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즈업] 자이스가 대한민국 용인에 반도체 전진기지 세운 이유는?

2026.07.15 17:06:21

김재황 기자 eltred@hellot.net

창립 180년 만에 한국에 첫 반도체 협업 거점 마련
기술 협업 공간으로 한국 고객과 밀착 대응 기대

 

독일의 정밀 광학 기업 자이스(ZEISS)가 지난 7월 10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자이스 반도체 이노베이션 센터 오픈 미디어 데이'를 열고 경기도 용인 서플러스 글로벌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 내에 개소한 자이스 반도체 이노베이션 센터(ZEISS Semiconductor Korean Innovation Center, ZSKIC)를 공식 소개했다.

 

자이스 반도체 사업부 최초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로 문을 연 ZSKIC는 총 350㎡ 규모의 클린룸을 갖추고, 포토마스크·웨이퍼 계측·첨단 패키징 분야의 최신 장비를 구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자이스 본사(독일)에서 직접 방한한 반도체 팹 솔루션 부문장 카롤리네 피그돈 박사(Dr. Karoline Piegdon), 첨단 패키징 부서장 미하엘 헨쉘 박사(Dr. Michael Hentschel), 그리고 2013년부터 한-독 반도체 사업의 가교 역할을 맡아 온 매튜 윌슨 부사장(Matthew M. Wilson)이 참석해 센터의 전략적 의미와 핵심 기술을 직접 설명했다.

 

"독일의 기술을, 한국의 속도로"…자이스가 용인을 택한 이유

 

 

매튜 윌슨 부사장은 발표 첫머리에서 "왜 한국인가, 왜 용인인가"에 대한 답을 직접 꺼냈다. 전 세계 4만 7천여 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자이스는 소비자(안경·카메라 렌즈), 의료(스마일 라식·수술 현미경), 산업 품질·연구, 반도체 제조 기술(SMT) 등 4개 사업 분야를 운영하며, 한국은 이 모든 분야가 동시에 활성화되어 있는 몇 안 되는 시장이다. 특히 SMT 사업부에만 전 세계 약 1만 명이 종사하고, 이 중 30%가 R&D 인력이다. 한국에도 서울·동탄·평택·용인 등지에 SMT 직접 고용 인력 100여 명이 포진해 있다.

 

 

용인을 이노베이션 센터 입지로 낙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용인은 이미 한국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곳이다. 윌슨 부사장은 "AI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개발 주기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모바일 시대도 빠른 편이었지만, AI 시대의 반도체 붐은 차원이 다르다"고 진단하며, 센터 설립의 본질적인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 고객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메시지를 이날 행사에서 직접 인용했다. "독일의 기술을, 한국의 스피드로(German technology at Korean speed)." 이 센터가 그 답이라는 것이다. 클래스 1000 클린룸을 갖춘 ZSKIC에는 현재 2대의 장비가 설치됐고, 3번째 장비 반입이 예정돼 있으며, 최대 4개 장비 베이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센터 운영에 대한 5개년 계획도 이미 수립된 상태다.

 

첨단 패키징의 눈, NLX 100

 

카롤리네 피그돈 부문장은 자이스 반도체 팹 솔루션(SFS) 전체 포트폴리오를 소개하며 이노베이션 센터에 도입된 장비들의 기술적 맥락을 짚었다. SFS는 검사, 계측, 결함 분석, 웨이퍼 형상 제어, 첨단 패키징 솔루션을 아우르며, 고객의 수율 향상과 결함 저감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이어 미하엘 헨쉘 부서장이 두 핵심 장비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첫 번째는 ZEISS NLX®-100이다. '인라인 3D X선 라미노그래피(Laminography)' 방식을 적용한 이 장비는 복잡한 첨단 패키지 내부 구조를 비파괴적으로 고해상도 분석한다. 마이크로범프(microbump)와 TSV(실리콘 관통 전극) 등의 결함을 실시간으로 검출하고, 치수나 정렬 편차까지 계측할 수 있어 웨이퍼 레벨 및 첨단 패키징 공정 전반에 적용 가능하다.

 

 

간담회 Q&A에서 기자들이 "결함을 발견하면 NLX 100이 직접 수정도 하느냐"고 묻자, 헨쉘 부서장은 솔직하게 답했다. "NLX 100을 사용하는 시점에서는 이미 수정하기 늦은 단계다. 이 장비의 진정한 가치는 공정 개발팀과 운영 엔지니어에게 정밀한 데이터를 제공해 공정 파라미터를 선제적으로 조정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NLX 100은 사후 수리 장비가 아니라 장기적 수율을 결정짓는 공정 인텔리전스 도구인 셈이다. 향후 로드맵으로는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Hybrid Copper Bonding) 지원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X선 해상도 향상과 방사선 선량 저감이라는 두 가지 기술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며, 자이스는 이 두 항목을 핵심 로드맵 과제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 유일의 웨이퍼 교정 솔루션, DUNE 100

 

두 번째 핵심 장비는 ZEISS DUNE®100이다. 3D 집적화가 심화되면서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는 문제가 있다. 바로 웨이퍼 휨(bow) 현상이다. 메탈 레이어를 증착하거나 리소그래피 공정을 반복할수록 웨이퍼는 절반이 접힌 듯한 안장형 변형을 포함해 다양한 굴곡 형태를 띠게 된다. 이 상태로 본딩 공정에 들어가면 수율이 급감하고, 후속 공정 전반에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DUNE 100은 이 웨이퍼 휨을 인라인에서 최대 700마이크로미터까지 교정할 수 있는, 현재 업계에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인 솔루션이다. 헨쉘 부서장은 "소모성 재료(consumable)가 전혀 필요 없고, 원스텝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오늘날 복잡한 반도체 공정 환경에 최적화된 장비"라고 강조했다. 웨이퍼 전체 교정뿐만 아니라 특정 영역의 국소 왜곡도 선택적으로 보정할 수 있어 HBM에 사용되는 웨이퍼 레벨 패키징, 3D 낸드·로직, CMOS, 3D D램 등 다양한 3D 집적 공정에 적용 가능하다. 본딩 전 프리-본딩 공정뿐만 아니라 리소그래피 스캐너 스텝 사이에서도 왜곡 억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노베이션 센터에 현재 설치된 두 장비 중 하나가 바로 이 DUNE 100으로, 자이스는 고객사와 함께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현지 R&D를 독일 본사와 즉각 연결하는 구조로 기술 고도화를 가속할 계획이다.

 

 

자이스 창립 180주년, 한국에서 다음 시대를 쓰다

 

이날 간담회에서 피그돈 부문장은 자이스가 올해로 창립 180주년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짚으며, 긴 역사를 이어온 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히 했다. "지난 180년 동안 자이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였다. 이것이 우리의 유산"이라는 말이었다. ASML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DUV·EUV 리소그래피 광학 모듈을 공급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자이스지만, SFS 부문은 그 너머의 검사·계측·형상 제어 영역까지 반도체 생산 전 공정에 걸쳐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이번 용인 센터에는 향후 차세대 포토마스크 수리 장비인 ZEISS MeRiT® AE의 세계 첫 프로토타입도 반입될 예정으로, 고NA 공정 대응을 위한 기술 협업도 이곳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헨쉘 부서장은 "한국은 AI와 이종 집적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런 곳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여는 것은 필연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ZSKIC는 단순한 데모룸이 아니라, 고객사가 실장비를 직접 가동·검증하고 그 결과를 본사 R&D와 즉각 연결하는 초고속 기술 이터레이션의 거점이 될 것이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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