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닷새간 개막한 ‘제21회 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SIMTOS 2026)’은 절삭기·프레스 등 공작기계의 물리적 성능을 뽐내던 과거의 틀을 깼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수요·공급, 인력·소프트웨어, 자동화·실증(Pilot)을 한데 아우르는 제조 생태계를 거대한 ‘산업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올해의 화두는 ‘AI 자율제조와 인재의 만남(AI Autonomous Manufacturing Meets Talent)’이다.
설계도면에서 공정 데이터, 품질 검사 결과까지 제조의 '언어'가 디지털로 통일되고 있다. 측정·설계·가공·검사로 분절돼 있던 데이터의 흐름을 하나의 맥락으로 꿰고, 그 위에 AI의 판단력을 얹어 공정이 스스로를 진단하고 최적화하도록 만드는 솔루션들이 전시장을 채웠다. 'AI 자율제조'는 구호가 아니라 이미 현장의 데이터 위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헥사곤 매뉴팩처링 인텔리전스> "리플렉터 없이 40미터" 대형 구조물 검사, 자동화로 패러다임 바꾼다
헥사곤 매뉴팩처링 인텔리전스(이하 헥사곤)는 이번 전시에서 혼합 생산 및 대형 구조물 생산 환경을 위한 차세대 레이저 트래커 '라이카 앱솔루트 트래커 ATS800'을 전면에 내세웠다. 센서·소프트웨어·자동화 솔루션 분야에서 자리 잡은 스웨덴 기반의 글로벌 기업으로 이번 출품작은 항공우주와 풍력 에너지 등 대규모 제조 산업의 품질 검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담고 있다.
ATS800의 핵심은 리플렉터 없이도 최대 40미터 거리에서 고정밀 측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이렉트 스캐닝과 리플렉터 트래킹을 하나의 소형 시스템에 통합해 엣지·홀·슬롯·나사산 등 주요 형상 데이터를 비접촉 방식으로 수집할 수 있으며 복잡한 대형 구조물 검사에서도 무인 운용이 가능하다. 기존에 수 시간이 걸리던 설정 시간을 수 분 이내로 단축하는 '피처디텍트(FeatureDetect)' 기능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이 기술은 수동 프로그래밍 없이 주요 부품 형상을 자동으로 인식하며 CAD 데이터 기반으로 작동하거나 장비에 내장된 고해상도 파노라마 카메라를 통해 실제 부품을 직접 인식하는 방식으로도 구동된다.
자동화 검사 시스템 구축 측면에서도 유연성을 갖췄다. ATS800은 자율이동로봇(AMR)과의 결합이 가능하며 갠트리·리프트·레일·로봇팔 등 다양한 설비 환경에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헥사곤의 'HxGN Robotic Automation' 소프트웨어와 플러그앤플레이 방식으로 연동되며 PC-DMIS, SpatialAnalyzer 등 기존 계측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도 유지했다. 장비 내부에는 최신 트루포인트 간섭계가 탑재돼 까다로운 표면이나 급격한 각도에서도 측정 노이즈를 최소화하며 '파워락 재획득' 기술로 이동 중인 리플렉터를 즉시 포착해 실시간 조립 과정에서도 측정의 연속성을 보장한다.
헥사곤 관계자는 "기존의 노동 집약적 방식으로는 현대 제조업체들이 요구하는 생산성 향상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ATS800은 복잡한 교육 없이도 동체 전체를 밤새 스캔하거나 주요 조립 공정을 실시간으로 지원해 품질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멘스> "속도 10배, 성능 50% 향상" 디지털 트윈 최적화 CNC로 공작기계 고도화 이끈다
한국지멘스(이하 지멘스)는 이번 전시에서 차세대 CNC 컨트롤러 'SINUMERIK ONE'을 내세웠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는 디지털 트윈과 산업용 AI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통합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이번 출품작은 '디지털 네이티브 CNC'라는 슬로건 아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통합을 지향한다.
SINUMERIK ONE의 핵심은 디지털 트윈 환경과의 긴밀한 연동이다. TIA Portal과 CMVM(Create My Virtual Machine) 소프트웨어를 통해 공작기계의 디지털 트윈을 생성하고 설계할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 내 폐루프(Software in the loop) 구현이 가능하다. 실제 기계를 제작하기 전 가상 환경에서 검증을 마칠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과 품질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제품의 출발점이다.
성능 면에서도 전 세대 대비 뚜렷한 향상이 이뤄졌다. 기존 PLC-S300 플랫폼에서 PLC-S1500으로 전환하면서 처리 속도는 최대 10배 빨라졌고 CPU 성능은 기존 대비 최대 50% 향상됐다. USB 3.0과 SD카드 슬롯이 표준으로 탑재됐으며 충돌방지기능(Collision Avoidance)·로봇 통합제어(Robot Integration)·적층가공 제어(Additive Manufacturing) 등 응용 영역도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한국지멘스 관계자는 "다품종 생산이 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공작기계는 점점 더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가공 제조에서는 한층 더 고도화된 자동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SINUMERIK ONE은 새로운 기술 영역으로의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더블유캐드코리아> "설계부터 가공·해석까지 끊김 없이" 올인원 CAx 플랫폼으로 데이터 단절 없앤다
지더블유캐드코리아(이하 ZWCAD 코리아)는 이번 SIMTOS 2026에서 설계(CAD)·가공(CAM)·해석(CAE)과 클라우드 협업·제품 데이터 관리(PDM)를 하나로 연결한 올인원 CAx 솔루션을 집중 조명했다. 2D 설계부터 3D 모델링·가공·해석까지 제조·건설 산업 전반의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단일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통합 CAx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이번 전시의 핵심 전략은 데이터 단절 없는 제조 환경 구축이다.
