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열린 ‘제16회 국제물류산업대전(KOREA MAT 2026)’ 현장에는 물류 워크플로 운영 전반을 재구성하려는 모습이 나타났다. 전시장에는 저장 설비, 분류 장비, 이송 로봇, 피킹 시스템, 적재 자동화, 제어 소프트웨어 등 방법론이 한데 이어졌다. 단일 설비의 속도나 적재 능력만 앞세우는 이전 분위기와는 달랐다. 입고·보관·집품·분류·출고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구축하고, 그 안에서 병목을 줄이려는 제안이 전면에 나왔다.
이는 기존 대비 작업자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수도권 창고 부지는 비싸진 국내 물류 산업의 현재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여기에 냉장·냉동 물류까지 커지면서 창고는 더 높은 처리량과 더 안정적인 운영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이로써 이번 전시장에 나온 해법은 한 방향으로 모였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이 저장하고, 작업 동선은 더 짧게 줄이고, 운영은 끊기지 않게 유지하는 구조다.
저장·분류 공정의 최적화가 끝난 뒤, 작업자의 손·발을 필요로 하는 구간이 남았다. 선반 사이를 이동하며 대상물을 식별하고, 이를 집어 대차에 싣고, 다음 공정으로 인계하는 과정이다. 이 고반복·고부하 작업군에 로봇을 투입해 인적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나왔다.
그동안 단순 이송에 그쳤던 로봇은 주문별 분배, 공정 간 연계, 정형 상품 집품(Picking), 고소 작업 보조 등 세분화된 현장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 물류 관리 시스템이 내린 명령을 실제 물리적 행동으로 전환하는 ‘라스트 야드(Last Yard)’의 자동화를 조명했다.
< 트위니 > 심리스(Seamless) 물류의 시작, ‘물류 혈관’을 뚫는 지능형 주행
국내 자율주행 기반 물류 로봇 기술 업체 트위니가 나왔다. 이들은 ‘멀티 오더피킹(Multi Order-picking)’ 시나리오를 참관객에게 제시했다. 로봇 상단에 다단으로 적재된 운반 상자(Tote)가 탑재됐고, 피킹 정보가 실시간 동기화되는 사용자 화면(UI)이 결합한 형태다. 대차와 종이 지시서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 대신, 로봇이 피킹 지점에 선제 대기하고 작업자는 대상물을 로봇에 전달하는 방식을 구현했다.
김재성 트위니 로봇사업본부장은 “피킹은 물류 현장에서 인적 자원 투입이 가장 밀집되는 구간”이라며 “자율주행로봇(AMR) 도입 시 기존 작업자 대비 생산성을 최대 3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로봇 한 대에 6개의 토트를 적재하면 6건의 주문을 동시에 처리한다. 작업자는 상품 식별과 주문별 분배 고민 없이 로봇의 안내에 따라 해당 토트에 물건을 투입하는 역할에만 집중한다.
트위니가 강조하는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은 ‘고정 거점형’ 작업 방식이다. 시스템이 로봇의 적재 상태와 이동 경로를 선제 제어하므로 바코드 투입 후의 동선이 단축된다. 김 본부장은 “작업자 1명이 로봇 2~3대를 통합 관제하는 구조”라며 “작업자는 특정 구역에 상주하고, 피킹 위치와 상·하차 및 포장(Packing) 구간 사이의 물리적 이동은 로봇이 전담한다”고 설명했다.
트위니의 타깃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신축 창고가 아닌, 기존 물류센터의 통로다. 인프라 변경 없이 로봇 투입만으로 인력 대체 효과를 즉각 확인하겠다는 전략이다. 끝으로 김 본부장은 “작업자 1명이 로봇 2대를 운용할 경우 실질적으로 인력 3명 규모의 생산성을 낸다”고 밝혔다. 물동량 변화에 따라 로봇 투입 대수를 조절하고, 적재 상품 규격에 맞춰 상부 구조를 가변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유연함이 트위니 솔루션의 본질이다.
< 푸두로보틱스 > 서비스에서 산업으로...“무거운 화물도 가볍게”
푸두로보틱스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다루는 업체다. 부스에는 ‘푸두 T300(PUDU T300)’ 시리즈와 ‘푸두 T600(PUDU T600)’ 시리즈 등 산업용 이송 로봇 라인업이 나란히 섰다. 이들 AMR은 서빙 로봇의 연장선보다는 산업 물류용 이송 장비의 모습을 선보였다.
