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즈업] 작업자·설비·로봇이 연결된다…산업 현장 바꾸는 비전 AI 혁명

2026.06.20 11:34:32

임근난 기자 fa@hellot.net

제조·물류·건설 산업 현장에서 AI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최근 산업계에서는 단순한 불량 검출이나 영상 분석을 넘어 현장을 스스로 이해하고 학습하며 운영 최적화와 안전관리, 로봇 자동화까지 지원하는 ‘비전 AI(Vision AI)’가 산업 AX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가 단순 분석 도구를 넘어 산업 운영 전반을 혁신하는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비전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슈퍼브에이아이 이재민 사업본부장은 “산업 현장의 AI는 더 이상 PoC(개념검증)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운영 성과를 창출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표준공정 분석, 물류 운영 최적화, 안전관제, 디지털 트윈, 피지컬 AI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현장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AI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개선되는 운영형 AI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현장의 AI는 왜 실패하는가…그리고 비전 AI가 주목받는 이유

 

최근 제조업과 물류, 건설, 조선, 에너지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성장세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한 AI 프로젝트는 기대만큼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이유는 산업 현장이 AI 개발 당시의 환경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 설비가 교체되고 새로운 작업 방식이 도입되며 제품과 작업자가 바뀌는 것은 물론, 안전 규정과 운영 프로세스도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개발 시점의 데이터만 학습한 AI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 저하를 겪게 된다.

 

이재민 사업본부장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정확도가 높은 AI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스스로 발전하는 AI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현장 상황에 맞춰 성능을 개선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산업용 AI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슈퍼브에이아이는 노코드(No-Code) 기반 MLOps 플랫폼을 중심으로 산업용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카메라와 센서 설치부터 AI 모델 개발, 운영, 대시보드 구축, 최종 사용자 애플리케이션 제공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엔드투엔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전문가도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슈퍼브에이아이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동차, 물류, 제조, 소방안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과 진행 중인 전기차 화재 예방 프로젝트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풍력발전 제조기업과의 협업 사례는 비전 AI가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AI 생태계와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AWS와 NVIDIA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CES에서는 NVIDIA가 운영하는 피지컬 AI 파트너 프로그램의 비전 AI 분야 파트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영상 인식 기술 기업을 넘어 향후 로봇과 자율 시스템의 시각 인지 영역을 담당하는 핵심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산업용 AI 경쟁의 핵심은 모델 성능만이 아니다. 현장의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는지가 미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기 기록의 시대는 끝났다…AI가 공정을 읽고 생산성을 측정하는 시대

 

산업 현장의 생산성 관리는 오랜 기간 사람의 경험과 수기 기록에 의존해 왔다. 작업자가 작업 시작과 종료 시간을 직접 기록하고 관리자가 현장을 순회하며 생산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데이터 누락과 오류 가능성이 높고 객관적인 생산성 분석에도 한계가 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 AI 기반 표준공정 분석 솔루션을 개발했다. 핵심은 AI가 영상만으로 작업 과정을 이해하고 자동 분석하는 것이다.

 

이재민 사업본부장은 햄버거 제조 공정을 예로 들며 AI가 조립 영상을 분석해 재료 투입 시점, 작업 순서, 공정별 소요 시간을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표준 공정과 실제 작업 과정을 비교해 레시피와 다른 재료가 투입되거나 작업 순서가 변경될 경우 이를 즉시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기술은 제조 현장과 물류센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 포장 작업에서는 박스 조립, 상품 투입, 포장, 테이핑 등 세부 작업 단계를 자동으로 구분하고 단계별 작업 시간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병목 구간을 파악하고 작업자의 표준 절차 준수 여부를 분석할 수 있다.

 

대표 사례로 소개된 CS WIND 미국 공장은 풍력발전 타워를 생산하는 대규모 제조시설이다. 풍력타워는 절단과 용접, 조립 공정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초대형 구조물이다. AI는 현장에 설치된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절단기와 용접기, 이동장비 등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절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꽃과 장비 움직임을 분석해 작업 시작과 종료 시점을 판단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MES와 연계돼 생산관리 데이터로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 기술을 넘어 생산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사람이 기록하던 정보를 이제 AI가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산업 현장의 모든 활동이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되고 있다.

