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1편에서 만난 고교 로봇 연합팀 터틀리스(TURTLESS)는 학생 로봇팀의 익숙한 공식에서 조금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로봇을 만드는 학생이 3차원(3D) 설계 도면과 로봇 시스템 고도화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작업대 옆에서는 기업에 보낼 후원 제안서가 다듬어졌고, 경기장에 나갈 기체만큼이나 팀의 정체성·철학·언어·지속가능성도 같이 설계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생은 어디서 처음 로봇을 본인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답은 연구실보다 경기장이다. 손바닥만 한 명찰을 목에 걸고, 자기 팀 로봇을 들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경기장 앞으로 나오는 순간. 이러면 로봇은 더 이상 교재 속 그림도 책상 위 조립품도 아니게 된다. 넘어지면 다시 세워야 하고, 동작이 꼬이면 그 자리에서 고쳐야 하는 ‘내 로봇’이 되는 것.
지난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전시장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서울AI로봇쇼(2025 Seoul AI Robot Show)’ 현장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국제로봇스포츠연맹(FIRA)·대한로봇스포츠협회(KRSA)가 함께 마련한 ‘FIRA 인비테이셔널 컵 서울 2025(FIRA Invitational Cup Seoul 2025)’다.
이 자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은 양궁·스프린트·역도·비석치기 등 종목을 거쳤다. 활을 겨누고, 달리고, 바벨을 들고, 목표물을 향해 몸을 움직여야 했다. 겉으로 보면 일반적인 로봇 스포츠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학생은 로봇이 왜 휘청이는지, 타이밍이 맞지 않는 이유가 뭔지, 가동이 계획처럼 구현되지 않는 요소가 어떤 것인지 등을 지속 확인해야 했다. 경기는 몇 분 안에 끝났지만, 학생은 그 몇 분을 위해 로봇의 자세·균형·동작을 손보면서도 소프트웨어까지 최적화해야 한다. 승패보다 로봇과 동화되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핵심.
당시 현장에서 만난 김태은 FIRA 사무국장이 강조한 부분도 이와 맞닿아 있다. 더 어려운 기술, 더 높은 수준의 경기만 좇으면 학생이 처음 들어올 문은 좁아진다는 그의 관점이다. 그래서 로봇을 잘 만드는 인재를 배출하는 대회보다, 로봇을 좋아하기 시작한 학생이 지속적으로 이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장을 지향한다.
1편이 학생 로봇팀이 기업과 만나는 순간을 조명했다면, 이번 장은 그 학생이 처음 로봇 생태계에 발을 들이는 경기장을 따라간다.
‘조준·보행·하중·타격’ 아슬아슬한 사중주, 다각적 역량의 한계 시험
학생 입장에서 휴머노이드를 경기장에 세우는 과정은 쉽지 않다. 실제로 현장에서 각 종목이 요구한 기술은 서로 다르다. 학생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조준·보행·하중·타격 등 동작으로 모두 구현해야 했다.
역도는 각 팀이 준비한 역기를 로봇이 들어 올리는 종목이다. 이때 바벨은 CD로 만든 원반형 무게추를 달았고, 로봇은 출발선에서 이동해 역기를 잡은 뒤 무릎 높이까지 들어 올린다. 이내 다시 제자리로 걸어가 머리 위로 올린 상태로 마지막 선까지 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대상물을 들어올리는 가반하중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중이 가해지는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이동하는 기술을 보는 과정이다.



▲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어 스프린트는 기록 경기다. 로봇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다시 방향을 바꿔 출발선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직선으로 빠르게 걷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방향 전환 이후에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보행 리듬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학생팀이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은 속도·안정성 사이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정밀도를 시험하는 양궁도 있다. 로봇은 총 다섯 차례 화살을 발사했고, 과녁 위치에 따라 점수를 얻었다. 가운데 5점, 바깥쪽 3점, 더 외곽은 1점으로 나뉜 구조다. 이 종목에서는 발사 장치만큼이나 로봇의 상체 자세와 조준 안정성이 중요하다. 조금만 균형이 흔들려도 발사 각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대회는 다양한 형태(Form-factor)로 세분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동성을 평가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마지막으로 비석치기는 FIRA의 목적성을 보여주는 종목이다. 로봇은 비석 형태의 목표물을 쓰러뜨려 점수를 얻는다. 던지는 방식도 가능하고, 몸에 얹고 이동한 뒤 떨어뜨리는 방식도 가능하다. 결국 로봇은 목표물까지의 거리, 몸의 자세, 타격·낙하 동작을 함께 계산해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앞선 종목 대비 높은 완성도를 요구한다.
