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산업안전이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이나 법적 의무 이행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작업자가 위험에 노출되기 전에 현장을 감지하고, 판단하고, 조치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카메라와 센서는 현장의 이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비전 AI는 작업자의 행동과 설비 상태를 분석한다. AI 에이전트는 매뉴얼을 기반으로 작업자에게 절차를 안내하고,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을 대신 순찰한다. 산업 현장에서 AI는 업무 효율화를 넘어 작업자의 안전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코엑스 Hall A에서 열린 스마트테크코리아 2026의 ‘AI & Big Data Show’에서는 산업 현장의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는 산업안전, 제조 자동화, 탄소배출 저감 등을 겨냥한 다양한 솔루션이 소개됐다.
위험을 감지하는 AI 안전망…CCTV·센서·엣지 AI가 현장으로
산업안전 AI는 현장의 위험 징후를 빠르게 포착하고 대응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피닉은 산업·공공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이벤트를 감지하고, 관제 요원의 대응을 돕는 산업안전 AI 솔루션을 소개했다.
인피닉 관계자는 “AI가 산업이나 공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들을 감지해 알람을 울려주고, 이를 통해 관제 요원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며, "안전장비 착용 여부, 안전고리 미착용 등 이벤트 감지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해당 AI 솔루션은 실제 국내 모 정유 공장에도 적용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야외 CCTV 환경에서는 비, 조도, 날씨 등 외부 조건에 따라 AI 모델의 오탐과 미탐이 발생할 수 있는데, 환경 변화에 맞춰 AI가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고 자동 적용하는 방식으로 탐지 신뢰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아이디비(IDB)는 스마트팩토리 기반 AI 플랫폼을 통해 재난·안전, 설비 예지보전, 지능형 품질관리를 연결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아이디비 관계자는 “제조업체에서는 AI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모델과 데이터를 세팅하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비의 솔루션은 영상 데이터뿐 아니라 PLC, 센서, 열화상 카메라, 유해가스 센서 등을 함께 활용해 판단 정확도를 높이는 구조다. 예를 들어 영상에서 불꽃이 감지되더라도 오탐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열화상이나 가스 센서 데이터를 함께 확인해 판단을 보정한다. 또 AI가 위험 상황으로 판단한 결과에 대해 작업자가 오탐·정탐 여부를 피드백하면, 해당 기록이 향후 모델 개선과 조치 이력 관리에 활용된다.
아이디비의 부스에서는 RAG 기반의 챗봇형 기능도 소개됐다. 컴프레서 진동이나 전류 변화 등 설비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사내 데이터와 문서를 기반으로 분석 내용과 점검 절차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현장 작업자가 기존 조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작업자의 대응 역량을 보완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타는 엣지 AI 관점에서 산업안전 솔루션의 확장 가능성을 소개했다. 노타AI는 AI 모델 최적화 전문기업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자동차, 로봇, CCTV 등 클라우드 연결이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노타 관계자는 “모델과 디바이스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이라며 “AI가 가진 지능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모델을 작게 만드는 것이 기술과 노하우”라고 말했다. 노타는 ITS, 산업안전, CCTV 모니터링 분야로 솔루션을 확장하고 있다며, 공장 내부 CCTV에 AI를 연결해 안전모 미착용자나 고소 작업자를 탐지하는 방식의 산업안전 솔루션도 소개했다.
작업자 곁으로 온 AI…글래스·로봇·공간정보가 안전을 보조
작업자 지원형 AI는 현장 인력의 숙련도 차이를 줄이고, 복잡한 점검 절차를 안내하는 방향으로 적용되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AI 글래스 기반 원격 작업지원 에이전트 ‘비전플로우(VisionFlow)’를 소개했다. 현장 작업자가 AI 글래스를 착용하면 VLM이 현장 이미지를 인식하고, RAG 기반 시스템이 매뉴얼과 내부 문서를 검색해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부스에서는 엔진룸 점검 시나리오가 시연됐다. 작업자가 배관이나 계기판을 촬영하면 AI가 이미지를 확인하고, 바늘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 다시 촬영을 요청했다. 관계자는 이 솔루션이 “초보 작업자나 현장 경험이 부족한 작업자를 위한 서비스”라며, 분야별 PoC와 본사업을 통해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르소나AI는 피지컬 AI를 산업안전 시나리오와 연결해 소개했다. 부스에서는 공장 내 재난 상황을 가정한 사족보행 로봇 시연이 진행됐다. 전시장에는 쓰러진 사람, 드럼통, 박스, 타이어 등이 배치됐고, 로봇은 음성 명령을 받아 순찰 구역을 이동했다.
시연 진행자는 경상도 사투리로 로봇에 명령을 내리며, 실제 산업 현장의 다양한 음성 환경에서도 AI가 작업자의 지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봇은 계단을 오르고 지정된 구역을 순찰한 뒤, 쓰러진 사람을 인식해 현장에서 경보를 울리고 관제 시스템에 상황을 보고했다. 시연 진행자는 “사람이 CCTV를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현장에 있는 로봇이 먼저 반응한다”며 “말로 지시를 받고,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알아보고, 현장에서 바로 행동하는 것이 피지컬 AI”라고 설명했다.
