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AX Korea 2026] "로봇에 눈과 머리를 달다"…협동·비전·물류 로봇이 그린 자동화의 현재

2026.07.10 17:45:10

김재황 기자 eltred@hellot.net

뉴로메카·픽잇코리아·카덱스코리아·LG CNS·씨메스로보틱스
피지컬 AI부터 창고 자동화까지 현장 중심 전략 공유

 

로봇이 1mm 구멍에 비정형 와이어를 꽂고, 3D 비전이 찌그러진 팔레트에서 스스로 집을 위치를 찾으며, AI가 창고 안 1만 6천 개 SKU를 단 2~3명으로 관리하게 만든다. 지난 6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AX 코리아 2026(IndustryAX Korea 2026)'의 트랙3 '로보틱스 & 오토메이션' 세션은 피지컬 AI와 산업 자동화가 실험실 밖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AX(AI Transformation), 산업의 판단 구조를 바꾸다'를 주제로 (주)첨단·헬로티·두비즈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의 오후 세션에는 뉴로메카, 픽잇코리아, 카덱스코리아, LG CNS, 씨메스로보틱스 등 5개사 전문가가 차례로 단상에 올라 협동 로봇, 3D 비전, 물류 자동화, AI 에이전트, 비전 AI 로보틱스 각 분야의 현장 전략을 공유했다. 발표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단 하나였다. 피지컬 AI는 이미 지금 당장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피지컬 AI는 미래가 아닌 오늘의 기술…협동 로봇에 모방학습 얹어 납땜·정량 분주 자동화"

 

 

 

첫 번째 발표에 나선 뉴로메카 박종훈 대표는 피지컬 AI를 협동 로봇에 실제로 적용한 사례와 자체 개발 프레임워크 '피지컬 스킬 파운데이션(Physical Skill Foundation)'을 소개했다.

 

박 대표는 산업용 로봇 자동화의 흐름을 1970년대 대형 산업용 로봇, 2010년대 협동 로봇, 그리고 최근의 휴머노이드 플랫폼으로 구분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기존 로봇 자동화가 룰 기반 프로그래밍에 머물러 있던 한계를 짚으면서 "로보틱스가 잘 못하던 플래닝 영역을 AI가 보완해주면서, 로보틱스와 AI를 융합했을 때 비로소 올바로 된 자동화가 구현된다"고 강조했다.

 

뉴로메카가 자사 공장에 직접 적용한 납땜 자동화 사례는 이날 발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1mm 이내 구멍에 비정형 와이어를 삽입해 납땜하는 이 작업은 기존 룰 기반 자동화로는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박 대표는 "작업자가 핸드헬드 장치로 20가지 동작을 가르치는 데 20분, GPU 학습에 20분, 도합 1시간 이내에 99% 이상의 성공률을 내는 납땜 자동화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정량 분주(디스펜싱) 자동화도 소개됐다. 밀가루, 참깨, 소금처럼 물성이 다른 분말 재료를 100g 기준 1g 이내 오차로 분주하는 이 작업에는 로봇이 24시간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GPU로 학습하는 강화학습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박 대표는 현재 범용 VLA(Vision Language Action) 모델의 산업 현장 적용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짚으면서, 뉴로메카가 택한 대안으로 피지컬 스킬 파운데이션을 제시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340억 파라미터 오픈소스 비전 언어 모델(VLM)로 환경을 인식하고, 로보틱스 기반의 제어 알고리즘으로 동작을 생성하며, AI 에이전트 방식으로 이를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구조다. 그는 "학습 없이도 한 번도 보지 못한 물체를 집고, 컵에 물이 담겼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해 기울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며 시뮬레이터 기반 학습으로 현장 학습 의존도를 대폭 줄인 점을 강조했다. 뉴로메카는 이달 내로 협동 로봇 ISO 안전 인증을 취득해 실제 생산 라인에 투입 가능한 최초의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3D 비전이 다크팩토리의 눈"…LG전자·자동차 라인 양산 적용 사례 공개

 

 

