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더 이상 설비와 인력만으로 움직이는 공간이 아니다. 이제는 현실 공장을 가상 세계에 정밀하게 복제하고, 인공지능이 그 안에서 수많은 변수와 시나리오를 먼저 검토한 뒤 최적의 해답을 제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쏘시스템코리아의 목종수 인더스트리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소개한 ‘3D UNIV+RSES’ 전략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의 핵심으로 기존의 디지털 트윈을 넘어, 과거 데이터와 수많은 가상 시나리오 검증을 통해 실제 공정 이전에 병목과 설비 간 간섭을 예측·차단하는 ‘버추얼 트윈’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기에 12개 산업군의 지식을 학습한 AI와 자연어 기반의 ‘가상 동반자’를 결합함으로써, 숙련자의 암묵지를 현장 의사결정에 실시간 반영하고 엔지니어링 업무의 진입장벽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 AX 시장의 폭발적 성장...‘SDF’는 필연적 선택?
글로벌 제조업이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정체라는 암초에 부딪힌 가운데, 공장 효율을 결정짓는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의 물리적 성능에서 소프트웨어의 지능적 통제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 제조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약 2147억 달러(약 320조 원)에서 오는 2028년 약 3652억 달러(약 542조 원)으로 연평균 11.2%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인공지능(AI)·가상화 기술이 주도하는 제조 인공지능 전환(Manufacturing AX)은 산업 전반의 가치 사슬을 재편하며 그 이상의 성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이러한 수치적 팽창의 이면에는 숙련공 부족과 신규 인력 유입 감소라는 구조적 결함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운영 중심의 투자 가속화 흐름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전미제조업협회(NAM)의 설문을 인용한 자료를 공개했다. ‘2024년 제조 산업 전망 보고서(2024 Manufacturing Industry Outlook)’는 글로벌 제조 기업의 70% 이상이 인력난 해소를 위해 기술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는 지표를 담고 있다. 제조업 경영진의 4분의 3가량이 차세대 기술 인재 확보·유지를 최우선 경영 과제로 꼽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산업적 배경 속에서 프랑스 소재 시뮬레이션 및 3차원(3D) 설계 솔루션 업체 다쏘시스템이 신개념 비전을 선포했다. 이 회사의 가상 환경 방법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에 12개 산업군의 지식을 학습시킨 인공지능(AI)를 결합해 솔루션을 제시하겠다는 것. 이때 다쏘시스템 차세대 비전 ‘3D유니버스(3D UNIV+RSES)’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는 현실을 디지털로 복제하는 기존 접근법을 확장한 것이다. 시공간 제약을 허물고 공장 스스로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oftware-defined Factory, 이하 SDF)’의 실질적인 구현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목종수 다쏘시스템코리아 인더스트리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3D 유니버스의 핵심 동력은 기존 디지털 트윈의 개념을 완전히 재정의한 버추얼 트윈에 있다”고 역설했다.
미래를 미리 살아보고 수정하는 버추얼 트윈 엔진 “예측 시뮬레이션의 도화선”
목종수 컨설턴트에 의하면, 시중의 디지털 트윈이 현재 공장의 가동 상태를 화면에 띄워주는 일종의 ‘모니터링 대시보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버추얼 트윈은 과거의 방대한 데이터를 고찰하고 가상 환경에서 수만 번의 ‘만약의 시나리오 검증’을 수행하는 엔진이다.
다양한 물리 법칙이 적용된 가상에서 제품 수명 주기 전체를 미리 돌려봄으로써, 실제 공정이 시작되기도 전에 발생 가능한 병목 현상이나 로봇 설비 간 간섭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목 컨설턴트는 “자사 버추얼 트윈 플랫폼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는 항공우주부터 자동차, 하이테크까지 전 세계 12개 산업군에서 축적된 모델링 데이터와 우수 사례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지식 저장소”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버추얼 트윈은 실제 제품이 양산 라인에 오르기 전, 가상공간에서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검증을 마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샌드박스”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이러한 기술 방법론은 공장을 짓고 나서 수정하는 사후 비용을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로 검증된 결과값을 현실에 투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제조 프로세스의 정밀도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사측은 실제로 기업이 버추얼 트윈을 도입해 상당 부분 기존 대비 프로세스 혁신을 경험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가상 환경에서의 사전 공정 시뮬레이션과 통합 검증을 완료함으로써, 실제 라인 가동 전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 제조 대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자산 기반의 공정 설계 최적화를 지원하고 있다. 신규 생산 라인의 양산 안정화 속도를 극대화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말귀’ 알아듣는 공정 내 조력자, 가상 동반자는
다쏘시스템의 SDF 전략에서 주목받는 접근법은 AI 에이전트 ‘가상 동반자’와 초고속 버추얼 트윈 구축 프로세스다. 이때 가상 동반자는 숙련공의 암묵지·노하우를 학습한 AI가 현장 작업자와 일상적인 언어로 소통하며 고난도의 엔지니어링 업무를 보좌하는 시스템이다. 이들 동반자는 자연어 기반 프롬프트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한다.
예를 들어, 공정 설계 경험이 부족한 주니어 엔지니어가 “이 차체의 용접 공정 순서를 최단 경로로 짜줘”라고 요청하면, AI는 최적의 제조 부품 명세서를 도출하고 공정 정의서와 작업지시서를 작성해낸다. 이로써 엔지니어링의 문턱을 저감하는 동시에 전사적인 제조 숙련도를 상향 평준화하는 결과를 기대케 한다.
