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즈업] “제조 AX, 사람의 경험을 AI가 이해하는 룰로 바꿔야”

2026.06.26 16:33:55

이동재 기자 eled@hellot.net

i-DEA 제4회 디지털 ESG 조찬회 개최
박한구 명예회장 “데이터만 쌓아서는 제조 AI 작동 어려워…현장 판단 기준 함께 학습해야”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 AX)을 위해선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보다 현장의 판단 기준을 AI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제언이 나왔다. 생산 현장에서 숙련자가 경험으로 판단해온 기준을 AI가 읽고 활용할 수 있는 ‘룰’로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단법인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i-DEA)는 26일 경기 성남 판교타운홀에서 ‘제4회 디지털 ESG 조찬회’를 열고 박한구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명예회장을 초청해 ‘휴먼 브레인(Human Brain)을 AI 브레인(AI Brain)으로 전환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조찬회에는 기업 의사결정권자 및 산학연 전문가 등 삼십여 명이 참석해 인공지능 전환(AX), 디지털 전환(DX), 녹색 전환(GX)을 둘러싼 산업의 변화와 기업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강연에 나선 박한구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명예회장은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할 때 가장 흔한 오해로 “데이터가 많으면 AI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을 꼽았다. 그는 공장 설비에서 온도, 압력, 속도 같은 데이터가 계속 쌓이더라도 그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AI가 모르면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어떤 설비의 온도가 300도라고 해도, AI는 그 숫자만 보고는 정상인지 이상인지 판단할 수 없다. 300도가 어느 위치의 온도인지, 정상 범위 안에 있는지, 품질이나 안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함께 알려줘야 한다"며, “히스토리컬 데이터만 가지고 학습시키면, 3개월 동안 불량 조건으로 운전된 데이터도 AI는 정상이라고 인식할 수 있기에 '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제조 현장의 룰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작업 표준서와 기술 표준서처럼 문서에 적힌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숙련자가 오랜 경험으로 쌓아온 암묵지(暗默知, 말이나 문서로 정리돼 있지 않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는 경험 지식)다.

 

박 회장은 "문서에 적힌 기준뿐 아니라 숙련자의 머릿속에 있는 경험도 AI가 배울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면서, “암묵지를 디지털화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열어놓게 만드는 일이고, 이는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정리된 룰은 AI가 공장을 판단하는 기초가 된다. 박 회장은 사람의 경험과 공장의 데이터를 결합해 ‘AI 브레인’을 만들고, 이를 다시 공정별 AI 에이전트와 현장 제어를 맡는 피지컬 AI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AI 브레인은 공장 전체를 보고 이상 징후를 예측하는 역할을 하고, AI 에이전트는 품질·설비·에너지 등 분야별로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피지컬 AI는 밸브, 모터, 펌프처럼 실제 설비를 움직이는 장치와 연결돼 조치를 실행하는 단계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는 AX와 ESG 규제 대응의 연결성도 언급됐다. 박 회장은 "CBAM, DPP 등 글로벌 탄소·제품 정보 규제 대응이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AI 공장 구축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관리와 제품 정보 추적 시스템이 함께 갖춰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탄소 규제 대응만을 위한 사업은 제조기업 입장에서 비용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며 “기업의 핵심 관리 지표를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MRV, DPP 등 규제 대응이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참석자들은 숙련자의 지식 이전에 대한 심리적 저항, 중소기업을 위한 AI 인프라 구축, DPP, CBAM 대응 시점 등 다양한 사안을 논의했다.

 

i-DEA는 DX, AX, GX 분야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산업 전환의 흐름과 전략을 논의하는 정기 조찬회를 열고 있다. 7월 24일 금요일에 열릴 예정인 다음 회차 조찬회에서는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 전문가인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정재훈 교수를 초청, 호주의 탄소배출권 거래와 자발적 탄소시장 대응 사례를 다룰 예정이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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