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걷고 ‘두 팔’로 대상물을 다루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이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때 피지컬 AI는 AI가 물리적 환경을 직접 학습·적응해, 로봇·설비·시스템이 실제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과 협력하도록 구현하는 기술 방법론이다. 이는 가상 세계의 지능을 실제 공간과 연결하는 핵심 열쇠로 분석된다. 인간과 유사한 형태로 복잡한 3차원(3D)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해야 하는 휴머노이드 생태계에서는 가치를 결정짓는 조건으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 제조 현장의 검증 기준은 냉정하다. 휴머노이드처럼 영상 속 화려한 시연보다, 당장 눈앞의 기능이 도마 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반복 작업 신뢰성, 작업자 동선과 안전, 품질 편차 제어, 공정 변경 대응력 등 실효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영준 테라다인 로보틱스 코리아(이하 테라다인) 차장은 이러한 기술과 현장 사이의 괴리를 분석했다. 차장은 “휴머노이드 폼팩터(Form-factor)가 업계에서 지향해야 할 미래 기술임은 맞지만, 제조·물류 현장의 본질은 신뢰성”이라며 현장은 99%의 신뢰성도 부족하다고 체감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나머지 1%를 채우는 간극을 좁히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현시점에서 오랜 기간 동안 현장 검증을 거친 협동 로봇(코봇), 자율주행로봇(AMR)과 이 둘이 융합된 자율이동조작로봇(AMMR), 즉 모바일 매니퓰레이터(Mobile Manipulator)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공장·물류센터 내부에서는 휴머노이드가 한 몸에 통합하려는 기능을 팔(Arm)·바퀴(Wheel)로 분리해 분담하고 있다. 코봇은 작업자 곁에서 팔을 가동하고, AMR은 바닥에서 부품·자재 대상물을 나른다. AMMR은 이동·조작을 단일 시스템으로 구현한다. 휴머노이드가 지향하는 ‘한 몸의 완결성’보다, 공정별 로봇 시스템의 ‘유연한 분업’이 현장의 해법으로 안착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8일 전개된 테라다인 세미나에서 사측이 던진 화두도 이와 연결된다. 행사에서는 자회사인 코봇 분야 ‘유니버설로봇’과 AMR 영역 ‘미르’를 토대로, 실전 도입 전략을 공론화했다. 이 가운데 '확률 기반 인공지능(AI)'과 '결정론 기반 제조·물류' 사이의 물리적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지능의 판단은 확률로 고도화되더라도, 현장은 여전히 100% 예측 가능한 동작·정지·품질·안전을 요구한다는 데 그 본질이 있다.
특히 '자동화 작업 단위(Cell)의 확장'이라는 키워드가 주요 어젠다다. 로봇 팔(Robot Arm) 하나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비정형 속 현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에 맞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단일 체계로 결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물리적 제약 조건 이겨내는 ‘분업 체계’...현장의 실효성 검증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AI의 판단을 현장이 온전히 수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가상 환경 속 지능이 로봇 하드웨어 제어로 이어지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서다. 피지컬 AI의 진짜 쟁점이 로봇의 외형이 아니라 오차 없는 실행력에 있는 이유다.
공장·물류센터에서는 판단의 고도화보다 정해진 위치에 멈추고, 정해진 힘으로 움직이는 과정이 곧 기술의 실효성이다. 이는 동일한 품질을 출력하는 '실행 예측 가능성'이 먼저 검증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주연 테라다인 대표는 이러한 간극을 두고 “AI 자체는 ‘확률 기반’이고, 제조·물류는 ‘결정론 기반’”이라며 “그 사이의 차이를 메우는 것이 결국 피지컬 AI”라고 압축했다. 로봇의 판단을 물리 세계의 오차 없는 움직임으로 구현해내는 단계가 곧 피지컬 AI라는 설명이다.
현장이 마주한 자동화 수요의 본질도 달라졌다. 단순 반복 공정을 기계로 대체하는 기존 수준에서는 인력난, 공급망 이슈, 설비 노후화, 글로벌 규제 등 과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결론에서다. 여기에 작업자 숙련도 격차,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 확산, 공정 변경, 정밀 품질 요구 등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 또한 문제다.
이 대표가 “자동화 하나로는 이제 충분하지 않다”고 짚으며 생산 환경의 변화와 실시간 품질 보증을 강조한 배경이다. 그가 제시한 ‘보고, 배우고,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피지컬 AI의 메커니즘은 코봇과 AMR로 현장에서 실체화되는 중이다.
실제 현장에 진입한 형태 역시 인간형 로봇이 아니라, 팔·바퀴가 분리된 시스템이다. 휴머노이드가 단일 기체에 통합하려는 기능을 현장은 이미 공정별로 세분화해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분리 구조가 가진 실전성에 대한 의견도 공론화됐다.
