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기자의 헬로로지스틱스] 자율주행 트럭이 택배를 나른다…물류 자율주행, 변곡점을 넘다

2026.06.24 18:23:48

김재황 기자 eltred@hellot.net

24시간 쉬지 않는 트럭…새벽배송 확대·물류비 절감 효과 기대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달부터 서울 송파에서 충북 진천까지 112km 고속도로를 25톤 대형 트럭이 본격적으로 스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트럭이 주행하는 동안에는 안전요원 한 명이 운전석에 탑승해 있을 뿐, 핸들을 직접 조작하지는 않는다. 실제 택배 화물을 싣고 실제 운송료를 받는다. 자율주행 트럭이 물류의 중추가 되는 시대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로 다가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자동차 유상 화물운송을 허가하면서 한국 물류 산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실증과 시범이 마무리되고, 자율주행이 실제 돈을 버는 사업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다만 이 변화가 물류 업계 전반에 어떤 파장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왜 지금? 그리고 왜 미들마일인가?

 

 

자율주행 기술이 화물 운송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된 영역은 '미들마일'이다. 물류센터에서 물류센터로 이어지는 간선 운송, 즉 퍼스트마일과 라스트마일 사이의 중간 구간이다. 노선이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고속도로 위주여서 돌발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가장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환경이기도 하다.

 

국내 한 학계 전문가는 "자율주행이 물류에 도입될 경우 기대되는 가장 큰 변화는 인건비를 넘어 하루 종일 운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라면서 “쉬지 않고 지속적인 물류 흐름이 이어진다면 그 효율 역시 크게 높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갈아넣지 않아도 심야 시간대 24시간 운행은 물론 새벽배송 확대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국내 물류업계가 이 변화에 일제히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번 서울-진천 구간의 운송 파트너로 계약을 체결했다.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한진 등 주요 물류기업들도 고속도로 시범운행지구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번 운행은 평일 주 3회,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 사이 야간 시간대에 진행된다.


구조적 인력난이 자율주행을 부른다

 

자율주행 화물운송이 빠르게 현실화되는 데는 기술 발전만큼이나 강력한 배경이 있다. 화물 운송 인력의 급격한 고령화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일반화물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56.4세에 달한다. 야간 장거리 노선은 젊은 층이 기피하면서 공급 공백이 심각하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기준 운전·운송직의 인력부족률은 3.9%로, 전 산업 평균(2.4%)을 크게 웃도는 높은 수준이다.

 

이런 배경에서 자율주행 화물운송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필요에 가깝다. 실제로 이번 상용화도 심야 시간대, 장거리 반복 노선처럼 인력 수급이 어려운 구간부터 도입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이 대체가 아닌 보완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다.


무인화는 단계적으로…2027년부터 조수석 전환
 

이번 서울-진천 구간은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연내 전주·강릉·대구 등 전국 주요 거점으로 자율주행 화물운송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무인화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현재는 시험운전자가 운전석에 탑승하는 1단계로 운영 중이다. 2027년부터는 시험운전자가 조수석으로 이동하는 2단계로 전환되며, 이후 국토부의 안전성 검증을 거쳐 완전 무인화 3단계로 넘어가는 구조다. 완전 무인화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에 뒤늦게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연방 및 주 단위에서 자율주행 차량 관련 법제를 일찍부터 정비해왔고, 아마존은 이미 전 세계 물류창고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여객 운송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 밥그릇이 없어진다"…일자리 논쟁은 이제 시작

 

하지만 물류의 자율주행 기술 도입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뒤에는 불편한 질문이 뒤따른다. 바로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다. 물류업계 한 편에서는 "자율주행이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력 부족을 메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당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야간 장거리 노선에 지원자가 없는 현실에서 자율주행은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들마일 무인화가 확대될수록 간선 운송 화물기사에 대한 수요는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방향성은 '지금 당장'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법 제도도 비대칭적이다.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는 지난 3월 야간 배송 근로자의 주당 근무시간을 48시간으로 제한하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사람에게는 노동시간 상한이 적용되지만, 자율주행 트럭 운행 시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인간 기사가 쉬어야 할 새벽에 기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 구도가 고착화될수록 노동계와 산업계 사이의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상용화는 됐다, 이제 답해야 할 질문들

 

자율주행 화물운송은 이제 '언제'가 아닌 '어떻게'의 문제가 됐다. 기술은 준비됐고,제도는 열렸다. 남은 것은 이 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지느냐다.

 

물류비 절감이 소비자에게 실제로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플랫폼과 대형 물류사의 마진 확대로 흡수될 것인지. 또 일자리 감소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누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자율주행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는지 등등 물류의 자율주행 상용화에 뒤따르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우리는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트럭이 스스로 달리기 시작한 지금 시점에서 물류 산업이 풀어야 할 새로운 미션들도 함께 출발한 셈이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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