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의 탄소공시법 SB 253이 기업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재무제표와 같은 수준의 감사 대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ESG 전문 매체 ESG 투데이에 따르면 스윕(Sweep)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레이첼 들라쿠르는 최근 기고문에서 SB 253이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기업의 데이터 관리 체계 전반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B 253은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이면서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적용된다. 적용 대상 기업은 scope(스코프) 1, 2, 3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독립적인 제3자 기관의 검증도 받아야 한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스코프 2는 전력, 열, 스팀 등 구매 에너지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을 의미한다. 스코프 3는 공급망, 물류, 출장, 제품 사용 등 기업 활동 전반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을 포함한다.
스코프 1과 2 배출량 보고는 오는 8월부터 시작되며, 스코프 3 보고는 2027년 초부터 이어진다. 캘리포니아가 관련 제도를 먼저 도입했지만, 뉴욕과 콜로라도 등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미국 시장 전반의 기후공시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들라쿠르 CEO는 SB 253 대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보고서 작성 자체가 아니라, 감사를 통과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코프 3 데이터 확보가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스코프 3 배출량은 통상 기업 전체 탄소 발자국의 70~90%를 차지하지만, 공급망 전체를 파악하고 있는 조직은 약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과 물류, 제품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추적해야 하는 만큼 데이터 수집 범위가 넓고, 검증 난도도 높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비재무 데이터를 스프레드시트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프레드시트 기반 관리는 내부 참고용으로는 가능하지만, 독립적인 검증을 받아야 하는 공개 정보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로레알, 탈레스, 오렌지 등 기업의 CFO들은 이제 “규정을 준수하는가”를 넘어 “이 데이터를 방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성 데이터가 단순 ESG 보고 영역을 넘어 재무와 운영 의사결정의 핵심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재무 데이터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규제 대응을 넘어 사업적 가치도 확보할 수 있다. 공급업체의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 공급망 리스크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고, 감사 가능한 에너지·탄소 데이터를 통합하면 운영 비효율을 찾아 비용 절감으로 연결할 수 있다.
PwC의 2025년 글로벌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설문조사에 따르면 CSRD 또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프레임워크에 따라 이미 보고 중인 기업의 70퍼센트는 규제 준수를 넘어 측정 가능한 사업적 가치를 얻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기업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엑손모빌은 캘리포니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규제에 저항하고 있다. 그러나 들라쿠르 CEO는 법적 분쟁이 규제 시행 시기를 늦출 수는 있어도, 고품질 기후 데이터에 대한 시장 요구를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투자자와 고객의 요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데이터 품질이 취약한 기업의 평판 리스크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들라쿠르 CEO는 "기업들이 지금부터 스코프 1·2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고, 스코프 3 인프라도 병행해 준비해야 한다"면서, "SB 253을 단순 규제 대응으로 보기보다 중앙화되고 감사 가능하며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데이터 체계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