안영준 테라다인 차장은 이 흐름을 국내 제조사의 현실적인 생존 전략으로 설득력을 높였다. 안 차장은 “인력 부족, 품질 이슈, 유지보수, 생산 유연성 문제가 결국 납기·생산성 차질로 이어진다”며 제조 공정은 코봇, 물류 워크플로는 AMR이라는 명확한 관점 분리를 제시했다.
특히 코봇의 최대 강점인 울타리(Fence) 없이 작업자와 공간을 공유하는 구조를 내세웠다. 물론 조건 없는 방임은 아니다. 차장은 “국내 현장 여건상 아무런 조치 없이 작업자·코봇이 같이 활동하는 환경은 보기 드물다”며, 철저한 ‘위험성 평가(Risk Assessment)’를 거친 후에 실전적인 공존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성 평가는 작업자의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에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세우는 법적 필수 절차다.
다만 코봇의 안전성은 위험성 평가를 마쳤다는 문서만으로는 부족하다. 펜스가 사라진 공간에서는 이동 속도, 정지 시간, 작업자 접근 거리, 팔 회전 궤적, 위험 요소 등 로봇이 만드는 위험 영역까지 함께 계산돼야 한다. 안전 검토는 셀 설계 단계에서 로봇 동작과 작업자 동선을 함께 충족해야 한다.
이 지점은 AI 기반 로봇 안전 플랫폼 기술 국내 업체 세이프틱스가 강조해 온 로봇 안전 설계 방법론과도 맞닿는다. 김휘연 세이프틱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코봇·AMR이 확산될수록 ▲대상물 크기·형상 ▲로봇 주행 경로·속도 ▲주변 설비 배치 ▲작업자 접근 방식 등을 셀 단위로 검증하는 동적 시뮬레이션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는 실제 운용 조건을 실시간으로 반영·지속·갱신하는 ‘현장형 운영 체계’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측은 이를 유연화하기 위해 작업자 참여 기록을 남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기반 ‘툴박스미팅(TBM)’을 최근 꺼냈다. 당일 작업 내용, 접근 금지 구간, 비상정지 위치, 변경된 로봇 경로가 작업 전 회의로 공유될 때 안전 설계는 운영 절차로 이관된다는 메시지다.
여기에 한정된 공장 규모와 기존 레이아웃(Layout)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천장·벽면·경사면까지 검토할 수 있는 공간 효율성과 낮은 도입 부담이 코봇의 확산을 당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동 영역의 변동성은 AMR이 책임진다는 안영준 차장의 목소리다. 고정 경로와 바닥 트랙에 묶여 노선 변경 시 시간·비용이 발생하는 무인운반차(AGV)와 달리, AMR은 자체 내비게이션 기능으로 경로를 실시간 형성하며 작업자·장애물을 자율적으로 회피한다는 언급이다. 안 차장이 AGV를 설비의 영역으로, AMR을 작업자의 업무를 보조하는 이동 장비로 정의한 이유다. 물류가 자율 경로 기반의 동적 순서 계획으로 진화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 셈.
이 맥락에서 안 차장은 휴머노이드의 미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지금 나오는 휴머노이드 데모를 당장 제조 산업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잘라 말핬다. 제조 현장이 요구하는 신뢰성의 기준이 훨씬 냉정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현장은 99%의 신뢰성도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100%를 채우기 위한 1%의 간극을 좁히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현 단계에서는 안전 요건이 비교적 검증된 코봇·AMR, 그리고 이미 전기전자·자동차 등 양산 현장에서 실증(Pilot)을 거치고 있는 AMMR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진단이다.
숙련공의 고난도 수작업 대체하는 ‘디지털 프레임워크’
앞선 이른바 ‘분리형 피지컬 AI 시스템’이 가진 실전성은 까다로운 공정으로 꼽히는 용접(Welding) 영역에서 구체화됐다. 용접은 고숙련 작업자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강한 ‘열’, 공기 중 유해 입자인 ‘흄(Fume)’, 가혹한 ‘반복 동작’, 극심한 ‘품질 편차’ 등이 한데 맞물려 자동화 난도가 높은 공정으로 알려졌다.
임재익 테라다인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는 이 과정을 생산 환경 변화와 실시간 품질 보증 요구로 함께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많은 애플리케이션 중에서도 용접 자동화에 대해 설명하는 배경은 인력 부족과 더 높은 수준의 자동화 요구 때문이다. 이는 최근 용접 자동화 문의가 급증하는 배경이다.
현실적으로 용접 공정의 첫 허들은 작업자에서 시작된다. 숙련공은 줄어드는데 신규 인력 유입은 약한 실정. 임 차장은 사용자를 만나면 항상 나오는 고민이 정말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작업자를 채용하려 해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현장에서 정말 많이 듣는다”고 털어놨다. 용접은 기술·경험이 모두 요구되는 고숙련 작업이지만,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자동화 장벽 역시 가장 높았던 분야다.
