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즈업] “게임 대신 AI채팅, 종이책 대신 텍스트힙” 잘파세대 데이터가 그린 초상

2026.07.21 16:04:33

구서경 기자 etech@hellot.net


kt 밀리의서재, 기록 남기는 회원 독서량 2배...텍스트힙이 이끈 디지털 독서
마인드로직, 월 900억 토큰 사용...AI 브랜드·모델까지 골라 쓰는 잘파세대
아이지에이웍스, 무신사·토스엔 몰리고 당근은 덜 쓴다...잘파 집중도로 본 소비 지형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AI 네이티브로 불리는 잘파세대가 콘텐츠 소비와 기술 활용 방식 전반에서 이전 세대와 뚜렷이 다른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영상 위주의 소비가 당연시되던 흐름 속에서도 텍스트와 독서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문화가 확산되고, 생성형 AI는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일상 전반을 관통하는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소비에서도 온라인 탐색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경험까지 함께 요구하는 성향이 짙어지면서 이러한 잘파세대의 행동 변화를 실제 데이터로 이해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5일 kt 밀리의서재, 마인드로직, 아이지에이웍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데이터로 읽는 2026 상반기 트렌드 : 잘파세대가 바꾸는 새로운 일상' 미디어 세미나에서 세 기업은 각자 보유한 실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잘파세대의 실제 모습을 조명했다. 1997년생부터 2024년생까지를 아우르는 잘파세대는 향후 시장을 이끌 핵심 소비층으로 꼽히며 기업들에게는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고객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먼저 kt 밀리의서재 무제한독서팀 이신형 팀장은 10년간 누적된 1000만 회원의 독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잘파세대의 디지털 독서 문화를 소개했다. 밀리의서재 회원의 월평균 독서량과 독서 시간은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나타난 한국 성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 팀장은 한국 성인의 독서율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 속에서도 20대 독서율은 소폭 상승했으며 종이책보다 전자책 독서 비율이 더 높아졌다고 밝히며 "잘파세대에게 디지털 독서가 본격화됐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 팀장은 잘파세대 독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텍스트힙'을 꼽았다. 그는 "영상 위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잘파세대에게는 오히려 텍스트라는 것 자체가 특별하고 힙한 문화로 느껴지는 것 같다"며 "책을 읽으면 자신이 좀 더 멋있어 보인다는 감각이 있고, 이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아 SNS에서 책을 추천하거나 감상을 나누는 문화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온라인 문화가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사례로, 최근 서울국제도서전에 16만 명이 방문했다는 점도 소개됐다.

 

