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Generative AI) 열풍의 이면에서 산업 현장의 질문은 한층 냉정해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문서 요약이나 사무 자동화만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났다.
공장·물류센터, 센서·제어기, 그리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연결된 물리적 환경 안에서 AI가 무엇을 감지하고 어떤 최적의 판단을 내릴 것인지. 그리고 그 판단이 어떻게 실제 운영 개선과 물리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는지가 새로운 기준선으로 부상했다.
이는 AI의 주무대가 스크린 속 '데이터'에서 '현장'으로 확장될 것임을 암시한다. 최근 AI·로보틱스 분야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피지컬 AI(Physical AI)’가 중심이 된 배경이다. 이 기술 방법론은 AI가 물리적인 환경을 직접 학습·적응함으로써, 로봇·설비·장비가 실제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과 협력하도록 하는 접근이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화려함을 뽐내는 로봇 기술 시연과는 다른 관점에서 전개된다. 이제 시장은 로봇이 물건을 집고 걷는 장면 자체에 환호하기보다, 그 동작의 반복정밀도(Repeatability)와 안전성, 그리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학습 능력에 주목한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올해 핵심 트렌드로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의 신뢰성 검증과 에너지 효율을 꼽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공정 주기(Cycle Time), 유지보수 비용, 안전 기준 등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요소를 충족해야만 '비즈니스'라 정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는 5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전시장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제9회 AI 융합 비즈니스 개발 컨퍼런스(AI TECH 2026)’는 이 지점을 정조준한다. AI 관련 이해관계자 500여 명이 운집할 올해 행사는 ‘당신의 비즈니스에서 AI가 일하는 법(Make AI Work for Your Business)’가 주요 표어다.
이 기조 아래 개념증명(PoC) 단계를 넘어 실제 투자수익률(ROI)를 창출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한다. 특히 이날 오후에 펼쳐지는 4개 발표 분과 중 ‘피지컬 AI 구현 방안’을 주제로 기술의 실체를 깊숙이 파고든다. 여기서는 단순히 로봇의 화려한 움직임에 집중하지 않는다. 공정 관제부터 실환경 데이터, 시뮬레이션 자산, 그리고 물류 현장의 실전 배치까지 피지컬 AI가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과정을 네 가지 좌표로 해부한다.
특히 이번 트랙은 개별 하드웨어의 성능 과시를 넘어, 산업 현장의 '근간(Backbone)' 최적화에 방점을 찍는다. 가상 환경에서의 학습이 현실의 선순환 구조(Feedback Loop)와 결합해 공장 전체의 흐름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가 물리적 인프라의 자율 운영을 어떻게 이끄는지 그 방법론을 제시한다.
전체 세션은 피지컬 AI의 탄생부터 실물 경제 투입까지의 전술 로드맵을 따른다. 공정 라인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관제 설계로 포문을 열고, 현장에서 수집된 실환경 데이터가 로봇의 지능으로 환원되는 메커니즘을 살핀다. 이어 개발 효율을 극대화하는 3차원(3D) 데이터 자동 생성 공정을 점검한 뒤, 마지막으로 실제 현장에서 마주하는 거리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며 ROI를 증명하는 실증 사례로 대미를 장식한다.
공정 라인 위의 중추, 모든 로봇은 '하나의 뇌'로 움직인다
트랙을 여는 발표는 군집 제어 및 디지털 트윈 기술 업체 다임리서치가 맡는다. 제조·물류 현장의 차세대 백본 구축을 화두로 던진다. 핵심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반 군집 제어 AI와 수천 대 규모의 다종·이기종 로봇이 펼치는 자율 협업이다. 개별 로봇 한 대의 성능에 매몰되지 않고, 공장 전체의 흐름을 어떻게 최적화(Optimization)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철학은 다임리서치의 솔루션 라인업에 녹아 있다. 군집 물류 로봇 관제 솔루션 ‘엑스엠에스(xMS)’는 작업 배분과 이동 명령을 통해 급변하는 물류 패턴에 실시간으로 대응한다. 시뮬레이션 솔루션 ‘엑스디티(xDT)’는 하드웨어 인프라를 가상 환경에 모사해 실제 구축 전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한다.
여기에 예지보전 솔루션 ‘에이드(AID)’가 로봇과 시스템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운영 안정성을 더한다. 공중의 천장 주행 무인 반송차(OHT)부터 바닥의 무인운반차(AGV)·자율주행로봇(AMR) 등을 단일 관제 계층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지난달 ‘제36회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사측이 선보인 기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 자리에서 강화학습 기반 통합 관제와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피지컬 AI 자율 운영 실증(Pilot) 테스트베드를 내놨다. 공장 상부의 반송과 바닥의 이송, 구축 전 검증과 유지보수를 하나의 화면으로 통합했다.