목종수 컨설턴트는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 사진 촬영이나 영상 스캔만으로 실제 현장을 3D차원 모델로 복제하는 기술은 현장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끌어올린다”며 “현장을 카메라로 1분 내외만 훑어도 AI가 사전에 학습된 로봇·컨베이어·설비 등 라이브러리 중 가장 유사한 모델을 찾아 가상공간에 즉각 매칭하고 배치한다”고 말했다.
과거 수개월이 소요되던 가상 공장 구축 공정을 단 며칠, 심지어 몇 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설계와 실행이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는 SDF의 하부 구조 위에서, 실제 공정의 판단·결정을 주도하는 지능형 인터페이스가 바로 가상 동반자다. 다쏘시스템은 이달 초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자사 연례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3DEXPERIENCE World 2026)에서 지난해 대비 라인업이 강화된 가상 동반자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마주하는 복잡한 의사결정의 고비마다 최적의 경로를 제안하는 세 가지 페르소나, 즉 아우라(AURA)·레오(LEO)·마리(MARIE)를 전면에 내세운 것. 파스칼 달로즈(Pascal DALOZ)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제조·설계 엔지니어링 전 주기의 '디지털 혈맥'을 관리하는 전략적 조력자들”이고 정의했다.
다쏘시스템은 이러한 디지털 아키텍처를 잇기 위해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 △가상 시운전 △로보틱스 △AI 통합 등 7가지 핵심 모듈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단일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완성했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과 진행 중인 SDF 프로젝트는 이 모든 가설을 실증적 실체로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계 단계의 데이터가 제조실행시스템(MES) 영역까지 흐르는 ‘디지털 연속성’이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아이디어부터 과학적 검증까지...제품 개발 전 주기 메우는 ‘AI 멘토’
지난해 최초 공개돼 다쏘시스템 비전의 초석을 다진 아우라는 가능성 탐색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아우라의 핵심은 단순한 컴퓨터지원설계(CAD) 기능의 자동화가 아니다. 설계·검증·협업의 파편화된 과정 속에서 흩어진 맥락을 한데 모아, 엔지니어가 지금 이 순간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를 명확히 인지하게 돕는 관제탑 역할을 수행한다.
쉽게 말해 요구사항 명세서부터 과거 변경 이력, 관련 기술 문서, 최초 설계 의도 등 각종 정보를 단일 화면에서 통합 구현한다. 아우라는 이를 바탕으로 엔지니어에게 다음 단계의 최적 선택지를 제안하며,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설계로 진화하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레오는 아우라가 펼쳐놓은 아이디어를 실제 세상의 물리적 법칙과 맞닿게 하는 현실 구현 스페셜리스트다. 레오는 아이디어가 단순한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조 현장의 제어 로직과 물리적 한계를 통과하도록 돕는 엔지니어링 동반자다.
엔지니어가 여러 설계 대안을 놓고 고민할 때, 레오는 가상 환경에서 강도·중량·공차 등의 조건을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특히 제조성(Manufacturability)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더 합리적인지에 대한 판단 근거를 데이터로 정리해 제시한다. 즉, 설계도가 실제 공장에서 가동되는 모델이 되도록 다듬어주는 조수다.
마지막으로 마리는 ‘과학 기반 학습’에 특화된 캐릭터다. 소재 공학, 화학적 물성, 환경 규제 등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과학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다. 가변적인 제조 환경 속에서 소재의 특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혹은 갈수록 엄격해지는 탄소 배출 및 지속가능성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어떤 변수를 수정해야 하는지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안내한다.
마니쉬 쿠마(Manish KUMAR) 솔리드웍스 최고경영책임자 겸 연구개발 부사장은 “마리는 특히 공정 조건이 바뀌면 제품의 내구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와 같은 고난도 질문에 대해 다쏘시스템이 축적해온 방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해 즉각적인 예측 시나리오를 제시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규제 대응과 소재 혁신이 필수적인 모빌리티 및 하이테크 제조 분야에서 기업들이 마주할 리스크를 가상 세계에서 미리 제거하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디지털 멘토로의 활약 가능성을 예고한다.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아우라’ △현실적 제조 타당성을 확보하는 ‘레오’ △과학적 정밀도와 규제 대응을 책임지는 ‘마리’로 이어지는 ‘동반자 트리오’. 이들은 제품 개발의 전 단계를 메우는 데 특화된 다쏘시스템 기술 비전의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받는다.
목종수 컨설턴트는 “복잡해진 글로벌 제조 생태계에서 개별 엔지니어의 역량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러한 관점은 AI와 가상화 기술이 결합된 지능형 시스템이 의사결정을 단계별로 밀착 지원하는 자율제조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다쏘시스템은 이러한 가상 동반자의 협동이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제조 생산성을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제조 AX의 진정한 임계점을 돌파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이다.
특히 이렇게 구축된 디지털 트윈은 AI 품질 검사 시스템과 연동된다. 예를 들어, 작업자가 볼트를 빠뜨리거나 조립 순서를 틀릴 경우 증강현실 가이드를 통해 즉각 경고를 보낸다. 이로써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결과적으로 생산 계획과 현장 실행이 하나의 순환 구조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공정의 운영 효율성을 20~30%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는 게 사측의 청사진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