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ssul] ESG 담당자를 위한 첫 번째 레슨 “시스템 구축, 선택 아닌 필수”

2026.05.20 07:00:00

이동재 기자 eled@hellot.net

솔루엠 차하얀별 ESG경영파트장 인터뷰 3
"시스템 구축은 선택 아닌 필수"

※본 기사는 총 3편 시리즈의 마지막 기사입니다. 지난 1, 2편을 안 보신 분은 1, 2편을 보고 오시면 좋습니다.

 

1. ESG에 1도 관심 없던 내가 어느 날 전담 담당자가 되었다

2. 어느 날 거래처에서 험한 걸(?) 요구하기 시작했다

 

 

 

솔루엠은 글로벌 생산법인만 해도 5개고, 각 나라마다 언어 다르고 시차도 완전 달라요. 생산법인이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멕시코는 저희랑 완전히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처음에는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취합했는데 어떻게 했냐면, 똑같은 메일을 각각의 법인에 다섯 번 보내요. 그분들은 바로 답장을 안 주시죠. 그러면 다섯 번 전화해요. 메시지도 각각 다 드리고요.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그것만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룹장님께 이거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다(?)고 조언을 구했는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Q. 지속가능경영포럼에서도 시스템 구축에 대해 강조하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업무 체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우선 워킹 그룹 리스트부터 만들었어요. 제가 회사의 유일한 ESG 담당자이긴 하지만 결국 데이터를 뽑아내는 사람들은 각 법인, 부서 담당자이기 때문에, 그분들을 한 명씩 지정해서 게시판에 못을 박은 거예요. ESG 위원회와 ESG 관련 (사내)정책도 만들고요. 처음에는 당장 눈앞의 일도 밀려 있는데 체계까지 만드려니까 벅차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 와 보면 그렇게 미리 체계를 만들어놓으니까 확실히 나중에 탄력이 붙어서 이 프로젝트, 저 프로젝트 할 때 신속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체계를 먼저 만들어 놓은 게 정말 너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Q. 담당자 워킹그룹을 지정했을 때 '왜 하필 나냐' 이렇게 나오는 경우는 없었나요?


다행히 거의 없었어요. 담당자가 퇴사하거나 부서 변경이 있을 때만 바꿨지 못 하겠다, 싫다 해서 바꾼 경우는 거의 없어요. 다른 기업 ESG 담당자분들 만나보면, 정말 내부 반발에 고생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걸 내가 왜 너한테 줘야 되냐' 이런 식으로 나온대요. 저는 그런 건 없었거든요. 일단 든든한 상사분들이 계셨고, 또 솔루엠에 선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귀찮다고 하시면서도 안 도와주시지는 않으셨어요. 또 제가 완전 주니어이고 막내일 때였거든요. 가서 고개 숙이고 인사하고 그러니까 안쓰럽게 봐주신 것 같아요.(웃음)

 

Q. 데이터 관리 부분이야 말로 시스템 솔루션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그냥 '시스템이 있어야 된다'가 아니라, 모든 데이터 관리를 자동화하길 원했어요. 데이터를 요청하는 것, 받는 것, 확인하는 것, 결재 기능까지 다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첨부파일 같은 증빙자료예요. 중소·중견기업들은 문서 중앙화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 데이터가 담당자 컴퓨터에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담당자가 퇴사하면 그 데이터는 없어지는 거예요. 이게 진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증빙자료는 하나의 시스템에 다 올라와 있어야 된다, 담당자가 퇴사하더라도 데이터는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게 해야 된다라고 생각했어요.

 

Q. 시스템 도입 후엔 어떻게 바뀌었나요?


데이터를 제공해주시는 담당자분들이 처음엔 시스템이 낯설어서 실수하고 다른 데이터를 넣어주시고 했는데, 몇 번 사이클을 돌리니까 이젠 다 알아서 해주세요. 환경 데이터는 한 달에 한 번, 인사 데이터는 분기별로 받고 있어요.


지금은 데이터 집계 등 과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했어요. 이 부분이 해결되니까 저는 그보다 더 상위 업무, 더 전략적인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저는 결국에 사람은 그런 업무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자잘한 업무는 시스템에 맡겨놓고요.

 

Q. 초기 시스템 정착이 중요했던 것 같네요.


맞아요. 데이터 관리는 수작업으로는 안 된다, 시스템 없이 데이터를 관리하다 보면 하루종일 이것만 하다 끝난다 생각해서 시스템 구축하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Q. 시스템 구축도 그렇고 ESG 대응이라는 게 개별 기업이나 담당자 개인의 힘으로는 힘든 것 같아요. 솔루션 기업이나 기관의 도움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최근에 한국수출입은행 쪽에서 도움을 받아서 프로젝트를 끝낸 게 있어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에 공고를 냈었거든요. 전액은 아니고 70% 정도, 금액은 2억 한도 내였어요. 확실히 비용 지원이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다들 ESG는 결국 돈 문제라고 하시니까요. 제가 이걸 따냈을 때는 너무 좋았죠. 돈을 벌어온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Q. 지원 사업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는군요.


