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엔진, 온라인 리테일러, 마켓플레이스, 소셜미디어로 세분화된 소비자 구매 접점 사이에 인공지능(AI) 비서(Assistant)가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소비자가 상품명을 검색창에 입력하는 기존 방식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사양·가격을 비교하고, 후기·재고를 확인하며, 예산에 맞는 상품으로 후보를 좁힌다. 이로 인해 구매 여정의 입구는 넓어진 반면,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거쳐야 할 비교와 확인 절차는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
이러한 상거래 시장의 변화는 결제 버튼 앞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상품 발견부터 후보 비교, 브랜드 전환, 심지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후기를 확인하는 순간까지 구매 전 과정이 광고·추천의 접점이 됐다. 과거 온라인 광고의 경쟁력이 노출 빈도와 클릭률에 그쳤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구매 맥락을 정확히 읽어내는 데이터 구조가 경쟁력이 된 양상이다.
AI는 이러한 흐름을 한층 고도화한다. 소비자는 AI에게 저렴한 제품만 묻지 않는다. 예산과 용도는 물론 브랜드 선호도, 후기, 배송 조건, 재고 현황까지 종합적인 판단 근거를 요구한다. AI 답변이 최적의 후보를 압축해 제공하는 순간, 브랜드와 판매자의 경쟁 무대는 쇼핑의 전 과정으로 확장된다. 광고 역시 추천 결과, 비교 목록, 상품 설명, 구매 경로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시스템이 그만큼 복잡해졌다는 뜻이다.
다만 AI 쇼핑의 현재는 결제 자동화보다 탐색과 비교에 가깝다. 소비자는 AI를 통해 상품 후보와 혜택을 확인하지만, 최종 거래는 여전히 리테일러 사이트와 기존 커머스 채널에서 이어간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올해 에이전틱(Agentic) 커머스 분석에서 이러한 경향을 분석했다. 소비자가 AI를 통해 뭘 살지에는 영향을 받고 있지만 어떻게 구매할지까지 맡기지는 않는 단계라고 짚었다. 또 완전 자율 구매보다 AI 기반 발견·비교·추천이 먼저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AI는 소비자 여정에서 선호가 형성되고, 후보군이 좁혀지는 구간의 인터페이스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업체 크리테오가 조사한 지난해 4분기 소비자 트렌드 리포트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소비자의 56%가 AI를 활용해 어떤 제품을 살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소비자는 제품 조사 50%, 가격 비교 39%, 신규 상품 발견 38%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가운데 보고서에서는 한국 소비자는 구매 전 검색·검증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53%가 검색에서 구매 여정을 시작하고, 64%는 구매 전 리뷰를 확인한다. AI 추천 신뢰 기준으로는 검증된 구매자의 후기와 평점이 56%로 가장 높았다.
사양 비교부터 재고 확인까지...‘AI 어시스턴트’ 소비자 접점에 들어섰다
크리테오는 이달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에서 열린 자사 콘퍼런스 ‘크리테오 커머스 포럼 2026(Criteo Commerce Forum 2026)’에서 AI 기반 커머스 전략을 공개했다. 커머스 데이터, AI, 자동화를 활용해 파편화된 멀티채널(Multi-channel) 환경에서 측정 가능한 성장을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김도윤 크리테오코리아 대표는 “크리테오는 오래전부터 AI를 언급했고, 이제 그 흐름을 커머스 영역 안에서 더 구체화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지능형 상거래 전략, 즉 커머스 인텔리전스(Commerce Intelligence)다”라고 말했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로 받아들여지고, 개인화된 경험 안에서 실제 가치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자사 한국 시장 공략법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AI의 상거래 시장 침투 방식은 ‘기존 채널 대체’보다 ‘영역 확장’에 가깝다. 파편화된 구매 접점 사이에 AI 어시스턴트라는 새로운 기술 체계가 추가되면서, 소비자는 이 안에서 상품 후보를 압축하고 혜택을 정밀 비교한다. 이에 따라 브랜드와 판매자의 과제 역시 '정확한 추천'과 '측정 가능한 전환 구조 구축'으로 옮겨가고 있다.
쯔웨이 로(Szi-Wei Lo) 크리테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총괄은 "에이전틱 AI는 더 이상 관념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며 "상거래 환경이 검색 엔진, 소셜미디어, AI 어시스턴트까지 다변화되는 가운데 소비자는 특히 정보 탐색과 선택지 비교 과정에서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총괄은 그러면서 AI를 쇼핑의 최종 목적지가 아닌 '방향 설정 도구'로 규정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에게 AI는 쇼핑 여정의 나침반과 같다"고 비유했다. AI로 최적의 옵션·혜택을 탐색한 뒤, 실제 구매 결제는 본인이 선호하는 별도 채널에서 완료하는 유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도 운동선수처럼 훈련 필요" 데이터 학습에서 결정되는 ‘추천의 질’
앞서 제시된 커머스 인텔리전스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AI가 상품 데이터와 구매 의도를 같은 맥락(Context)에서 읽어야 한다. 광고 기술의 확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상품명, 이미지, 가격, 재고, 구매 이력, 이용자 행동, 리테일러 접점이 분리돼 있으면 AI 추천도 일반 검색 결과에 머문다.