매장의 '손맛'이 데이터로…현장 내 자산의 디지털화
국내 로봇 인공지능(AI) 기술 업체 엑스와이지도 연단에 선다. 이 세션은 실환경 데이터 확보에서 출발한다. 그 뒤에 학습, 로봇 제어, 운영 개선이 뒤따르는 메커니즘이다. 산업 현장과 일상 공간을 한데 융합하는 배치도 주목받을 예정이다. 작업장과 매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같은 학습 자산(Learning Asset)으로 묶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사측 기술 라인업에서 구체화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듀스(DEUX)’와 데이터 수집 장치 ‘글러브엑스(GloveX)’가 그 중심이다. 글러브엑스로 실제 현장의 손 조작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모방학습(Imitation Learning)과 강화학습에 투입해 로봇의 지능을 고도화하는 순서다. 듀스 역시 좁은 매장 내 자율주행과 현장 데이터 기반의 지능 엔진을 탑재하며 실전성을 높이고 있다.
사측은 휴머노이드 기술 확장과 데이터 수집 인프라 확장을 차세대 전략으로 내걸었다. 현장 운영 기록이 로봇의 지능으로 돌아오고, 그 지능이 다시 운영 역량을 만드는 구조. 엑스와이지가 매장 운영 실적을 피지컬 AI 개발의 핵심 지표로 활용하며, 기술·사업을 통합하는 방법을 현장에서 확인해보자.
정적인 CAD에 생명력 불어넣다, 엔비디아도 주목한 3D의 마법
이날 현장에는 AI 기반 3D 설계 기술이 피지컬 AI와 만나는 장면도 연출된다. 엔닷라이트는 피지컬 AI의 하부 인프라인 '데이터 생성' 단계를 다룬다. 이들이 내세울 건 3D 컴퓨터지원설계(CAD)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데이터 준비 공정이다. 이들의 3D CAD 생성 솔루션 ‘트리닉스(TRINIX)’는 정적인 3D 모델에서 로봇 관절·부품 구조를 추론해 물리 시뮬레이션용 데이터와 충돌 감지를 위한 격자 데이터 메쉬(Mesh)를 자동 생성한다.
사측은 이 같은 자체 도구와 엔비디아(NVIDIA) 기술을 활용한 접근법을 선보인다.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플랫폼 ‘엔비디아 아이작 심(NVIDIA Isaac Sim)’과 물리 법칙 기반 로봇 월드 모델(World Model) ‘엔비디아 코스모스(NVIDIA Cosmos)’를 자사 플랫폼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텍스트·이미지 입력부터 3D CAD 생성, 관절 구조 부여, 시뮬레이터 연동까지 과정을 자동화했다. 이는 설비와 부품을 수작업으로 모델링하며 소요되던 시간을 단축하는 공정을 구현한다.
이러한 시도는 글로벌 기술 흐름과도 결을 같이한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열린 자사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GPU Technology Conference 2026)’에서 물리 AI 데이터 자동 생성 표준 설계도 ‘엔비디아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 블루프린트(NVIDIA Physical AI Data Factory Blueprint)’를 발표했다.
이는 데이터 처리, 합성 데이터 생성, 강화학습을 하나의 참조 구조로 묶은 데이터 공급망 표준이다. 시뮬레이션 자산을 얼마나 신속하고 표준화된 형태로 공급하느냐가 개발 속도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엔닷라이트 세션은 이 글로벌 데이터 공정을 국내 산업 현장에 맞게 구체화하여 제시할 예정이다.
"로봇 덤블링보다 중요한 ROI" 물류창고 바닥에서 증명하는 '로봇의 경제학'
국내 자율주행 기반 물류 로봇 기술 업체가 이 트랙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트위니 세션은 피지컬 AI가 최종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장 실효성’에 집중한다. 현란한 로봇의 동작보다, 먼 거리를 오가는 자율주행 기술의 안정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물류 병목 원인을 거리, 시간, 반복 운용 조건에서 찾는다.
이들의 AMR 모델 ‘나르고 오더피킹(Nargo Order-picking)’은 반복 이동 업무를 줄이고, 오배송과 운영비를 낮추는 데 주력한다. 관제 시스템은 상위 시스템 연동부터 실시간 제어, 트래픽 관리까지 한데 통합해 공장·물류센터 내 로봇 동선을 통합 관리한다.
D트랙 후반부의 마지막을 트위니가 장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데이터, 시뮬레이션, 제어 기술을 거치더라도 피지컬 AI가 마주할 최종 과제는 결국 현장이다. 이곳에서 실질적인 비용 효율을 증명하고, ROI를 도출해내는 것이 트위니가 맡은 마지막 단계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