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 AX)을 위해선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보다 현장의 판단 기준을 AI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제언이 나왔다. 생산 현장에서 숙련자가 경험으로 판단해온 기준을 AI가 읽고 활용할 수 있는 ‘룰’로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단법인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i-DEA)는 26일 경기 성남 판교타운홀에서 ‘제4회 디지털 ESG 조찬회’를 열고 박한구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명예회장을 초청해 ‘휴먼 브레인(Human Brain)을 AI 브레인(AI Brain)으로 전환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조찬회에는 기업 의사결정권자 및 산학연 전문가 등 삼십여 명이 참석해 인공지능 전환(AX), 디지털 전환(DX), 녹색 전환(GX)을 둘러싼 산업의 변화와 기업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강연에 나선 박한구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명예회장은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할 때 가장 흔한 오해로 “데이터가 많으면 AI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을 꼽았다. 그는 공장 설비에서 온도, 압력, 속도 같은 데이터가 계속 쌓이더라도 그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AI가 모르면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어떤 설비의 온도가 300도라고 해도, AI는 그 숫자만 보고는 정상인지 이상인지 판단할 수 없다. 300도가 어느 위치의 온도인지, 정상 범위 안에 있는지, 품질이나 안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함께 알려줘야 한다"며, “히스토리컬 데이터만 가지고 학습시키면, 3개월 동안 불량 조건으로 운전된 데이터도 AI는 정상이라고 인식할 수 있기에 '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제조 현장의 룰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작업 표준서와 기술 표준서처럼 문서에 적힌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숙련자가 오랜 경험으로 쌓아온 암묵지(暗默知, 말이나 문서로 정리돼 있지 않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는 경험 지식)다.
박 회장은 "문서에 적힌 기준뿐 아니라 숙련자의 머릿속에 있는 경험도 AI가 배울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면서, “암묵지를 디지털화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열어놓게 만드는 일이고, 이는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정리된 룰은 AI가 공장을 판단하는 기초가 된다. 박 회장은 사람의 경험과 공장의 데이터를 결합해 ‘AI 브레인’을 만들고, 이를 다시 공정별 AI 에이전트와 현장 제어를 맡는 피지컬 AI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AI 브레인은 공장 전체를 보고 이상 징후를 예측하는 역할을 하고, AI 에이전트는 품질·설비·에너지 등 분야별로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피지컬 AI는 밸브, 모터, 펌프처럼 실제 설비를 움직이는 장치와 연결돼 조치를 실행하는 단계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는 AX와 ESG 규제 대응의 연결성도 언급됐다. 박 회장은 "CBAM, DPP 등 글로벌 탄소·제품 정보 규제 대응이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AI 공장 구축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관리와 제품 정보 추적 시스템이 함께 갖춰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탄소 규제 대응만을 위한 사업은 제조기업 입장에서 비용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며 “기업의 핵심 관리 지표를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MRV, DPP 등 규제 대응이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참석자들은 숙련자의 지식 이전에 대한 심리적 저항, 중소기업을 위한 AI 인프라 구축, DPP, CBAM 대응 시점 등 다양한 사안을 논의했다.
i-DEA는 DX, AX, GX 분야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산업 전환의 흐름과 전략을 논의하는 정기 조찬회를 열고 있다. 7월 24일 금요일에 열릴 예정인 다음 회차 조찬회에서는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 전문가인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정재훈 교수를 초청, 호주의 탄소배출권 거래와 자발적 탄소시장 대응 사례를 다룰 예정이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