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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규의 헬로BOT] ‘테미스’가 쓰는 휴머노이드 기준...상용화 문턱 넘는 마지막 한 조각? ‘작업 완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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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시장에서의 주목 포인트는 더 이상 보행이 아니다. 사람처럼 걷고 균형을 잡는 장면만으로는 상용화 수준을 설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금 산업계와 학계가 집중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사람이 실제로 활동하는 공간에서 쓸 만한 가치를 발산하는가다.

 

자넷 보그(Jeannette Bohg)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로봇이 아직도 낮은 수준의 감각 운동 제어(Low-level sensorimotor control)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문손잡이를 돌리는 정도의 세밀한 동작도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고 짚었다.

 

이 지적은 휴머노이드의 평가 기준이 왜 이동에서 조작(Manipulation)·작업(Task)으로 옮겨가는지를 보여준다. 사람이 실제로 활동하는 공간은 걷기 위한 평지만 있는 곳이 아니다. 문을 열고, 물체를 집거나 위치를 바꾸고,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다음 동작으로 수행해야 한다.

 

다니엘라 러스(Daniela Rus)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소장도 비슷한 문제 의식을 내놨다. 그는 공식 자료에서 “손재주는 정말 어려운 문제(Dexterity is a really hard thing)”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로봇을 화성에 보내는 것보다 식사 뒤 식탁을 치우게 하는 일이 더 쉽지 않다(It’s easier to send a robot to Mars than it is to get that robot to clear your dining table after your meal)”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로봇 이동 기술은 오랫동안 축적돼 왔지만, 물체와 접촉하고 환경 속에서 조작을 끝까지 수행하는 능력은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과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2월 미국 휴스턴에서 만난 샤오광 장(Xiaoguang Zhang) 웨스트우드로보틱스(Westwood Robotics) 설립자 겸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자사 차세대 휴머노이드 플랫폼 ‘테미스(THEMIS)’의 2.5세대(Gen2.5)를 공개했다.

 

 

그는 이 로봇을 ‘움직이면서 작업 가능한(Can manipulate on the move) 상용 풀사이즈 휴머노이드’라고 규정했다. 이 역시 휴머노이드의 기준이 이동에서 작업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샤오광 장은 앞으로의 로봇 경쟁력을 특정 부위·부품이 아닌 ‘전체 시스템’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는 실세계 안 변동성(Real-world variabilities), 즉 예측하기 어려운 실사용 환경의 변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관점이다. 그만큼 더 높은 수준의 지능과 더 강한 설계, 더 견고한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 “사람과 함께하는 ‘작업 기계’로 재정의해야”

 

샤오광 장 CEO는 자사 강점을 손(Hand)·팔(Arm)·구동부(Actuator) 등 단품 성능에만 국한되지 않는 확장성으로 강조했다. 핵심은 하나하나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아닌, 통합 체계라고 못 박았다.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비정형 과업을 유연하게 수행하는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 이 과정에서 테미스를 인간형 기계로 포지셔닝하기 보다, 이동·조작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상용 작업 시스템으로 고도화할 것이라는 포부도 덧붙였다.

 

그는 현시점 휴머노이드의 가장 큰 난제로, 실사용 환경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변수를 꼽았다. 장 CEO는 “현장은 늘 달라지고, 물체의 상태와 위치는 비고정 상태며, 예기치 않은 변화가 계속 발생한다”고 역설하며 “휴머노이드는 이 같은 변수 덩어리 조건에서 멈추지 않고 다음 동작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기술적 지향점을 밝혔다.

 

전통적 산업·공장 자동화(FA) 기술이 상대적으로 고정된 공정과 반복 동작에 최적화돼 왔다면, 휴머노이드는 그 바깥의 환경을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지점에서 그는 웨스트우드로보틱스를 ‘풀스택 회사(Full-stack Company)’로 규정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따로 가동할 수 없고, 한쪽을 고도화하면 다른 한쪽의 병목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는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경쟁 방향이 단일 스펙에서 통합 설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풀스택 구조의 운영 기술 체계로 제시된 것이 ‘AOS(AI augmented humanoid OS)’다. CEO는 이를 모듈형 스택으로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전신 이동·작업 통합 제어기(Whole-body Loco-manipulation Controller)’는 이동·조작을 하나의 전신 동작으로 통합하고, 전체 내비게이션 스택(Full Navigation Stack)는 환경을 감지·지도화하며 공간을 이해한다.