 

 

물류센터를 실시간으로 읽는 AI…운영 최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과 함께 물류센터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수많은 상품이 입고·분류·출고되는 환경에서 운영 효율성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슈퍼브에이아이는 NVIDIA와 협력해 미국 대형 소비재 기업 물류센터에 비전 AI 기반 운영 최적화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AI는 창고 내부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작업자의 시간당 처리 물량, 구역별 작업 효율, 트럭 적재 진행 상황 등을 자동으로 파악해 관리자에게 제공한다. 기존에는 현장 확인이나 사후 보고서를 통해 확인하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적재 도크 운영 최적화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AI는 트럭 도착 시간과 적재 진행 상황, 병목 발생 구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물류 운영 전반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에 AI 에이전트가 결합되면서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NVIDIA AI 에이전트와 연동된 운영 대시보드에서는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즉시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현재 생산성이 가장 낮은 구역은 어디인가”, “적재 지연이 발생하는 구간은 어디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 AI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답변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AI가 현장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물류센터는 사람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공간이 아니라 AI가 데이터를 해석하고 운영 전략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알려준다…AI 기반 안전관제의 진화

 

산업 현장에서 안전은 생산성보다 우선되는 가치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제조업과 건설업, 조선업계는 안전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십 대에서 수백 대에 이르는 CCTV를 제한된 인력이 동시에 모니터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위험 징후를 놓치거나 사고 대응이 늦어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비전 AI 기반 안전관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슈퍼브에이아이의 안전관제 플랫폼은 영상 속 위험 상황을 AI가 먼저 분석한 뒤 관제사에게 알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표 사례는 국립소방연구원과 추진 중인 전기차 화재 조기 감지 프로젝트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화염이 발생한 이후에는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AI는 화재 발생 이전 단계인 연기 발생부터 탐지하도록 설계됐다. 엣지 AI 기반 경량 모델을 활용해 수 초 이내에 연기를 감지하고 경보를 제공한다.

 

KT 위즈파크와 인천국제공항 사례도 소개됐다. AI는 사람의 이동 흐름을 분석해 특정 구역의 혼잡도를 측정한다. 관람객은 덜 혼잡한 화장실이나 매점을 확인할 수 있고, 운영자는 병목 구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승객 이동 시간 분석도 수행되고 있다. 특정 구간 간 이동 시간을 측정하고 게이트별 혼잡도를 시각화해 공항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을 고려한 비주얼 매칭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얼굴 인식 대신 복장과 체형, 인상착의 정보를 활용해 특정 인물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공항과 도시 안전관제 분야에서 높은 활용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비전 AI에서 피지컬 AI로…로봇이 현장을 이해하는 시대

 

산업용 AI의 진화는 이제 영상 분석을 넘어 로봇과 자율 시스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재민 사업본부장은 피지컬 AI를 미래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공간을 이해하고 실제 물리적 행동까지 수행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현재 대부분의 안전관제 시스템은 고정형 CCTV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넓은 산업 현장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과 이동형 로봇을 결합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봇개(Quadruped Robot)가 디지털 트윈 환경과 연계돼 특정 위치를 점검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사용자가 디지털 트윈 화면에서 위치를 지정하면 로봇이 해당 장소로 이동해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이상 여부를 보고하는 방식이다.

 

슈퍼브에이아이는 국가대표 AI 컨소시엄을 통해 휴머노이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2D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3D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기술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에는 라이다(LiDAR)와 같은 고가 장비가 필요했지만 일반 스마트폰만으로도 디지털 공간을 구현할 수 있어 로봇 학습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제조 품질관리 분야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AI는 불량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유사 데이터를 그룹화하며 자연어 검색만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낼 수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부족한 불량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VLM(Vision Language Model) 기반 기술 적용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 AI가 특정 불량 유형을 사전에 학습해야 했다면 VLM은 언어와 시각 정보를 동시에 이해해 새로운 유형의 불량까지 추론할 수 있다. 조선소 용접 공정 자동화와 같은 고난도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비전 AI가 산업 현장의 눈 역할을 했다면 피지컬 AI는 현장의 손과 발 역할을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 AX의 최종 목적지는 ‘스스로 진화하는 현장’

 

과거 산업용 AI는 불량 검출이나 위험 감지 등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일 기능 중심의 도구에 가까웠다. 그러나 산업계가 요구하는 AI의 수준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AI가 현장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운영 과정에서 성능을 개선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의 AI 프로젝트 역시 PoC 중심에서 본 사업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비전 AI와 MLOps, VLM, 디지털 트윈, 피지컬 AI가 있다. 카메라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이를 이해하며 로봇이 행동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구축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학습과 성능 개선 체계가 더해지면서 산업 현장은 점차 ‘스스로 진화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재민 사업본부장은 “산업 경쟁력은 더 이상 AI를 도입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현장에 내재화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산업 AX는 이제 시작 단계에 있으며 비전 AI가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 이 글은 AI TECH 2026 컨퍼런스에서 슈퍼브에이아이 이재민 사업본부장이 ‘비전 AI(Vision AI)’를 주제로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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