왕서정 푸두로보틱스코리아 책임매니저는 T300에 대해 “자사 최초의 물류 전용 로봇”이라며 “최대 가반하중 300kg, 약 6cm 리프팅, 삼단 트레이·롤테이너 대응이 강점”이라고 언급했다. 좁은 구간 주행과 작업 보조형 이송이 해당 제품군의 특징이다. 통로를 순회하면서 트레이나 롤테이너를 이송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높이만큼 대상물을 들어 올리는 구조다.
T600은 T300 대비 가반하중을 끌어올린 모델이다. 최대 600kg의 대상물 적재가 중심 임무다.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 탑재형’ 모델과 화물 하부에 진입하는 ‘저상형 리프팅’ 모델로 세분화됐다.
왕 책임매니저는 “기존 T300의 가반하중이 적다는 후기를 반영해 탄생한 것이 T600”이라며 “T300의 중앙 기둥 구조가 적재 공간을 간섭한다는 지적을 수용해, 기둥을 전면으로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모델과 기둥을 없애고 랙 밑으로 들어가 운반하는 저상형 구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는 수동 작업 보조부터 대형 화물 이송까지 물류 현장의 실행 단계를 한 라인업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류 현장 통로 주행부터 고하중 물류까지 자사 라인업으로 제공하겠다는 구성이다.
< 폴라리스쓰리디 > ‘취출·이송·투입’을 한 몸에 담은 통합 로봇 솔루션
AMR 플랫폼·솔루션 업체 폴라리스쓰리디는 전자 제조 공정과 맞닿아 있는 특화 AMR이 자리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된 전기·전자 및 반도체 이송 특화 자동화 솔루션 ‘이레온 M3(EREON M3)’가 그 주인공이다.


▲ 그리퍼·포크·컨베이어가 통합된 이레온 M3.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해당 로봇은 표면실장기술(SMD) 공정의 시작점과 스마트 랙 사이를 오가며 인쇄회로기판(PCB) 적재함인 빈 매거진(Magazine)을 공급한다. 이후 공정이 완료된 완제품 매거진을 다시 적재 선반(Rack)으로 회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측 관계자는 “이레온 M3는 ‘취출·이송·투입’ 전 과정을 일원화한 통합 모델”이라고 소개하며 “대상물을 집는 그리퍼(Gripper)가 매거진을 인입하면, 포크(Fork)가 이를 수령한 후, 내장된 컨베이어가 공정 라인에 화물을 직결하는 메커니즘”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양한 규격의 매거진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공정 특화형 차세대 장비”라고 강조했다.


▲ 매거진 적재(Loading)(좌)과 하역(Unloading) 작업을 한데 수행하는 이레온 M3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처럼 이레온 M3의 가치는 SMD 공정에 최적화돼 있다. 코팅, 칩 실장, 후공정으로 이어지는 라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자재·완제품의 반복 이송 구간을 무인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행형 AMR 위에 공정 맞춤형 기구부를 결합해, 전용 공정 장비로서의 위치를 공고히한다는 평가다. 공정 시작점과 적재 랙을 유기적으로 잇는 ‘제조 현장 특화 로봇’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향후 독자 자율주행 엔진 ‘케플러(Kepler)’를 기반으로 병원용, 롤테이너형, 선반형 등 맞춤형 솔루션 확장을 예고했다.
< 케이엔로보틱스 > 시동 건 리테일 자동화, 일상의 물류를 바꾸는 기술의 ‘결’
올해 KOREA MAT에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로봇 자동화 기술도 등판했다. 로봇 시스템통합(SI) 및 자동화 기술 업체 케이엔로보틱스는 주문 화면, 이동형 로봇, 로봇 팔(Robot Arm)을 융합한 서비스 로봇 플랫폼을 들고 나왔다.
사용자가 UI에서 상품을 고르면 로봇이 가동하고, 로봇 팔이 해당 상품을 집어오는 방식을 선보였다. 무인 편의점이나 무인 제품 판매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배치였다. 주문 연동, 이동, 인식, 파지를 한데 수행하는 로봇 기반 피킹 자동화이다.
