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철강 3사 “EU 탄소배출권 비용 상승 멈춰야”

2026.06.19 14:36:15

이동재 기자 eled@hellot.net

아르셀로미탈·티센크루프·뵈스트알피네, 산업 기반 훼손 경고

 

 

유럽 주요 철강사들이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행 ETS 비용 상승 구조가 유지될 경우 유럽 철강 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제조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셀로미탈 유럽, 티센크루프 스틸, 뵈스트알피네는 17일 공동 입장을 내고 EU ETS의 긴급하고 실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 회사는 유럽 통합 철강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요 업체다.

 

이들은 EU의 기후 목표와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 필요성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강과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이 경제적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할 수 있는 조건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ETS 비용만 빠르게 오르면 유럽 내 생산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 ETS는 2005년 도입된 총량제한 배출권거래 제도다. 발전, 정유, 철강, 시멘트 등 주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탄소 가격을 부과하고, 배출 허용 총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기업의 감축 투자를 유도하는 구조다.

 

철강 3사는 ETS가 전력 부문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냈지만, 철강과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에는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르셀로미탈은 ETS가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전력 부문의 배출량을 약 49% 줄이는 데 기여했지만, 철강 산업에는 경쟁력 있는 전기 가격, 저렴한 녹색수소, 탄소차액계약, 탄소포집·저장(CCS), 저탄소 철강 수요 시장 등 핵심 조건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재 ETS 궤적이 유지되면 2030년대 초까지 EU 내 철강 생산 비용이 약 50%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탄소 가격 체계가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는 지역의 수입 철강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 상승은 유럽 철강사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세 회사는 ETS 개혁이 없을 경우 EU의 철강 집약적 제조 활동이 30~40% 감소하고, 가치사슬 전반에서 최대 500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EU가 산업가속화법을 통해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20%로 높이려는 목표와도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티센크루프 스틸의 마리 야로니 최고경영자(CEO)는 “ETS는 현실 점검이 필요하다”며 “경쟁력과 전환을 조화시키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유럽 산업의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같은 선도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ETS 비용 상승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뵈스트알피네의 헤르베르트 아이벤슈타이너 CEO도 회사가 ‘그린텍 스틸’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무상 할당 축소로 전환에 필요한 재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환 조건이 마련될 때까지 ETS 체계의 일시 중단이 투자 보호와 추가 탈탄소화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락슈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탈탄소화를 장려하는 ETS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정책 입안자들이 직면한 선택은 기후 목표와 경쟁력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회복력과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기후 전략을 택할지 산업 기반을 공동화하는 전략을 택할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철강사들은 ETS 비용 상승을 현재 수준에서 일시 중단하고, 탈탄소화가 경제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는 핵심 조건이 마련될 때까지 제도 궤적을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ETS 수익을 산업 탈탄소화에 투입하고, 조기 투자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세할당제 개편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위한 중요한 조치로 평가했다. 다만 수입 철강에 대한 탄소 비용 부과와 수출 경쟁력 보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ETS 자체 개혁이 유럽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와 경쟁력 유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개 요구는 유럽 산업계 전반의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독일 매체 벨트에 따르면 BASF, 에보닉, 코베스트로, 티센크루프, 아르셀로미탈 등 약 40개 산업기업도 EU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ETS 비용 상승이 생산 이전, 공장 폐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EU 입장에서는 기후 목표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이 더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TS는 EU의 대표적인 탄소 감축 정책이지만, 고에너지 산업에서는 탈탄소화 인프라와 시장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결국 쟁점은 ETS를 약화할 것인지가 아니라, 유럽 철강 산업이 실제로 탈탄소화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다. 철강사들의 요구는 탄소 가격 정책이 산업 전환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작동하려면 전력 가격, 수소 공급, CCS 인프라, 저탄소 제품 수요, 무역 방어 장치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풀이된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Copyright ⓒ 첨단 & Hellot.net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