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s, Inc., 이하 ADI)가 서울 신규 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차량용 오디오 버스 기술 ‘A²B 2.0(ADAA245x 시리즈)’의 공식 양산 진입을 선언했다. 차량 내 오디오 경험의 근본적인 전환을 알리는 자리로, ADI 차량용 오디오 및 네트워킹 사업부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 앤디 랜피어(Andy Lanfear)가 직접 발표에 나서 기술의 배경과 의미를 상세히 설명했다.
프리미엄 오디오는 이제 선택적 사항이 아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발표에 나선 앤디 랜피어 매니징 디렉터는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55% 이상이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의 성장률은 전체 완성차 생산 증가율의 약 8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매할 때 오디오 경험을 핵심 결정 요소로 삼기 시작하면서 OEM 입장에서 오디오는 더 이상 옵션 사양이 아닌 브랜드 차별화의 무기가 됐다는 설명이었다.
ADI는 이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1위 플레이어다. 전 세계 35개 이상의 자동차 제조사가 ADI의 오디오 솔루션을 채택했고, 자동차에 적용된 프리미엄 오디오 프로세서는 2억 개를 넘어섰으며 현재 도로를 달리는 A²B 노드는 3억 개를 돌파했다. SHARC 프로세서, A²B 버스, ADI LISTN™ 알고리즘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는 저지연 오디오 프로세싱부터 음성인식, 노면 소음 제거(RNC), 개인 음향 구역(PSZ)까지 차량 오디오의 전 영역을 아우른다.
ADI 자동차 사업부를 총괄하는 야스민 킹(Yasmine King) 기업 부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디오는 차량의 실내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정숙성, 안전성, 반응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며, 차량이 점점 더 소프트웨어 중심적으로 변화하면서 오디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A²B 2.0은 아키텍처 복잡도를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더 높은 대역폭과 낮은 지연 시간, 이더넷 터널링 기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차량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진화하면서 오디오의 역할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더 많은 채널, 더 정밀한 센서, 더 무거운 프로세싱 수요가 네트워크 인프라에 새로운 요구를 던지고 있고 바로 이 지점이 A²B 2.0이 등장한 출발점이라고 랜피어는 강조했다. 그는 또 “오디오는 파워트레인과 무관하게 모든 차종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이라며 내연기관, 전기차를 가리지 않는 A²B의 보편성을 부각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그리고 다음 스텝을 향해
이번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대목은 오디오 아키텍처의 변천사였다.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차량 내 오디오는 아날로그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스피커와 마이크를 연결하는 수많은 케이블이 차체 곳곳을 가로질렀고, 그 무게와 비용은 고스란히 제조 원가로 이어졌다. 노이즈 캔슬레이션 같은 첨단 기능을 구현하려면 오디오·제어·전원 공급에 각각 별도의 케이블 인프라가 필요했고, 확장성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2016년 A²B 1.0의 등장은 그 구조를 바꿨다. 하나의 저렴한 비차폐 트위스티드 페어(UTP) 케이블 하나로 오디오, 제어 신호, 전원(최대 50W)을 동시에 전달하는 데이지 체인 아키텍처를 통해 배선 무게와 비용을 최대 75%까지 줄였다. 50μs 수준의 확정적이고 낮은 지연 시간, 런타임 소프트웨어 불필요, 완전한 진단 기능까지 갖춰 10년 사이 35개 이상의 OEM, 3억 개 이상의 노드로 생태계를 키웠다.
그러나 SDV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이더넷 기반의 차량 네트워크와 원활하게 통합되고, OTA 업데이트를 지원하며 더 많은 오디오 채널과 고해상도 음질을 감당해야 한다는 수요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A²B 2.0은 바로 이 요구에 대한 응답이라고 랜피어는 설명했다.
4배의 대역폭, 이더넷 터널링, 30% 비용 절감
이날 발표의 핵심은 A²B 2.0의 구체적인 기술 사양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수치는 대역폭의 4배 확대다. 최대 98.3Mbps(양방향 송수신) 속도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각각 최대 119개의 오디오 채널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차량 안 어느 좌석에서도 콘서트홀 수준의 입체 음향 구현이 가능해졌다. 지연 시간은 62μs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며, 옵션으로 최대 23Mbps의 이더넷 레이어2(유니캐스트·멀티캐스트·브로드캐스트)도 지원한다.
또 하나의 변화는 이더넷 터널링 지원이다. OASPI(Open Alliance SPI) 인터페이스를 통해 SDV 네트워크에 직접 통합할 수 있어, 기존 배선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디오와 이더넷 트래픽을 단일 케이블로 전달할 수 있다. 발표 후 이어진 Q&A에서 “100Mbps 이더넷이 있는데 굳이 A²B를 써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이 나오자 랜피어는 명쾌하게 답했다. “이더넷은 비동기 데이터에는 뛰어나지만, 오디오에 필요한 확정적이고 낮은 지연 시간의 동기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오디오 전용으로 이더넷 버스를 별도 구성하면 A²B의 장점이 사라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또 “하나의 버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매직 버스는 없다”며 “A²B 2.0은 OEM에 또 하나의 검증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품군은 세 가지 파생 모델로 구성된다. 이더넷 지원 풀 기능 모델 ADAA2457, 이더넷을 제외한 메인 노드 가능 모델 ADAA2456, 저비용 서브노드 전용 모델 ADAA2455로 나뉜다. 플래그십 ADAA2457은 1개의 메인 노드에 최대 11개의 서브노드를 연결할 수 있으며, I²S·TDM·PDM을 지원하는 8개의 구성 가능한 직렬 I/O를 갖췄다. 높은 통합도 덕분에 외부 부품 수를 50% 이상 줄였고, 전체 시스템 비용은 기존 1.0 대비 최대 30% 절감된다. OTP(One-Time Programmable) 메모리를 통한 시리얼 넘버 및 피처셋 관리로 OEM의 이력 추적도 가능해졌다. 기존 A²B 1.0 케이블·커넥터 인프라와의 하위 호환성은 물론, ADAA245x 디바이스는 A²B 1.0 네트워크로의 분기(브랜치)까지 지원해 기존 모듈의 재사용을 극대화했다.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를 넘어, 자동차 실내 공간이 ‘제3의 공간(Third Space)’으로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 ADI가 오디오 기술을 어떻게 선도해 나갈 것인지를 보여준 자리였다. 10년 간 시장에서 검증된 A²B 플랫폼을 SDV 시대에 맞게 확장한 A²B 2.0은 이미 본격 양산에 돌입했으며, 엔트리 레벨부터 프리미엄 차량까지 모든 등급에 몰입형 오디오 경험을 제공한다는 ADI의 비전이 반도체 설계 수준에서 구체화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ADI 코리아, 신규 사옥도 최초로 공개
이번 기자간담회는 A²B 2.0이라는 신규 솔루션을 알리는 자리인 동시에 ADI 코리아가 새롭게 둥지를 튼 신규 사옥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단순한 공간 이전을 넘어, 구성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사무실은 ADI가 한국 시장과 임직원 모두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직원들이 업무 중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휴게 공간은 개방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