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 지속가능성 규제 완화 압박…“기업 부담 땐 필요한 모든 조치”

2026.08.18 10:24:44

이동재 기자 eled@hellot.net

CSDDD·CSRD 역외 적용·이중 중대성 문제 제기…미 기업 대상 실사·제재 제한 요구

 

미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실사·공시 규제가 미국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규제를 추가로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미국 상거래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주유럽연합 미국대표부(U.S. Mission to the European Union)의 미국 정부 의견서에 따르면, 미국은 EU가 추진한 지속가능성 규제 간소화 조치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CSDDD)과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CSRD)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특히 두 지침의 역외 적용 범위와 기업 공급망에 부과되는 비용 부담이 큰 실사 의무를 문제로 꼽았다. EU가 적용하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원칙도 미국의 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 중대성은 지속가능성 문제가 기업의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기업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CSDDD의 광범위한 역외 적용으로 EU 시장에서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미국 기업과 공급업체까지 부담을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EU가 미국 기업에 적용되는 CSDDD와 CSRD의 보고·실사 의무를 대폭 제한하고 미국 기업에 대한 집행 조치 역시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CSDDD 적용 대상을 미국 기업의 EU 내 자회사나 EU 내 사업 파트너로 제한하고, 적용 대상 상품과 서비스도 EU에서 발생한 거래를 중심으로 좁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벌금 산정 방식에 대해서도 미국은 EU 밖에서 발생한 매출을 기준으로 미국 기업이나 미국 기업의 EU 자회사에 제재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미국의 규제·거버넌스 체계가 충분히 강력하다는 점을 들어 미국을 CSDDD상 '위험이 미미한 관할권'으로 지정하고, 높은 수준의 규제 체계를 갖춘 국가에서 영업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추정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EU는 앞서 옴니버스 I(Omnibus I) 간소화 조치를 통해 CSDDD와 CSRD의 적용 범위와 기업 의무를 크게 줄였다. 현재 CSDDD는 EU 기업의 경우 원칙적으로 전 세계 순매출 15억 유로 이상이면서 직원 5000명 이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비EU 기업은 EU 내 순매출 15억 유로 이상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따르면 관련 개정 지침은 2026년 2월 채택돼 같은 해 3월 발효됐다.

 

ESG투데이는 이 같은 간소화 과정에서 CSDDD의 기존 직원 기준이 1000명 초과에서 5000명 이상으로 높아지고 기후 전환 계획 수립 의무가 삭제됐다고 전했다. CSRD 역시 의무 공시 데이터 항목이 대폭 축소됐으며,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EU 기업 수도 약 1만개에서 약 1200개로 줄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조정만으로는 역외 규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압박은 미국과 EU가 2025년 8월 합의한 상호적이고 공정하며 균형 잡힌 무역에 관한 기본합의(Framework on an Agreement on Reciprocal, Fair, and Balanced Trade)의 후속 성격도 갖는다. 당시 EU는 CSDDD와 CSRD가 대서양 횡단 무역에 과도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한편 높은 수준의 자체 규제를 보유한 비EU 국가 기업에 대한 미국 측 우려를 해소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의견서에서 CSDDD에 의무적인 넷제로(net zero) 기후 전환 계획이나 관련 요건이 다시 포함돼서도 안 된다고 요구했다. EU가 미국 측 우려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미국 상거래에 가해지는 불합리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을 취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앤드루 퍼즈더(Andrew Puzder) 주유럽연합 미국대사는 “역외 적용 조항은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다”라며, “그러나 피해를 입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며 EU가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 지침들은 EU 안팎의 모든 규모 기업에 부담을 지우고 결국 그 비용은 유럽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Copyright ⓒ 첨단 & Hellot.net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