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TOS 2026] 생산제조 생태계의 大전환...철 깎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지능’

2026.04.21 20:09:57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지난 13일부터 닷새간 개막한 ‘제21회 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SIMTOS 2026)’은 절삭기·프레스 등 공작기계의 물리적 성능을 뽐내던 과거의 틀을 깼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수요·공급, 인력·소프트웨어, 자동화·실증(Pilot)을 한데 아우르는 제조 생태계를 거대한 ‘산업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올해의 화두는 ‘AI 자율제조와 인재의 만남(AI Autonomous Manufacturing Meets Talent)’이다.


 

기계 본체가 아닌 그 ‘심장부’와 ‘신경망’을 파헤친다. 전시장에는 기계를 움직이는 제어·구동 기술부터 공정을 완결 짓는 자동화 공정 단위(Cell), 이를 총괄하는 운영 소프트웨어가 늘어섰다. 절삭과 가공은 장비의 몫이나, 그 장비를 지능적으로 깨우고 멈추지 않게 만드는 기술 체계의 존재감이 뚜렷했다. 생산 라인을 실질적으로 전개하는 제어·운영 기술의 결합이 이번 편의 핵심이다.

 


 

<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 > “3배 더 앞서 읽는다” 파라미터 하나로 끝내는 CNC 통합 전략

 

 

 

먼저, 산업 자동화 솔루션 업체의 기술이 자리잡았다. 한국미쓰비시전기오토메이션(이하 미쓰비시전기)은 이번 SIMTOS에서 차세대 컴퓨터수치제어(CNC) 브랜드의 핵심 라인업 ‘M800V’과 ‘M80V’을 강조했다. 부스에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10.4·15·19인치로 세분화된 세 가지 사용자 화면(UI) 구성의 CNC가 출품됐다.

 

전시의 중심은 일체형 구조다. 모니터 뒤편에 수치제어 장치인 ‘NC 유닛(NC Unit)’이 직접 결합된 형태다. 10.4인치부터 19인치까지 화면 크기만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제어 플랫폼을 공유한다. 가공기 전면의 화면·제어기를 한 몸으로 묶은 구성이 해당 제품군의 출발점이다. 쉽게 말해, 화면 크기에 관계없이 동일한 제어 메커니즘을 갖춘 방식이 이 제품군의 특징이다.

 

이들 시리즈는 기계 종류에 상관없이 하나의 제어 시스템으로 대응한다. 선반(Lathe)·머시닝센터(Machining Center)를 별개의 제어 축으로 나누지 않고, 파라미터 설정 변경만으로 운용 전환이 가능하다. 강종대 미쓰비시전기 NC영업그룹장은 “선반용과 머시닝용 NC를 따로 재고로 둘 필요 없이 파라미터만 바꾸면 즉시 대응할 수 있어 재고 운용 효율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기능 구성 또한 옵션을 일일이 추가하는 방식 대신 풀 패키지에 가깝게 설계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종 전개와 재고 관리를 동시에 해결한 접근법이다.

 

가공 성능에서는 ‘선독(Look-ahead) 블록’ 기능을 내세웠다. 강종대 그룹장은 “기계에 내리는 동작 명령어인 ‘G-코드(G-code)’를 몇 블록 앞까지 미리 읽어 들이느냐가 처리 속도를 좌우하는데, 해당 라인업은 이 성능이 타사 대비 2~3배 빠르다”고 밝혔다.

 

 

이렇게 읽기 성능이 높아지면 곡면과 미세 경로 추종 속도가 올라가 사이클 타임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강 그룹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선독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가공 시간을 줄이고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솔루션 공급 방식으로 ‘세트와이징(Set-wising)’ 전략을 택했다. NC 유닛만 파는 것이 아니라 모터(Motor)·드라이브(Drive)·서보(Servo)를 통합해 제공한다. 제어·구동을 한 번에 최적화하겠다는 플랫폼 전략이다.