모든 종목은 두 차례씩 진행됐고, 각 종목 점수를 합산해 종합 순위를 가렸다. 중요한 것은 이 네 종목이 서로 연관됐다는 점이다. 종목별로 1·2·3위에 점수를 배정한 뒤 전체 점수를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지만, 한 종목만 잘하는 로봇보다 여러 조건을 고르게 소화할 수 있는 로봇이 종합 우승에 가까워진다.
당시 김 사무국장은 이 대목에서 한 팀당 하나의 로봇을 쓰는 원칙을 설명했다. 스프린트에서는 손이 가벼운 로봇이 유리하고, 역도에서는 역기를 들 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종목마다 손을 떼거나 구조를 바꾸면 같은 로봇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개별 경기는 뛸 수 있어도 종합 순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종합 우승을 하고 싶다면 모든 요소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제작해야 한다”며 학생팀은 단일 기능에 최적화된 로봇만 만들 수 없다는 규칙을 분명히 했다. 경기 규칙 자체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여러 조건이 겹친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만들겠다는, 그리고 학생이 이러한 다각적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다.
일반 참관객에게는 활을 쏘고 역기를 드는 로봇이 먼저 보이겠지만, 학생에게는 속도·균형·정밀도·하중·모션 등 설계가 한꺼번에 고려돼야 하는 과제 덩어리인 셈이다. 이 같은 로봇 스포츠는 학생이 휴머노이드의 몸을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실습장 역할을 했다.
‘로봇 러버’ 입문자를 끌어당기는 진로의 가교
김태은 국장이 해당 대회를 설명할 때 시종일관 꺼낸 기준은 기술 난도가 아니다. 더 빠른 로봇, 더 정교한 로봇, 더 높은 수준의 경기만 좇으면 대회 자체의 완성도는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처음 로봇을 접하는 학생이 들어올 공간은 좁아진다는 의견이다. 결과적으로 FIRA 주관 대회는 모두 인력 양성의 장이다.
최근 기자와 다시 만난 김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기술 관점에서 높은 수준으로 대회를 기획하면, 이 분야로 진입을 꿈꾸는 학생을 다양하게 끌고 오기 힘들다”며 본래 목적은 인력 양성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처음 로봇을 들고 경기장에 설 수 있어야 하고, 다음 대회에 다시 나올 수 있어야 하며, 더 높은 단계의 팀을 보며 자신의 진로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FIRA의 출발점 역시 이 방향과 맞닿아 있다. 김 사무국장은 FIRA가 30년 전 한국에서 시작된 로봇 스포츠 대회라고 언급했다. 초창기에는 로봇이라는 개념 자체를 대중에게 알리고, 대학·연구실 중심의 기술·방법론·접근법을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는 의미가 컸다. 경기장이 기술 공론화의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다양한 로봇 기술이 대중화된 지금, 대회가 맡아야 할 역할은 달라졌다고 그가 분석을 전했다. 대회가 기술을 보여주는 무대에서, 학생이 기술·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는 가교로 이동한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지금의 FIRA가 학생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모델을 지향한다고 했다. 로봇을 잘하는 소수만 남기는 대회보다, 로봇을 좋아하기 시작한 학생이 다음 단계까지 함께하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결과적으로 대회의 ‘플랫폼화’를 지향하는 비전이다. 대회는 며칠 동안 열리고 끝나지만, 그 안에서 만난 학생·지도자·대학팀·해외팀 등의 관계는 이후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생은 같은 경기장 안에서 자신보다 앞선 팀의 로봇을 경험하고, 다른 나라 참가자가 문제를 푸는 방식을 본다. 당장의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로봇을 계속하게 만드는 경험과 관계망이다.
이때 이들이 말하는 플랫폼은 거창한 시스템을 뜻하지 않는다. 학생이 처음 로봇을 들고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경기장, 대학팀·해외팀을 보며 다음 단계를 상상할 수 있는 장, 한 번의 참가가 다음 대회 준비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참가자가 로봇을 놓지 않게 만드는 구조다.
김 사무국장은 플랫폼은 커뮤니티에 가까운 생태계로 정의했다. 대회가 순위를 가리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참가 학생은 서로의 로봇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문제 해결 방식을 함께하면서, 몇 년 뒤 다시 다른 무대에서 만나는 순환 구조.
이러한 방식에 대해 그는 “실제로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서로를 계속 만난다. 대학교·기업뿐만 아니라, 향후 교수가 돼서도 다시 만나 협업하고 논문을 같이 쓰는 사례가 적지 않게 생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기조는 로봇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FIRA가 지향하는 로봇 스포츠는 사람과 로봇을 맞붙여 승패를 가르는 구도와 거리가 있다. 김 사무국장은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사람과 로봇이 각각 팀을 구성해 경쟁하는 미래 콘텐츠는 흥미롭다”며 “하지만 로봇을 인간의 상대로 세우기보다, 생태계가 협업해 만든 로봇을 인재가 배우는 대상으로 배치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이 때문에 FIRA에서 정의하는 ‘낮은 문턱’은 접근·참여·운영이 쉬운 대회가 아니다. 서로 다른 조건을 한 로봇에 담아야 하는 만큼 기술 과제는 가볍지 않지만, 대회가 처음부터 완성된 고급 인재만 선별하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학생이 지속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남겨두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 법이다.