이 가운데 테라다인이 제시한 해법은 '용접 셀'이라는 기획이다. 코봇, 작업대, 용접기, 토치, 그리고 제품을 고정하는 지그(Jig)와 경로 교시(Teaching) 소프트웨어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 솔루션이 공정 자체를 한 번에 해결하는 구조다.
이 실전형 용접 셀을 지탱하는 첫 번째 기술 접근은 ‘교시 직관성’이다. 코봇 기반 용접은 전문 로봇 기술자만의 영역에서 머물지 않고, 현장 용접 작업자가 직접 다루는 수준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접근이다.
이에 대해 임재익 차장은 “로봇을 손으로 직접 끌고 와 원하는 위치를 직관적으로 지정하는 ‘다이렉트 티칭(Direct Teaching)’ 메커니즘이 핵심”이라며 “설치·수정에 수일이 걸리던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몇 시간 내에 학습이 가능하다”고 원리를 설명했다. 작업자가 앞단 버튼으로 위치를 잡으면 사용자 화면(UI) 역할인 티칭 펜던트(Teaching Pendant)에 프로그램이 자동 생성·기록되므로, 전문 지식 없이도 공정 전환이 가능하다.
품질 일관성이 두 번째 방법론이다. 용접 품질은 위치·각도·속도·전류·전압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임 차장은 “로봇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항상 같은 위치에서 반복 작업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일관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설득력을 제공했다. 작업자의 숙련 공정을 로봇 셀에 이관하는 것이다.
실제 현장의 편차에 대응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마지막 기술적 관문인 용접 대상물은 열 변형으로 휘거나 틈새가 생기기 마련이라 고정된 티칭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는 장치가 ‘터치 센싱(Touch Sensing)’과 ‘심트래킹(Seam-tracking)’이다.
동작 전·후를 책임지는 이 두 기술은 용접 자동화의 고질적인 변수를 제어하는 데 기여한다. 터치 센싱이 용접을 시작하기 전 토치 끝단으로 부품 실제 위치를 건드려 감지한 뒤, 그 보정값(Offset)을 경로에 반영한다.
그러면 시스템에 내장된 심트래킹 기술이 실시간 용접 진행 상태에서 강한 열로 인해 시시각각 휘어지는 대상물의 틈새를 추적하며 경로를 보정한다. 산업용 로봇처럼 고정형 기계가 받아내지 못하던 하드웨어의 물리적 오차를 소프트웨어 기술로 메우는 과정이다.
이 밖에 ‘비전(Vision) 시스템’은 현장 편차 대응력을 높이고, ‘멀티패스(Multi-pass)’는 대응 범위를 넓힌다. 임 차장에 따르면, 호환성이 검증된 3D 레이저 비전은 용접 경로를 실시간 구현하는 동시에 높이 변화까지 대응한다. 고정된 좌표를 따라가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대상물의 형상·위치를 읽고 경로를 다시 잡는 구조다.
이 인식 계층은 용접 공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3D 로봇 비전은 로봇이 움직이기 전에 무엇을 기준으로 움직일 것인가에 집중한다. 용접 비전이 시작점과 끝점을 찾아 비드를 형성한다면, 이 비전 기술은 빈피킹(Bin-picking)·머신텐딩(Machine-tending) 등 무작위로 놓인 대상물의 위치·형상 등을 기준으로 실행력을 만들어낸다.



▲ (왼쪽부터) AMMR이 비전으로 위치·형태를 인식하고, 트레이형 대상물을 집어 올려 장비 안으로 옮기고 있다. 용접 공정의 비전 보정이 경로를 다시 잡는 기술이라면, 머신텐딩형 트레이 핸들링에서는 3D 비전이 로봇의 첫 동작 좌표를 결정한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대형 구조물과 두꺼운 모재 대응은 멀티패스, 다시 말해 다층 용접에서 구체화된다. 멀티패스는 여러 차례 용접봉을 지나가며 용접부를 두껍게 쌓아가는 공정이다. 이 기능을 적용하면 작업자가 10번의 주행 경로를 일일이 지정할 필요가 없다. 기본 경로 한 번을 입력하면 용접 품질 조건에 맞춰 일정한 간격으로 경로가 겹쳐 쌓인다.
이러한 코봇 기반 용접 솔루션은 휴대용(Portable) 형식으로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임재익 차장은 “특히 조선소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며 “소형·경량화 설계의 로봇이 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 설비로 사용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용접 셀은 고정 라인 안에 갇힌 설비가 아니라 작업자가 끌고 가는 공정 장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날 확인한 메시지는 공장·물류센터에서 활약할 피지컬 AI가 ‘두 발’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공정에 맞춰 제각기 역할을 하는 로보틱스 기술이 먼저 돈을 벌고 있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