AI가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간과 공정을 데이터로 읽어내는 기반 기술도 필요하다. 모빌테크는 디지털 트윈 구현을 위한 공간정보 데이터 취득·가공·모델링 기술을 소개했다. 모빌테크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이 메인 사업”이라며 “데이터 취득부터 취득한 데이터를 가공해 모델링하는 모든 과정까지 요소 기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테크는 라이다, 카메라, IMU, GNSS/INS 등 다양한 센서를 융합해 공간 데이터를 취득하고, 이를 자율주행과 시뮬레이션 환경 구현에 활용한다. 관계자는 모빌테크가 제공할 수 있는 핵심을 “공간에 대한 정보”라고 설명하며, 관제나 안전 시스템과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제조 데이터화에서 탄소관리까지…ESG 실행 기술로 넓어진 산업 AI
제조 현장의 AI는 감각적 판단을 정량화하고, 기존 설비와 데이터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이티브에이아이는 3D 스캐너와 2D 카메라를 활용해 용접 상태, 표면 결함, 공정 이상을 검사하는 AI 공정 자동화 솔루션을 소개했다.
부스 관계자는 “감각으로만 하던 것들을 정량화해 처리하다 보니 사람마다 편차가 심한 것을 프로그램이 맞춰주고, 균일하게 나오면서 효율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아이티브AI는 현장에 센서와 장비를 설치해 데이터를 취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만들거나 공정 자동화 솔루션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링크제니시스는 기존 장비 내부를 직접 바꾸지 않고 외부에서 화면을 인식·제어하는 장비 자동화 플랫폼 EQlizer를 선보였다. 관계자는 장비 안에 별도 시스템을 넣으면 부하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화면을 보고 버튼을 누르는 방식과 유사하게 자동화를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링크제니시스는 AI 영상 분석 솔루션도 함께 소개했다. 해당 솔루션은 반도체 분야의 양불 판정을 비롯해 2차전지, 자동차, 식음료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으며, 산업안전 영역에서는 지게차 사고 예방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위즈코어는 CAD 소프트웨어 CADian과 제조관리 플랫폼 NEXPOM을 소개했다. CADian은 오토캐드 대안 CAD로, DWG 파일 호환성과 영구 라이선스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AI 측면에서는 이미지로 된 도면을 AI가 인식해 CAD로 불러오고, 벽·창문·문 등을 구분해 재생성하거나 수량 산출에 활용하는 기능이 소개됐다.
제조 영역에서는 NEXPOM을 통해 생산관리, 품질관리, 모니터링, KPI 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즈코어 관계자는 제조 현장의 내부 데이터를 탐색·분석·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 환경을 언급하며, 스마트 제조를 위한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를 강조했다.
삼성SDS는 개별 현장 솔루션을 넘어 기업 전반의 AX 인프라를 제시했다. 부스에서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사례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AI 풀스택 서비스가 소개됐다. 가상 고객 리서치 에이전트, 협업 도구와 AI 기능을 결합한 브리티웍스, AI 에이전트 플랫폼 패브릭스,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 인프라와 매니지드 서비스가 함께 전시됐다.
삼성SDS 관계자는 삼성SDS의 AI 풀스택 서비스가 솔루션부터 플랫폼, 클라우드, 인프라 운영까지 기업의 AX 과정을 통합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삼성SDS가 소개한 사례들은 산업 AI가 개별 현장 기술을 넘어 기업 업무 전반의 자동화와 의사결정 지원 체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ESG 경영의 환경 영역에서는 탄소배출 관리와 재생에너지 조달을 지원하는 솔루션도 소개됐다. IAS는 caniasERP 기반의 ESM 모듈을 선보였다. IAS 관계자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이 탄소배출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스마트팩토리에서 탄소배출량까지 집계해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게끔 만드는 모듈”이라고 설명했다.
IAS는 제조업 기반 ERP와 스마트팩토리 연계를 통해 재고 입고, 재고 관리, 생산 과정, 품질관리, 완성차 재고, 출고까지의 흐름을 구현했다. 여기에 ESM 모듈을 더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데이터를 집계하고, 리포트 작성까지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관계자는 향후 AI 에이전트를 통해 출고·생산 등 시스템 입력 업무를 대체하는 방향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에 마련된 기후테크특별관에 자리한 위제이의 부스에서는 재생에너지 직접 PPA 플랫폼 ‘zurigo’가 소개됐다. 위제이 관계자는 현재 플랫폼에 약 20MW 규모의 발전소 물량이 등록돼 있으며, 발전소 수로는 50~60곳이 기업과의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위제이는 PPA 전문 영역에 특화된 AI 컨설턴트도 제공하고 있다. RAG 기반으로 PPA 관련 지식을 검색해 답변하는 방식이며, 향후 지도상에서 지붕, 유휴부지, 주차장 등을 인식해 태양광 설치 가능 용량을 산정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