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집을 샀어야 했는데…."
최근 부동산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2022년에는 더 떨어질 것 같아서 기다렸다.
2023년에는 금리가 높아서 기다렸다.
2024년에는 정책이 바뀔 것 같아서 기다렸다.
2025년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은 집값보다 전세금과 월세가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집값이 아니라
기다린 시간 때문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매매가격이 아니다. 전세와 월세다.
사람은 집을 사는 것을 미룰 수는 있어도, 사는 곳을 미룰 수는 없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전월세가 먼저 움직이고,
그 뒤를 매매시장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시장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 따르면 서울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의 전세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서도 수도권 월세가격지수는
서울, 경기, 인천 모두 지난해보다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월세 100만원 이상 계약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거비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임대료가 올랐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최근 몇 년간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감소했고,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신규 공급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지금 시장에서는 '좋은 집'이 점점 희소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실수요자가 가장 먼저 체감한다.
서울 마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A씨는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을 수천만원 더 올려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원하는 집은 이미 계약이 끝났고, 남은 매물은 대부분 월세 전환
조건이 붙었다. 결국 그는 추가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선택을 고민하게 됐다.
반면 같은 시기 인근 아파트를 매수했던 B씨는
대출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 만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를 받을 일도 없다.
무엇보다 아이 학교를 옮길 걱정 없이 같은 동네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단순히 집값이 아니다.
주거의 안정성과 선택권의 차이다.
많은 사람들은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만 고민한다.
하지만 실제로 가계에 더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매년 오르는 전세금과 월세, 반복되는 이사 비용, 중개보수,
생활권 변경에 따른 시간과 비용일 수 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시장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세를 계속 올려줄 바에는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 여러 차례의 부동산 사이클에서도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회복의 출발점이 된 사례는 적지 않았다.
물론 모든 집이 오르는 시대는 아니다.
앞으로는 입지와 상품성이 시장을 더욱 크게 갈라놓을 것이다.
일자리가 가까운 곳.
교통망이 확충되는 곳.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곳.
새 아파트이거나 새 아파트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곳.
이런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집을 사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세차익을 기대해서만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좋은 부동산은 가격이 비싼 부동산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부동산이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집값이 오를까?"가 아니다.
"2년 뒤에도 나는 원하는 곳에서 지금과 같은 비용으로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면,
지금의 전월세 시장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월세 상승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임대료 상승이 아니다.
좋은 부동산의 희소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신호이며,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은 언제나 조용히 움직인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움직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