 

< 건솔루션 > 설비 멈추지 말고 가상에서 먼저 검증하세요...‘실행형 트윈’의 가치

 

 

제조실행시스템(MES) 및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솔루션 업체 건솔루션도 SIMTOS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했다. 이들은 ‘AI 자율제조’를 전시 주요 테마로 설정해 기술을 배치했다. 현장에는 인공지능(AI)·로보틱스·비전(Vision)·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강조한 기술 체계가 참관객을 모객했다.

 

사측은 디지털 트윈 가상 공장 및 자율주행을 특히 강조했다. 핵심은 절삭가공 현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복제하고, 그 위에 자율이동조작로봇(AMMR)과 머신텐딩(Machine-tending) 기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건솔루션이 지향하는 디지털 트윈의 역할은 단순한 관제를 넘어선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가상 환경이 일종의 ‘검증 공간’으로 기능하며, 실제 설비를 멈추기 전 가공 흐름과 물류 동선을 먼저 시뮬레이션한다. 가상 환경에 실제 현장과 동일한 환경을 구축해 놓고,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그대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도출된 결과값을 실제 설비에 적용하는 ‘실행형 트윈’이 이들의 기술 전략이다.

 

이 가운데 중점이 되는 차별점은 절삭가공 업종에 대한 이해도다. 가공기 입구에는 소재·투입하고 회수하는 머신텐딩 로봇을 배치하고, 이를 지휘하는 통합 관제 시스템에 디지털 트윈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해 실제 제조 공정을 재현했다.

 

관계자는 “절삭가공 분야에 특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AI 기반 자율주행로봇(AMR)에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것이 이번 전시에서 밝히고자 한 기법”이라고 강조했다.

 

< TPC메카트로닉스 > 적층 제조, 실제 제품과 똑같은 외관을 설계단에서 검증하다

 

 

글로벌 3D 프린팅 기술 업체 스트라타시스의 국내 공식 총판으로 활동중인 TPC메카트로닉스도 등판했다. 회사는 그동안 스트라타시스 제품을 통해 적층 제조의 범위를 확장해왔다. 시제품 제작이라는 기존 용도를 넓혀, 실제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부품·기구 등을 직접 제조하는 방식으로 활용 폭을 바꾸는 중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적층 제조를 산업·공장 자동화(FA) 포트폴리오의 필수 구성 요소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번 부스의 하이라이트는 폴리젯(PolyJet) 3D 프린터 'J55'다. 이 제품 안에는 운동화 시제품이 담겨 참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 데모는 실제 제품 제작에 들어가기 전, 설계 단계에서 형상·색상·재질을 미리 검증하는 적층 제조 기술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현장 관계자는 J55의 정체성으로, 디자인 검증에 특화된 현장 친화형 장비라고 정의했다. 해당 솔루션은 최대 5개의 재료를 동시 출력하며 64만 가지의 풀 컬러(Full Color)를 구현한다. 특히 18마이크로미터(μm) 수준의 미세한 레이어 두께와 회전식 출력 플랫폼을 통해 실제 양산품에 가까운 외관·질감을 재현한다.

 

관계자는 “J55는 동급 장비 대비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고, 공기 추출 시스템을 갖춰 냄새·연기 걱정 없이 사무실 환경에서도 운용 가능하다”며 “53데시벨(dB) 이하의 저소음 설계와 전용 소프트웨어 지원으로 디자이너·엔지니어가 현장에서 즉각 반복 검증을 수행하는 최적의 도구”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 씨에스캠 > 글자 내부까지 촘촘하게 채운 미세 패턴, 금형 표면의 한계 깨는 레이저

 

 

씨에스캠은 국내에서 CNC·제어 솔루션을 다루고 있다. 이 부스의 관전 포인트는 대형 회전 테이블을 장착한 문양 형성(Patterning) 목적의 5축 레이저 패터닝 장비 'AnyX-1000LP-5A'다. 장비 주변에는 문자 내부를 정교한 무늬로 채우거나 미세한 반복 패턴을 새긴 샘플들이 전시돼 자사 기술력을 강조했다.