두 번째 발표자인 픽잇코리아 조영범 팀장은 3D 비전 솔루션을 활용해 다크팩토리 구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현장 사례들을 발표했다. 픽잇(Pickit)은 2016년 벨기에에서 설립돼 한국·미국·유럽 지사와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1,400건 이상의 양산 적용 실적을 보유한 3D 비전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조 팀장은 기존 블라인드 로봇(비전 없이 고정 경로만 반복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자동화의 진화 단계를 수작업→지그 작업→산업용 로봇→2D 비전→2.5D 비전→3D 비전으로 구분했다. 그는 "현장에 사람이 줄어드는 근본 원인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인력 수급 문제"라며, 지금 자동화 수요의 상당 부분이 원가 절감이 아닌 인력 대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양산 사례도 다수 공개됐다. 자동차 부품 라인에서 2D 비전 대신 3D 비전을 도입한 이후 설비 가동률이 75%에서 98%로 개선된 사례, 자동차 도장 라인에서 3D 비전과 시뮬레이터를 결합해 티칭 없이 서브밀리미터 정밀도로 샌딩을 수행하는 완전 무인 라인 사례 등이 소개됐다. 특히 2022년 LG전자 창원공장 냉장고 제조 라인에서는 23kg짜리 도어를 0.5mm 정밀도로 12.5초 사이클 내에 힌지 조립하는 자동화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스마트팩토리 선진화 공장 등대 공장 선정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최근 VLM 기반 AI 기능을 픽잇 솔루션에 접목하기 시작했다고도 소개했다. AI Background Filter를 적용하면 철망 팔레트 위의 메탈 링만을 선별 인식해 빈픽킹 속도와 셋업 시간을 동시에 줄일 수 있으며, 아마존과 협력해 박스·소포 혼합 분류 및 적재 자동화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이소형 소물 피킹, 홍삼처럼 형상이 없는 비정형 제품까지 3D 비전의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AX 시작은 데이터 정확성과 프로세스 표준화…오토스토어로 창고 공간 효율 4배"

 

 

세 번째 발표는 카덱스코리아 하현석 영업총괄매니저가 맡았다. 하 매니저는 제조·물류 현장에서 AX를 도입하기에 앞서 선결해야 할 기반 조건을 짚은 뒤, 자사의 창고 자동화 솔루션을 소개했다.

 

하 매니저는 기업 경영진의 91.6%가 AI·자동화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 실제 도입률은 중소기업 기준 15~25%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 간극의 원인으로 그는 ▲전문 인력 부족 ▲업무 프로세스 비표준화 ▲기존 ERP·SAP 시스템과의 연동 어려움 ▲제한된 공간 ▲공급망 변동성을 꼽았다. 그는 "AI가 현장에서 가치를 만들려면 우선 데이터가 정확해야 하고, 운영 프로세스가 표준화돼 있어야 한다"며 기술 도입 이전의 기초 체력을 강조했다.

 

솔루션 측면에서는 GTP(Goods-to-Person) 방식과 고밀도 큐브 스토리지 오토스토어(AutoStore)를 중심으로 설명이 이어졌다. 1873년 설립된 스위스 본사의 카덱스는 연매출 약 1조 5천억 원, 전 세계 14만 5천여 개 시스템 운영 실적을 보유한 창고 자동화 전문기업이다. 오토스토어는 로봇이 그리드 상단에서 필요한 빈(Bin)을 꺼내 작업 스테이션으로 운반하는 방식으로, 기존 선반 창고 대비 최대 4배의 공간 효율을 제공한다고 소개됐다. 실제 레퍼런스로는 자동차 부품사(6천 빈, 창고 면적 3분의 1 절감), 철강사(1만 6천 빈, 포트 3개·운영 인원 2~3명), 유통사(7만 6천 빈, 로봇 140대·운영 인원 10~20명) 등의 구축 사례가 공개됐다.