디어무드 길(Diarmuid Gill) 크리테오 글로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의 성능 조건으로 데이터 학습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AI가 되려면 세계적 수준의(World-class) 운동선수처럼 훈련이 필요하다”며 “올바르고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집중적인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테오는 이러한 관점을 담아 광고주, 리테일러, 매체사, 대규모언어모델(LLM) 등과 연결되는 커머스 생태계에서 모델을 학습시키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크리테오가 보는 추천의 핵심은 소비자와 상품 사이의 관계다. 이용자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제품을 보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다. 길 CTO는 “딥러닝(Deep-learning) 기술을 통해 사용자와 제품, 제품과 웹사이트, 제품과 제품 사이의 관계와 패턴을 AI가 이해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소비자가 구매 여정의 어느 위치에 있든 가장 적절한 제품을 추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사측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에이전틱 커머스 추천 서비스도 이 구조 위에 놓인다. 이 서비스는 AI 쇼핑 어시스턴트와 판매자 상품군(Inventory)을 연결해 실제 쇼핑·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한다. 사측은 자체 시범 운영에서 기존 상품 데이터만 활용한 방식보다 추천 관련성을 최대 60% 높였다고 밝혔다. 이는 일일 소비자 7억2000만 명, 1조 달러(약 1500조 원) 규모 연간 거래, 45억 개 상품 품목(SKU) 등 데이터를 통해 나온 결과다.
질문만 이해하는 LLM은 가라, ‘MCP’ 핵심은 실제 재고와 구매 확률까지 반영하는 구조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은 이 데이터 구조를 외부 AI 환경과 잇는 연결 장치다. 쉽게 말해, AI 모델이 외부 상품 정보와 실시간 재고 데이터를 마치 제 몸에 들어있는 정보처럼 자유자재로 꺼내 쓰도록 돕는 '데이터 표준 규격'이다.
디어무드 길 CTO는 이와 관련해 “MCP는 서로 다른 시스템이 더 지능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글로벌 표준”이라며 “자체 MCP를 구축한 고객사도 크리테오 시스템과 더 쉽고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LLM과 크리테오 추천 시스템의 연결 방식도 MCP와 연관지어 이해를 도왔다. 그는 “최종 이용자에게 최신의 제품 정보를 정확히 보여줄 수 있다”며 “AI가 소비자 질문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상품 정보와 재고, 구매 가능성까지 반영하는 구조”라고 풀이했다.
다만 핵심 경쟁력은 MCP 자체보다, 이 통로를 통해 흐르는 추천 엔진과 상거래 데이터의 품질이다. CTO에 따르면, MCP가 표준화되는 것보다 그 도로 위에서 LLM과 뭘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연결 방식이 좋아도, AI가 학습하고 추천할 원천 데이터의 깊이가 얕으면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그는 구매 여정 역시 기존의 선형 구조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전에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고려한 뒤 구매하는 일직선의 여정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지금은 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다른 제품과 브랜드, 옵션을 동시에 검토한다. 세상이 복잡해진 만큼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강한 AI가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지목된 한국...커머스 인텔리전스의 첫 번째 격전지?
에이전틱 AI가 결제까지 직접 수행하는 구조는 아직 초기 단계다. 현시점 관건은 '추천 신뢰도'와 '구매 채널 간 유기적 연결'이다. AI가 상품 후보를 정교하게 압축할수록, 판매자는 최신 가격, 재고, 검증된 후기를 확인하는 최종 신뢰 구간으로서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 흐름에 대해 디어무드 길 CTO는 “일부 타 플랫폼의 결제 기능 시도가 있었으나, 당분간 소비자는 AI를 탐색과 비교 도구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최종 거래는 판매자 웹사이트에서 완료하기를 원한다”고 진단했다. 결국 사용자가 어느 경로를 통하든 일관된 쇼핑 경험을 제공받는 것이 커머스 인텔리전스의 핵심이라는 제언이다.
크리테오는 이 기류를 반영해 한국을 우선순위 시장으로 낙점하고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쯔웨이 로 총괄은 이 같은 전략의 배경을 설명하며 “한국은 커머스 인텔리전스를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구현할 최적의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1년은 한국 기업이 이 기술을 어떻게 실증(Pilot)하고 각자의 환경에 맞게 확장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김도윤 크리테오코리아 대표는 “마케팅 비용이 단순 지출이 아닌, 지속 성장을 만드는 자산이 되도록 하는 것이 커머스 인텔리전스의 본질”이라며 “글로벌 노하우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의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도록 협력을 넓히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