 날아간다. 이거 날아가면 수주 물량 없어 공장 못 돌린다. 그래도 괜찮으시냐” 이런 식으로 반 협박(?)했죠.(웃음)

 

Q. 협박(?)이 잘 통했나요?


많이들 도와주셨어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한 번만 보내면 끝이 아니라 매번 보내야 하니까 그것도 거부감을 느끼실 수 있잖아요. '이번에만 수작업으로 하는 거다, 다음부터는 시스템에 숫자만 입력하시고 첨부만 업로드하시면 된다, 그러니 이번에만 좀 수고해달라'고 간청했죠.


구매나 인사 쪽이랑도 많이 소통을 해야 하거든요. 국내에 계시면 제가 직접 찾아가서 말씀드리면 돼요. '제가 이번에 이렇게 ESG 업무를 시작했는데 도움을 좀 달라' 하고요. 그런데 해외 생산법인은 찾아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엄청 많이 하다가 팀장님한테 먼저 허락을 받고, 미리 각 생산법인에 전화를 다 돌렸어요. 쿠션을 깔고 시작한 거죠.

 

Q. 2023년부터 업무를 하셨으면 올해 ESG 업무 4년차이시네요.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을 꼽아본다면?


제가 법무팀 소속으로 혼자 ESG 업무를 하다가 조직 개편이 났어요. 1년 반쯤 전이었는데, ESG 업무가 법무가 아니고 다른 쪽으로 가야 된다는 분위기가 있어서, 담당자인 제가 다른 부서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됐거든요. 그 다른 부서가 어디가 될지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죠. 그때가 좀 위기였어요.


ESG 업무가 기존의 특정 기능 부서 산하로 들어가게 되면 그 부서의 색깔에 묻힐 수 있거든요. 제가 법무팀에서 ESG를 이렇게 사업적으로 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솔루엠 법무팀이 거의 사업전략팀처럼 기능했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ESG가 여러 경영 전략 중 하나라고 배웠거든요. 그래서 ESG는 전략 기능 아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만히 기다리면 맞지 않는 부서에 가게 될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움직였죠.

 

직접 조직을 짜고 원하는 방향을 그리기 위해 제가 생각하는 적합한 조직도를 그려 여러 번 상부에 보고를 드렸어요. 그리고 어떤 팀이 됐든 기존 팀 소속 사원으로 들어가서 혼자 동떨어져 ESG를 담당하는 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나 혼자여도 앞으로 이걸 키우려면 결국엔 조직이라는 그릇이 있어야 됐거든요. 그래서 그때 ESG경영파트라는 걸 만들게 됐어요. 이름도 제가 붙였고요.

 

Q. 그때 파트장이 되신 거군요.


네. 그걸 하면서 제가 파트장 달라고 했어요. '제가 하는 일에 따라 이 정도 직책을 주셔야 되고, 주시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설득을 했죠. 그게 통과가 된 거고요.

 

Q.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 혹시 멘토가 있었나요?


맨 처음 제안 주셨던 법무팀 그룹장님이 멘토였어요. ESG는 잘 모르시지만 회사와 사업 전반에 대해 잘 아셔서, 내부적으로 얽힌 문제도 풀어주시고. 그런 쪽으로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지금은 퇴사하셨지만 여전히 제 정신적 멘토예요.

 

2편에서 계속됩니다. 2, 3편은 향후 차례로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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