관계자는 “아직까지 물류 분야에서 피킹 자동화 기술은 타 자동화 대비 대중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이 자율이동조작로봇(AMMR) 플랫폼은 동시적 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SLAM) 기반 전역 주행을 맡고, 로봇 팔은 실시간 객체 식별 기술인 ‘YOLO(You Only Look Once) 기반 이미지 학습으로 상품을 인식한다”고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 기자가 솔루션을 체험했다. 직관적으로 로봇에게 명령을 내린 후 단시간 안에 원하는 것을 얻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카메라에 인식된 대상물과 기존에 학습된 대상물을 매칭하고, 진공(Suction) 기반 그리퍼와 받침대를 함께 활용해 낙하를 막는 방식이다. 이때 정형 대상물과 박스류를 우선으로 다룬다.
이 과정에서 주문 화면과 서버는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UI에서 대상 상품이 정해지면, 정보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해 서버로 전송된다. 서버는 상품 위치와 로봇 이동 위치를 계산하고, AMR과 로봇 팔을 제어해 해당 상품을 가져오게 한다.
마지막으로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사 기술 도입 사례는 보관·이송·분류 등에 초점을 맞춘 자동화 기술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시연은 집품 자동화에 대한 역량을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 오일러로보틱스 > 말 한마디로 집고 옮긴다...피지컬 AI가 셀로 들어왔다
전시장 내 부스들이 ’이송 효율‘을 말할 때, 오일러로보틱스는 로봇의 '지능' 그 자체를 앞세웠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이다. 이 지능형 솔루션은 로봇이 환경을 보고 이해하며, 스스로 작업하도록 구현한다. 기존(Legacy) 로봇·설비에 인공지능(AI)을 이식해 물리적 실행력을 부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시 현장에는 작업장(Cell) 내 작업자가 UI를 통해 텍스트·음성으로 로봇 시스템에 명령을 내리는 시연이 진행됐다. 이에 맞춰 협동 로봇(코봇), 리프트, 그리퍼가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연출이 이어졌다.


▲ 작업자가 마이크로 "GPU 꺼내"라고 하니, 약 5초 후 코봇이 지시를 행동으로 옮겼고(좌), "다시 갖다놔"라고 전달하니 이내 그 명령 또한 이행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정지훈 오일러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텍스트·음성으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가동·제어하는 지능형 통합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작업자가 “대상물을 가져와”라고 말하면, 코봇이 자연어(Natural Language)로 인식해 상황을 인지하고, 비전 센서로 해당 물체를 찾아내 가져온다. 명령과 실행 사이에 복잡한 메뉴 선택이나 프로그래밍 대신 인간의 언어가 직결된 구조다.
인식 방식 역시 실제 산업 현장 환경에 최적화됐다. 정지훈 CTO에 따르면, 브랜드명이나 특정 텍스트, 투명하지 않고 식별 가능한 테이프 등 사람의 눈으로 구분 가능한 요소는 별도 학습 없이도 즉시 처리할 수 있다. 멀티모달(Multimodal) 기반 거대언어모델(LLM)이 시각 정보와 사용자 명령을 동시에 수용해 로봇의 행동으로 지도화(Mapping)하기 때문이다.


▲ 프롬프트로 로봇에게 로딩 과정을 명령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 같은 방식으로 다시 대상물을 원위치 시킨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다만 외형이 완전히 동일한 박스의 경우, 오인식을 방지하기 위해 위치 지정이나 번호 부여 등 명확한 가이드를 병행하도록 설계해 안정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오일러로보틱스가 겨냥한 분야는 풀필먼트 창고 내 고소 작업 구간이다. 정 CTO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했던 위험한 작업 구간에서 작업자와 로봇이 대화하며 협업할 때 효율이 극대화된다”고 밝혔다. 말로 지시하면 리프트가 로봇을 높이 올리고, 그리퍼가 대상물을 집어 넘기는 시스템이 핵심이다.
지금의 고정형 셀을 넘어선 확장 계획도 전했다. AMR 위에 로봇 팔을 결합한 AMMR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형태까지 연동되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끝으로 정 CTO는 “비전과 로봇 제어 기술을 내재화해 이를 하나의 지능으로 엮어내는 것이 자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봇규의 한마디
끝내 물류를 움직이는 것은 현장을 움켜쥔 손·발의 실행력
물류 산업 전반의 'KOREA MAT 2026'을 관전하고 싶다면? '황' 기자를 찾아가세요.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