 

보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없애다...‘변수투성이’ 실환경을 버텨내는 근육

 

이 플랫폼은 웨스트우드로보틱스가 개발한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 소프트웨어 스택이다. 로봇이 이동, 길찾기, 물체 인식, 작업 수행을 한데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 체계가 바로 이 플랫폼이다. 전신 이동·작업 통합 제어기, 내비게이션 모듈(Navigation Module), 상호작용 모듈(Interaction Module) 등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가 활동하도록 돕는다. 실제 공간에서 균형을 잡고 움직이면서,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목표 대상을 파악해 곧바로 작업까지 이어가도록 설계됐다.

 

특히 상호작용 모듈 안에는 ‘객체 중심 시각·행동 모델(OC-VAM)’이 들어간다. 이 모델은 휴머노이드가 눈앞의 물체를 어떻게 집고 옮기고 다뤄야 할지 곧바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샤오광 장은 이를 두고 “목표 대상을 빠르게 파악한 뒤, 작업을 끝내기 위해 어떤 동작을 이어가야 하는지까지 연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테미스 가동 모습. (촬영·편집· : 휴스턴(미국)=헬로티 최재규 기자)

 

결국 로봇이 ‘보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끊기지 않아야 실제 현장에서 멈춤 없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최근 6개월 동안의 기술 진전을 언급하며, “현재 2.5세대에서 기존 대비 효율을 8배 높였다”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공간을 통과하라, 가장 일상적인 공간부터 정복한다

 

인터뷰 현장에서 샤오광 장 CEO가 문·서랍·엘리베이터를 반복해 언급한 이유는 단순한 예시 차원이 아니었다. 휴머노이드의 범용성이 실제 시장에서 검증되려면, 사람이 만든 건물과 설비 환경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통과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먼저 입증돼야 한다는 판단이 전제돼 있었다.

 

이 같은 시각은 향후 자사 휴머노이드 플랫폼 적용처 선정으로도 이어진다. 이 가운데 제조 분야는 중요한 응용처 가운데 하나지만, 웨스트우드로보틱스가 현재 우선순위로 잡은 영역은 의료 폐기물 처리와 물류다.

 

 

이는 반복 이동 운반, 물체 취급, 공간 통과가 한꺼번에 얽히는 업무부터 경제성·효용을 증명하겠다는 계산이다. 작업자의 실제 과업을 대신 수행하는 산업용 상용 기체로 자사 플랫폼을 전파하겠다는 방향성이다.

 

그는 플랫폼 가격 전략도 언급했다. 현재 기준 가격은 약 3만 달러(약 4500만 원) 수준이지만, 장기 목표는 2만 달러(약 3000만 원)다. 기술 시연에 머무는 플랫폼이 아니라, 순환 가능한 반복 도입·운용을 검토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Q.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Dassault Systèmes 3DEXPERIENCE World 2026)’에 등판했다.

그동안 다쏘시스템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지금도 자사 제품의 설계·시뮬레이션·검증 과정에도 다쏘시스템 제품을 활용하는 중이다. 올해 행사에 나온 이유도 단순히 휴머노이드의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관건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개발 단계의 정밀 설계, 가상 환경에서의 충분한 검증, 실제 도입까지 이어지는 안정적 연결이다. 이 세 요소가 맞물려야 비로소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고 본다. 자사 경쟁력도 같은 지점에 있다. 개발·검증·도입까지 이어지는 전체 체계를 얼마나 단단하게 갖추느냐가 상용화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Q. 한국 로봇 업계에서는 데니스 홍(Dennis Hong)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가 익숙한 이름이다. 당신도 그의 연구실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데니스 홍 교수는 UCLA 교수면서도 로봇 연구소 ‘로멜라(Robotics & Mechanisms Laboratory, RoMeLa)’ 창립 디렉터다. 그는 휴머노이드와 로봇 이동·조작 연구로 알려진 로봇공학자다. 나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스승이다. 그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다. 내가 UCLA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로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뿐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도 그에게 배웠다.

 

Q. 그 관계가 지금 웨스트우드로보틱스의 방향과도 이어져 있다고 봐도 되는지.

그렇다. 소형 휴머노이드 플랫폼 ‘브루스(Bipedal Robot Unit with Compliance Enhanced, BRUCE)’도 우리와 로멜라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나에게 그 경험은 휴머노이드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구현하고, 왜 이런 로봇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까지 세운 과정이었다. 그 안에서 배운 원칙은 명확하다. 결국 기술은 사람을 돕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도구를 만드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망치도 본래는 못을 박기 위한 도구다.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 역시 사람의 일을 돕고, 위험하거나 힘든 작업을 대신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웨스트우드로보틱스의 주요 비전·철학도 이를 토대로 한다.

 

▲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 발표 세션에 샤오광 장 CEO와 브루스가 등장했다. (촬영 : 휴스턴(미국)=헬로티 최재규 기자)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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