네. 요즘 정부 쪽에서 그런 지원 사업이 많아졌고, 중견기업도 지원을 좀 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같은 애매한 중견기업은 사실 지원을 잘 안 해주거든요.


이렇게 비용을 주는 지원 사업도 있지만 컨설팅 자체를 지원해주는 사업도 있어요. 저도 신청해봤는데, 아쉬웠던 것은, 컨설팅사가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을 컨설팅 해줘야 했어서, 회사마다 기준도 다르고 업종도 다 다른데, 맞춤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준으로 컨설팅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런 건 한번 받아보고 앞으로 받으면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Q. 솔루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에서 파트장님처럼 갑자기 ESG 업무를 맡게 된 담당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일단 상황에 대한 파악을 먼저 하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ESG가 지금 어떤 수준인지, 정보가 어디에 흩어져 있고 각 부서나 개인이 산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공장 범위가 하나일 수도 있지만 여러 공장을 가지실 수도 있잖아요. 각각의 현황이 어떤지, 이런 상황 파악을 먼저 하셨으면 좋겠고요.

 

Q. 상황 파악이 먼저고.


그리고 저도 그랬지만 보통 공부를 먼저 시작하잖아요. 책을 본다거나 GRI, ESRS같은 낯선 기준들을 알아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공부에 파고들기 전에 저는 먼저 고객사 RFI(Request for Information, 정보요청서)부터 보셨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중소·중견기업이라면 고객사가 요구하는 걸 먼저 보셔야 되거든요. 시험 칠 때 두꺼운 기본서보다 기출문제부터 먼저 보라는 거죠. 문제를 파악하고, 아 이런 문제를 풀어야 되는구나 알게 되면 그 부분부터 공부하면 되는 거예요. 처음부터 무슨 ESG 이론을 다 알고, 규제, 기준을 다 알고 그렇게 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Q. 실전이 중요하다는 말 같네요.


그렇죠. 어쨌든 저희는 기업에 속한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전담자는 무조건 한 명은 있어야 되고, 협업 구조를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협조가 아니고 협업. 아예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거죠. 모두 자기의 일로 느껴질 수 있게끔요.

 

Q. 그리고 아까 얘기한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겠죠.


맞아요. 당장은 불가능하더라도 추후에 시스템을 통해서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금 업무를 할 때도 늘 신경을 쓰셨으면 좋겠어요. 수식이 걸린 엑셀 하나하나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은 임시적으로 하는 거다 생각하시고 늘 시스템을 염두에 두면서 업무를 하는 거죠.


그리고 데이터를 요청할 땐 주기를 정하세요. 그때그때 필요해서 요청하지 말고, '우리는 앞으로 매월 이걸 요청할 거고, 분기별로도 요청할 거다. 그러니 데이터는 언제까지 주면 된다'라고요. 그래야 자기의 일로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Q. ESG는 돈 버는 업무가 아니니까 담당자들이 업무를 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비용 압박이 있긴 해요. '간접비 증가다, 원가 절감해야 한다'. 다 맞는 말이기도 해요. 어쨌든 저희도 수익 차출이라는 같은 목표로 달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령 ESG 경영에 들어가는 1억 5천을 아끼려다가 회사가 따낼 수 있었던 400억짜리 수주가 날아갈 수도 있거든요. 실제로 글로벌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요.


의사결정권자분들께서 어떤 게 더 중요한지 잘 따져봐주셨으면 좋겠고, 무조건 비용이라고만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저희도 에코바디스 메달이 없었다면 거래가 안 됐을 곳이 있었거든요. 거래 금액이 몇 십억 단위는 됐을 거예요.

 

Q. ESG 업무를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나가고 싶으세요?


현장을 뛰어보고 싶어요. 지금은 본사에서 사무 업무를 하면서 일하잖아요. 국내도 돌아다니긴 하지만 협력체 실사나 이런 정도고요. 글로벌 생산법인들이 있기 때문에 거길 왔다 갔다 하면서 진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요.

 

예전에 대표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스탭은 자기가 전망대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방파제에 서야 한다. 직접 부딪혀라" 하셨거든요. 그 말이 지금도 되게 남아있어요.


제조업에서는 공장이 되게 중요하잖아요. 저는 지금 제조업에서 ESG를 하는 거니까 생산법인들을 직접 다니면서 판을 짜고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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