그는 앞으로 FIRA의 규정·종목도 계속 손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더 많은 모터를 사용하고 더 높은 기량을 겨룰 수 있는 종목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기술 수준을 낮추겠다는 것보다, 학생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은 열어두되, 들어온 학생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도록 경기의 방향을 계속 조정하겠다는 확장된 메시지다.
수상 실적보다 오래가는 진짜 경험...미래 설계자를 향한 ‘걸음걸음’
지난해 FIRA 인비테이셔널 컵 서울에서 운영된 휴로컵(HuroCup)은 휴머노이드 로봇 종합 경기 리그다. 로봇이 다양한 스포츠형 과제를 수행하며 능력을 함께 겨루는 구조다. FIRA는 휴로컵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보행, 균형, 복합 모션 계획,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등 관련 연구를 촉진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휴로컵은 참가군과 기체 조건에 따라 휴로컵 주니어(HuroCup Jr.), 휴로컵 키드(HuroCup Kid), 휴로컵 어덜트(HuroCup Adult) 등으로 나뉜다. 키드·어덜트 부문을 두고 주니어는 학생 참여를 겨냥한 유스(Youth) 리그 성격으로 운영된다.
지난 서울 대회 주니어 리그에는 ‘피시비(PCB)’ 팀이 참가했다. 팀을 구성하는 박동욱·백지완·최동주 등 학생은 이 대회 종합 우승 뒤 “가장 따고 싶었던 게 종합 우승이었는데 이를 달성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로봇을 만드는 동안 힘들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항상 즐겁게 하고 있었다”고 답하면서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모션’을 꼽았다. 백지완 학생은 “로봇이 구동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션인데 로봇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 영역이 많이 복잡했다”고 전했다.
이 한마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경기가 학생에게 어떤 학습이 되는지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로봇은 걷고, 멈추고, 균형을 잡고, 물체를 들고, 과녁을 향해 자세를 고정하는 모든 과정에서 모션 최적화가 핵심이다.
학생은 로봇을 경기장에 세우는 순간부터 이 복잡성을 직접 마주한다. 로봇이 넘어지거나 타이밍이 어긋나면 원인을 다시 찾아야 하고, 같은 동작이라도 경기 종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수정해야 한다. 실제로 역도에서는 하중을 든 상태의 균형이 평가 항목 내 중심이다. 스프린트에서는 보행 리듬과 방향 전환이 중요하고, 양궁에서는 상체 자세와 조준 안정성이 점수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진로를 묻는 질문에는 로봇 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가장 좋아하는 로봇 폼팩터로는 휴머노이드를 꼽았는데, 이 대답은 대회 경험이 단순 수상 이력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학생은 경기장을 지나며 자신이 어떤 로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떤 분야로 가고 싶은지를 표현하고 있다.
해외 참가팀에게도 대회는 자신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훈련장이자, 다른 나라 팀의 수준을 확인하는 실전 무대로 보였다. 대만 단강대학교(Tamkang University 이하 TKU) 전기컴퓨터공학과 로봇연구팀 소속 후앙 춘카이(Huang Chun-Kai)는 대회에 대해 “우리 팀은 새로운 구성원이 합류한 상황이라, 이번에는 이들이 내년 FIRA 대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서울 대회에 참가했다. 이 같은 경험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쿠오 양 투(Kuo-Yang Tu) FIRA 회장 겸 대만 국립가오슝과학기술대학교(NKUST) 전기공학과 교수는 각 대회가 국제 교류 성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여러 국제 대회에 참가해 왔다. 각 대회는 국제적인 강팀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기본이고, 다른 팀들과의 협력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앞선 참가자들의 메시지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주니어 리그 학생에게 대회는 로봇을 본인 인생에 받아들이는 입문장이 된다. 대학·해외팀에게는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실전 훈련장이 되고, 지도자·연구자에게는 로봇 스포츠 커뮤니티의 방향을 확인하는 현장이 된다. 같은 대회 안에서 입문·훈련·교류·재도전이 함께 순환되는 것.
김 사무국장은 이런 흐름이 세계 대회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FIRA 등 기관이 주관하는 세계 대회는 보통 5일가량 이어진다. 대회가 중반에 접어들면 학생이 경기장 구석이나 바닥에서 잠을 자는 모습도 나온다. 로봇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밤새 고치고, 다음날 다시 경기장에 들고 나온다.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실패한 동작을 다시 고치는 시간이 대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러한 장면은 로봇을 꾸미는 일이나 단순 조립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대회는 완성된 실력을 확인하는 자리인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는 자리다. 학생은 그 안에서 다각적인 경험을 축적한다. 그래서 대회의 교육 효과는 강의실보다 경기장에서 더욱 드러나는 것이다. 로봇을 좋아하는 마음이 실제 기술 경험으로 바뀌는 순간은 로봇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때 시작된다.


