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코리아, 14일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2026'서 자율형 기업 비전 발표
삼성전기, 국내 최초 SAP 프리미엄 서플라이어 기반 S/4HANA 전환…다운타임 76%↓
얀 벙커트 CRO "쥴·자율형 스위트·비즈니스 AI 플랫폼이 자율형 기업의 핵심 축"
SAP코리아가 AI가 기업 운영의 전면에 나서는 자율형 기업(Autonomous Enterprise) 시대를 선언했다. SAP코리아는 지난 14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2026'을 개최하고 미디어 브리핑에서 비즈니스 컨텍스트와 AI를 연결한 실행 중심의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얀 벙커트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 부문 최고매출책임자(CRO)는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깊이 있는 프로세스 및 산업 지식'과 '의미가 풍부한 비즈니스 데이터', '엔터프라이즈급 거버넌스'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율형 기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사용자가 여러 시스템을 오갈 필요 없이 질문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단일 관문인 '쥴', 재무·구매·공급망·HR·고객 영역을 하나로 연결해 기업의 일상을 운영하는 'SAP 자율형 스위트', 산업별 규제와 프로세스를 내재한 'SAP 인더스트리 AI'를 꼽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의 기반에 비즈니스 컨텍스트와 통합 데이터, 거버넌스를 하나로 제공하는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이 있다고 설명하며 에이전트 주도 전환을 통해 기업이 비즈니스를 멈추지 않고도 자율형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국내 최초로 SAP 프리미엄 서플라이어 기반 SAP S/4HANA 전환을 이끈 박준호 삼성전기 그룹장이 전환 여정을 공유했다. 박준호 그룹장은 재무·물류 ERP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것보다, ERP와 SCM, BW가 저마다 다른 레거시 생태계에서 쌓아온 데이터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고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보안에 대해서는 삼성SDS와 4년간 쌓아온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눈높이가 맞는 보안 절차를 만들었다고 밝혔으며, SAP 쥴을 활용해 특정 모듈에 20년 가까이 컨설팅해온 전문가도 찾지 못했던 답을 1분 만에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차세대 ERP 구축은 표준화 등 선행 작업에 2년, 본 구축에 7개월이 걸렸으며 투입 인력은 약 70명 규모로, 과거 글로벌 ERP 프로젝트 대비 기간과 인력 모두 절반 수준으로 단축됐다.
박준호 그룹장은 AI가 모든 것을 대체해줄 것이라 믿었던 초기 기대와 달리, 결국은 사람과 AI 시스템이 함께 협업하는 휴먼 인 더 루프 체계가 맞는 방향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성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며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영역은 AI가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프로세스 자체가 경쟁력이 없으면 AI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한계가 있다며 경쟁력 있는 프로세스만 갖춰지면 AX는 사람과 AI, 시스템이 각각 잘할 수 있는 일을 분류하는 간단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AI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 우려에는 시스템 비용을 코어와 UX 영역으로 나눠 여러 화면을 오가며 데이터를 내려받던 기존 업무 방식이 AI로 단순화되며 효율화가 가능해졌다고 답했다. 매출 증대율이나 인력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질문에는 경영 수치를 구체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 인력으로 늘어난 비즈니스를 소화하며 인당 매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하경남 SAP코리아 고객자문부문 부문장이 자율형 기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발간된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 조직의 97%가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갖췄다고 답한 기업은 5%에 불과하며, 가트너는 2027년까지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가 중단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소개했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답변을 잘하는 AI가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AI'라며 이를 위한 다섯 가지 요건으로 '정제되고 거버넌스가 적용된 AI 레디 데이터'와 '비즈니스 맥락 이해', '엔드투엔드 프로세스 내 실행', '예외 감지 및 처리', '거버넌스와 가시성'을 제시했다. 자율 실행이 늘어날수록 통제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본체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지훈 SAP코리아 가치자문본부 본부장은 실제 데모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결산이나 성과 분석 같은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사람은 예외 상황과 최종 승인에 집중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그는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며 회사 내에서 활동 중인 에이전트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위험 등급을 평가해 관리자가 최종 승인하는 체계, 그리고 모델별 사용량과 운영 비용을 가시화하는 관리 체계를 소개했다. 이상이 감지된 에이전트는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감지해 조기에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하경남 부문장은 클로징에서 SAP가 강조하는 세 가지 강점으로 50년간 축적된 비즈니스 맥락과 프로세스 지식, 분석·실행·통제가 하나로 연결된 통합 플랫폼, 앤스로픽과 엔비디아, 오픈AI, 구글 등과 협력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꼽았다. 해외 사례로는 170년 역사의 리바이스가 기존 9개 ERP 인스턴스를 하나의 SAP S/4HANA로 통합하고 1천 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최대 5일 걸리던 도매 주문 처리를 20~30분으로 단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업들에 데이터가 AI를 활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 점검하고 하나의 프로세스부터 자율화를 실행해보며 AI 도입 이후의 운영 체계 로드맵을 함께 그려나갈 것을 권했다.
SAP코리아는 이번 행사를 통해 자율형 기업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업 운영 방식 자체의 전환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삼성전기 사례가 보여주듯 데이터 통합과 프로세스 표준화라는 기초 작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도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자율형 기업으로의 전환이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얼마나 확산될지 주목된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