밀리의서재의 누적 하이라이트는 4억 건, 누적 한 줄 리뷰는 100만 건을 넘어섰다. 이 팀장은 "기록을 남기는 회원과 그렇지 않은 회원의 독서량은 약 2배 차이가 나고 기록을 시작한 시점에는 독서율이 약 38% 높아지며, 이후 기록을 중단해도 기록 전보다는 약 20% 높은 독서율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는 10대가 몰입감 있고 재미있는 스토리 위주로 소설을 선호한 반면, 20대는 지난해부터 서비스된 세계문학전집 등 고전에 관심을 보였다. 이 팀장은 "AI 시대에 오히려 본질로,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밀리의서재는 오디오북, 챗북, 오브제북, 도슨트북 등 2차 콘텐츠와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넘나드는 '페어링' 기능을 통해 독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으며, 요약 콘텐츠 역시 "완독의 부담을 줄이고 완독으로 가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마인드로직 김진욱 대표는 생성형 AI 플랫폼 '팩트챗'의 실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잘파세대의 AI 활용 방식을 소개했다. 마인드로직은 2018년 딥러닝 기반 대화형 AI로 구글 어시스턴트 글로벌 톱5에 오른 이력을 시작으로 2021년부터 자체 LLM과 RAG 기술을 상용화해온 업체로, 2023년 이수만 프로듀서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약 80여 개의 AI 모델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팩트챗은 유료 사용자 약 50만 명 중 상당수가 대학생이며 지난달 기준 월 약 900억 토큰이 사용됐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김 대표는 "나이 든 사람들은 생성형 AI를 구글 검색하듯 쓰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이를 운영체제처럼 쓴다"는 인용과 함께 잘파세대의 AI 사용법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골라 쓰는 세대'로, 그는 "지난해 7월에는 오픈AI 서비스가 토큰 사용량 기준 약 70%를 차지하며 독보적이었지만, 12월 무렵 제미나이가 올라오고 올해 들어 클로드가 치고 올라오면서 올해 상반기 들어 클로드 사용량이 오픈AI를 넘어서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이미지·영상으로'였다. 그는 "사용자당 이미지 생성 개수가 작년 7월 대비 약 3배 늘었고, 영상 생성 기능 역시 도입 후 약 6개월 만에 사용량이 약 3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셋째는 '길게 파고드는 대화'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세션당 대화 데이터량이 약 3배 증가했고 10턴 이상 주고받는 대화 비율도 약 40%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넷째는 '검색창이 아닌 작업 운영체제'로, 파일 첨부와 PPT 자동 생성, 통계 데이터 분석 기능 등을 폭넓게 사용하는 경향을 소개했다. 다섯째는 '만들어 쓰는 세대'로, 김 대표는 "잘파세대는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쓰되, 손가락을 거의 까딱하지 않고 만드는 방식을 선호하는 세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지에이웍스 전사 마케팅팀 유경원 팀장은 모바일 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인사이트'의 실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잘파세대의 모바일 행동 변화를 발표했다. 유 팀장은 이번 발표를 위해 앱 내 잘파세대 비중을 통계청 기준 잘파 인구 비중(약 20%)으로 나눈 '잘파 집중도' 개념을 새로 제시하며 "3배를 넘으면 사실상 잘파세대 전용 앱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는 지난 1년간 전체 사용시간이 25.4억 시간에서 26.4억 시간으로 늘어난 반면 게임 사용시간은 계속 줄었고, AI채팅 업종 MAU는 81%, 개인방송 업종은 50% 늘었다. 잘파세대 관점에서는 이 흐름이 더 뚜렷해, 개인방송 앱 '치지직'의 잘파 집중도는 3.5배(잘파 비중 약 71%), AI채팅 앱 '크랙'은 4.4배(잘파 비중 약 89%)로 나타났다. 유 팀장은 "AI채팅 앱 '제타' 이용자의 월 사용시간은 약 38.6시간으로 모바일 게임 전체 평균(32시간)보다 많고 이 앱 이용자 페르소나 1위가 게임 상위 10% 유저였다"며 "게임을 가장 열심히 하던 잘파세대가 AI채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챗GPT의 MAU가 1년 사이 63% 늘었으며 챗GPT 안에서 잘파세대의 집중도는 약 2.0배로 3040세대(1.6배)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 팀장은 "잘파세대에게 AI는 도구이자 친구로 동시에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소비와 뷰티 부문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무신사(잘파 비중 59%, 집중도 2.9배)와 올리브영(잘파 비중 49%, 집중도 2.4배)의 잘파 집중도가 높게 나타난 반면, 온라인 중심의 당근은 집중도 1.6배로 3040세대의 이용 비중이 오히려 더 높았다. 유 팀장은 "쿠팡이 전 연령의 장보기 앱이라면 무신사는 잘파세대의 자기표현 플랫폼"이라며 "3040세대가 실용을 추구한다면 잘파세대는 자기 취향이 확고한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 부문에서는 토스의 잘파 집중도가 2.2배로 5대 시중은행 앱 평균(1.3배)보다 1.7배 더 밀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증권 앱 M-STOCK은 전체 MAU가 63% 늘어난 가운데 잘파세대의 증가율이 97%에 달했다. 유 팀장은 "잘파세대의 자산 형성이 본격화되는 5~10년 뒤에는 이들이 금융의 주 고객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팀장은 모바일 행동 데이터를 통한 예측 가능성도 소개했다. 그는 "잘파세대는 서비스를 이탈할 때 반드시 대체재로 갈아타며, 이런 흐름은 이탈 약 2주 전부터 사용시간 변화로 감지된다"고 말하며 게이머·스트리머형, 투자 얼리어답터형, 자기표현 쇼퍼형 등 서로 다른 행동 클러스터로 잘파세대를 세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데이터는 잘파세대가 독서와 AI, 소비 전반에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택하고 몰입하는 세대라는 점을 보여줬다. 게임에서 AI채팅으로, 종이책에서 텍스트힙으로, 실용 소비에서 자기표현 소비로 옮겨가는 흐름은 아직 진행형이며 그 방향을 먼저 읽어내는 기업이 다음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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