이번 부스에는 주력 제품 네 가지가 출품됐다. ZWCAD·ZWCAD MFG는 DWG 기반의 고성능 2D 설계 플랫폼으로 대규모 도면 처리 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최소화하고 자동 치수·주석 기능과 객체 인식 도면 정리 기능으로 재작업 시간을 단축한다. ZW3D는 CAD·CAM·CAE를 단일 환경에서 수행하는 제조 특화 플랫폼으로 설계 변경 사항을 실시간으로 툴패스에 반영해 가공 자동화와 품질 리스크 감소를 동시에 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해석 브랜드 ZWSIM은 구조 및 유체 해석 분야의 검증된 성능을 앞세웠다.
데이터 관리 체계도 이번 전시의 주요 축이다.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ZW365'와 데이터 관리 솔루션 'ZWTEAMMATE'를 결합해 설계 데이터가 가공 및 검증 단계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제조 환경을 구현한다. 기존 강점인 일반 기계·자동화 장비 시장을 넘어 자동차 부품·전자·배터리 생산기술 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금형·사출·프레스·다이캐스팅·판금 가공 산업을 전략적 확장 시장으로 설정했다.
지더블유캐드코리아 관계자는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ZW3D 기반의 가공 자동화와 생산성 혁신 전략을 현장에서 직접 증명해 제조업 핵심 고객들의 인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두솔루션> "익숙한 그 화면 그대로" 전환 부담 없는 범용 CAD로 설계 효율 높인다
모두솔루션은 이번 전시에서 범용 CAD 소프트웨어 '지스타캐드(GstarCAD)'를 주력으로 선보였다. 업체는 CAD·PLM·도면배포시스템 전문기업으로 현대자동차·우미건설 등 주요 기업 및 공공기관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지스타캐드의 국내 공식 공급사로서 한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 왔다.
지스타캐드는 2D 및 3D 설계를 지원하는 범용 CAD 소프트웨어로 높은 호환성과 안정적인 성능을 바탕으로 기존 CAD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도 별도의 학습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다는 점 강점이다. 한국어·영어·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 버전을 제공해 글로벌 업무 환경에도 대응하며 국내에서는 2023년 기준 사용자 수 10만 명을 돌파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부스에는 지스타캐드 외에도 PTC Creo·Windchill·도면배포시스템(MDDS)·AI 기반 리버스 엔지니어링 솔루션 Effimod 등 다양한 제품군이 함께 소개됐다. 이 가운데 PTC Creo의 AI 기반 설계 기능과 별도의 스캐너 없이 사진만으로 3D 모델을 생성할 수 있는 Effimod가 참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진행된 기술 세미나에서는 AI 기반 설계 기술이 집중 소개되며 설계 업무에 AI가 적용되는 방식과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자리가 됐다.
모두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SIMTOS 2026은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설계 환경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AX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흐름을 현장에서 직접 전달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며 "지스타캐드를 중심으로 한 CAD 경쟁력 강화는 물론 AI 기술을 접목한 설계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세이지> "PLC·센서가 놓친 0.1초" 기존 CCTV에 AI 더해 보이지 않던 생산 손실 잡는다
세이지(SAIGE)는 이번 전시에서 AI 기반 통합 생산 인텔리전스 솔루션 '세이지 빔스(SAIGE VIMS)'를 선보였다. 해당 업체는 산업용 비전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이차전지·기계부품·PCB·자동차·식음료·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하며 LG에너지솔루션·현대모비스·HL만도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세이지 빔스의 핵심은 별도의 하드웨어 추가 없이 현장에 이미 설치된 CCTV와 연결해 AI 기반 공정 모니터링을 즉시 수행한다는 점이다. PLC와 센서로는 감지할 수 없었던 0.1~0.5초 단위의 미세 공정 지연과 이상 동작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며 공정을 멈추지 않고 기존 설비에 적용할 수 있어 도입 문턱이 낮다. 1초에 최대 60개 이미지를 AI 기반으로 검사할 수 있어 고속 제조 공정에서도 연속적인 이상 감지가 가능하다.
주요 기능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사이클 속도 측정 기능은 한 사이클을 구간별로 분해해 각 구간의 택타임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공정 속도 변화와 대기 시간 증가를 감지한다. 이상 동작 감지 기능은 경로 이탈·동작 누락 등 미세 이상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정상 사이클과 이상 사이클의 비교 분석으로 근본 원인을 진단한다. 생산 KPI 대시보드는 설비 실 가동률과 구간별 택타임 준수율 등 핵심 지표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데이터 기반 공정 최적화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세이지 관계자는 "자동화율이 높아질수록 사람이 직접 잡던 이상을 아무도 감지하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세이지 빔스는 PLC 신호상 정상으로 기록되어 놓쳤던 공정 손실 원인을 영상 데이터로 시각화해 병목 구간을 정밀하게 식별하고 생산성 향상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