▲ 스프린트 종목에서 각 선수들이 로봇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엎치락뒤치락하는 글로벌 로봇 싸움판, “교육 현장부터 손봐야”
FIRA가 학생을 경기장에 세운다고 해서, 학생이 저절로 로봇 인재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김태은 사무국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쉽게 가동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봤다. 로봇을 좋아하는 학생이 있어도,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 지도자·장비·예산·공간 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초·중·고등학교 학생이 대회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에서 지도자의 역할이 크다고 분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일반적인 코딩 수업이나 조립형 키트 수업보다 난도가 높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면서 보행 모션 및 균형 설정, 종목 규칙 기반 유동적 자세 설계 등을 구현하려면 교사 한 명의 열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생긴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FIRA 인비테이셔널 컵 서울 현장 참가팀은 학교·학원 기반 팀이 섞여 있었다. 정규 교육, 민간 교육, 지도자 개인 역량이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국내 로봇 인재 양성의 빈틈을 보여준다. 로봇을 좋아하는 학생은 많지만, 그 관심이 다음 대회와 다음 학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참여 경로가 필요하다. 이 배경에서 특정 지도자나 일부 교육기관의 역량에 기대는 구조만으로는 저변을 넓히기 어렵다. 김태은 사무국장이 언급한 ‘낮은 문턱’은 경기 규칙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이 로봇 학습 및 제작 경험을 이어갈 수 있는 교육 인프라의 문제로 이어진다.
김태은 사무국장이 강조한 다음 과제는 국내 대회 활성화다. 학생이 해외 세계대회까지 가지 않아도 학생이 반복해서 참가할 수 있는 국내 루트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한국에서도 로봇 스포츠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FIRA 대회는 해외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 국내 학생과 일반 관람객이 직접 접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FIRA를 앞세워 국내에서 로봇 대회를 더 활성화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향후 국내에서 한국 대표 선발전이나 예선 성격의 대회를 운영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세계대회가 열리는 도시와 별개로, 한국 학생이 국내에서 먼저 로봇을 검증하고 대표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 번의 초청 대회보다 중요한 것은 매년 학생이 돌아올 수 있는 일정한 장이다.
기술 환경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큰 사이즈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직접 제작하는 일이 아직 쉽지 않다고 봤다. 비용이 많이 들고, 부품 수급과 제작 역량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산 휴머노이드 플랫폼 등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기체가 늘어나면, 학생·연구자가 이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개발(R&D)를 시도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요한 점은 접근성 확대다. 비싼 기체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일부 팀만 휴머노이드에 접근하는 기존 구조로는 생태계 혁신이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 많은 학생이 플랫폼을 손에 쥐고 모션·제어, 종목별 응용을 실험하는 구조가 인재 양성에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기체 가격이 낮아지면 학생은 ‘그 로봇으로 무엇을 만들고 개선할 수 있느냐’에 더 집중할 수 있다.


▲ 각종 로봇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자체 제작 로봇을 들고 나오기도 하지만, 시판 제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한국 팀의 현재 성적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과 현실을 함께 말했다. 당장 모든 종목에서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흐름은 언제든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때 일본이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앞섰고, 한국이 두각을 보이던 시기도 있었으며, 지금은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국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술 경쟁은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며, 한국도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때 관건은 학생이 대회 경험을 다음 학습과 진로로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초·중·고 학생은 대학팀을 보며 다음 단계를 상상하고, 대학팀은 해외팀과 겨루며 더 높은 기준을 확인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참가자는 대학원생, 기업 연구자, 교수, 지도자가 돼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온다.
김 사무국장은 실제로 학생이 성장한 뒤 서로 다시 만나는 사례를 강조했다. 대회에서 만난 인연이 대학과 기업, 연구 현장에서 협업으로 이어지고, 논문과 프로젝트로 다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발 앞서 FIRA가 커뮤니티를 강조한 이유다. 대회는 며칠 만에 끝나지만, 그 안에서 생긴 관계는 다음 세대의 로봇 인재를 다시 경기장으로 데려온다.
이 흐름은 1편에서 다룬 터틀리스(TURTLESS)의 사례와도 이어진다. 팀의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설계한 학생 로봇팀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그보다 앞선 곳에는 로봇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기장 경험, 다시 나오고 싶게 만드는 커뮤니티, 다음 단계의 팀을 보며 진로를 상상하는 시간이 있다.
봇규의 한마디
로봇을 좋아하는 ‘첫 경험’, 넘어진 로봇을 다시 세우는 ‘첫 실전’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