 

하 매니저는 자동화 도입 시 투자 전액을 한 번에 집행하기보다 모듈 단위 단계적 확장을 권장하며, 컨설팅 단계에서 현장 인력 현황, 입출고 데이터, 공간 조건을 분석해 ROI 기반 제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제안한 처리 성능에 미달하면 계약금 환불이나 계약 취소 권리까지 계약서에 명시한다"며 솔루션 신뢰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모델 시대 끝났다…하네스·온톨로지·데이터 품질이 AI 성패 가른다"

 

 

LG CNS AI선행기술연구소 주민식 소장은 현재 산업계의 AI 도입이 왜 성공률이 낮은지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데이터 패브릭과 지식 파운데이션(Knowledge Foundation)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 소장은 LLM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현재, AI 성공의 핵심은 모델 선택이 아닌 에이전트 하네스(harness) 설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AI 프로젝트의 95%가 실패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AI가 텍스트와 공간 상관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능력이나 학습되지 않은 예외 상황에 대한 대응 면에서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소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AI 사이언티스트', 즉 R&D 자동화의 가능성과 한계였다. LG CNS가 참여한 선박 컨테이너 물동량 수요 예측 프로젝트에서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논문을 조합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한 결과, 현업 전문가 수준과 유사한 예측 정확도를 토큰·GPU 비용만으로 달성했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배터리 외경 신규 불량 분류 자동화 과제에서는 사람이 석박사 3~4명을 6개월 투입해야 할 모델을 AI 에이전트가 이틀 만에 분류 정확도 20%에서 70%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AI는 기존 논문 아이디어의 재조합은 잘하지만, 패러다임 전환적 창의성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는 한계도 분명히 했다.

 

지식 기반 구조화 측면에서는 일반 RAG(검색 증강 생성)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그래프 RAG와 온톨로지 기반 지식 파운데이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단순 조회 질문은 일반 RAG로도 충분하지만, 경쟁사 CEO가 투자한 회사의 리스크처럼 복합 점프 질문에서는 그래프 RAG가 40% 이상 우월한 답변 정확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 소장은 "AI 모델의 성공 기여도는 생각보다 작다. 동일한 모델이라도 하네스 엔지니어링만 잘하면 성능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독점 데이터와 도메인별 운영 프로세스가 반영된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것이 결국 차별화의 핵심"이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비전 AI가 피지컬 AI의 80%를 책임진다"…쿠팡·자동차·조선·항공 현장 적용 사례 총망라

 

 

트랙3의 마지막 발표는 씨메스로보틱스 서동균 본부장이 맡았다. 씨메스로보틱스는 2014년 설립, 2023년 기술특례상장을 거쳐 물류·제조 현장에 AI 비전 기반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공급해온 기업이다. 서 본부장은 "See, Think, Move"를 회사의 핵심 철학으로 제시하며, 기존 로봇에 눈(비전 AI)과 머리(AI 판단)를 달아 능동형 자동화를 구현한다는 방향성을 설명했다.

 

서 본부장은 피지컬 AI를 구성하는 감각계의 80%가 시각 정보라는 점을 근거로 비전 AI가 피지컬 AI의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형화된 대량생산 환경의 자동화율은 80%를 넘지만, 비정형 환경의 자동화율은 5%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이 비정형 구간을 비전 AI와 로봇 인텔리전스의 융합으로 돌파하는 것이 씨메스로보틱스의 핵심 역할"이라고 밝혔다.

 

현장 적용 사례는 물류와 제조 전 방위에 걸쳐 소개됐다. 물류 분야에서는 쿠팡 풀필먼트 센터에 랜덤 팔레타이징·디팔레타이징, 15가지 혼합 카튼 적재, 오토베거(자동 포장 출하) 등 다수의 비전 AI 로봇 시스템을 공급한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서 본부장은 "쿠팡에서 처리하는 상품이 600만 종을 넘는데, 이를 전부 학습할 수는 없다"며 학습 없이 임의 상품의 형태와 위치를 읽어내는 자사 알고리즘을 강조했다. 투명 페트병처럼 기존 비전으로 인식이 어려운 제품도 이미지 정합 AI로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제조 분야에서는 자동차 차체 픽앤플레이스, 언더바디 실링·플러그 삽입, 대형 부품 얼라인·볼팅, 엔진 블록 디버링, 항공기 리베팅(항공우주연구원·Rainbow Robotics 협력), 조선소 대형 부재 슬램(SLAM) 기반 용접, 신발 밑창 정밀 프린팅 등 광범위한 사례가 제시됐다. 서 본부장은 특히 쌀 포대 디팔레타이징 자동화에서 "작업 속도 7배 향상, ROI 1.5년 회수"라는 수치를 공개해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AI 비전 기술이 휴머노이드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지금 당장 현장에서 돌아가는 피지컬 AI의 실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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