 

이번 전시의 초점은 금형과 곡면 표면에 어떤 미세 구조를 균일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 해당 장비는 레이저 스캐너와 CNC를 결합해 대면적에서 고정밀 가공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성철 씨에스캠 기계사업부장 설명에 의하면, 특히 곡면에 레이저를 수직으로 조사해 가공 품질을 유지한다. 10~500μm 범위의 미세한 레이저 스폿 조절이 가능하다. 이는 앰블럼, 특수 문양, 미세 패턴 등을 금형 표면 전체에 균일하게 밀어 넣는 고난도 공정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김 부장은 “무정지 연속 가공 기능인 5축 온더플라이(On-the-fly) 기술을 통해 CNC 스테이지가 움직이는 중에도 멈춤 없이 레이저를 조사한다”며 “단차나 이음새가 없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러한 고정밀 연속 패턴 가공은 자체 개발한 전용 5축 컴퓨터지원제조(CAM) 시스템이 뒷받침하기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엣지크로스 > 이제 기계와 대화하는 시대, A/S 이력부터 매뉴얼까지

 

 

스마트 머신 디지털 전환(DX) 및 인공지능 전환(AX) 솔루션 업체 엣지크로스는 설비의 온도·압력·가동 등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UI를 내놨다. 이 시스템은 기존 설비에 사물인터넷(IoT) 장비를 부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는 LTE 기반 무선 통신을 거쳐 클라우드로 전송된다. 사용자는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웹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설비를 실시간으로 감시·관리한다.

 

사용자가 직접 위젯(Widget) 배열을 바꾸거나 회사 로고를 삽입하는 등 맞춤형 대시보드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설계 차별점이다. 김찬진 엣지크로스 매니저는 "스마트폰처럼 사용자 편의에 맞춘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현장 설비를 원격으로 읽고 관리하는 데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핵심은 '범용성'이다. 기계를 새로 교체할 필요 없이 이미 가동 중인 노후 장비에도 적용 가능해 즉각적인 DX를 이끌어낸다. 이 기술의 무게 중심은 대화형 산업용 AI 에이전트 '머신GPT(MachineGPT)'로 이어진다.

 

이 서비스는 설비 매뉴얼, 사후서비스(A/S)·고객서비스(CS) 기록 등을 학습해 사용자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한다. 이에 대해 김 매니저는 "담당자에게 직접 정보를 묻는 대신 AI와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콘셉트"라며 "학습된 데이터 범위 안에서만 답변하도록 철저히 설계해 신뢰도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숙련공 부재 문제를 해결하고 반복적인 알람 대응이나 장애 처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언급이다.

 

제조 현장에서 가장 민감한 요소 중 보안 문제도 이들이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집중한 포인트다. 김찬진 매니저는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 처리되며, 기본 클라우드 방식 외에도 사용자 내부 서버에 직접 구축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옵션을 제공한다”며 “외부망 연결을 꺼리는 사용자를 위해 폐쇄적인 환경에서도 머신GPT를 운용하도록 배려한 조치”라고 역설했다. 엣지크로스는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ISO 27001를 취득하며 데이터 보안 역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사측이 정조준한 타깃은 기계 제조사와 유지관리 부서다. 매니저는 "머신GPT를 활용하면 기존에 직접 출장을 가거나 전화로 처리했던 서비스 업무가 확연히 줄어든다"며 현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 케이이엠 > 전장 부품에 담긴 무결점 철학 “장비 폐기까지 고장은 없다”

 

 

앞선 제어·자동화 기술 뒤편에는 가공 현장의 연속 운전을 받치는 후방 장치도 있었다. 공작기계 관련 제품 업체 케이이엠은 투명 수조를 배치했다. 투명한 수조 안으로 녹색 튜브가 길게 뻗어 있고, 그 주변에는 벨트형 기름 제거기(Belt Skimmer)와 액체의 높이를 재는 레벨 센서(Level Sensor)가 설치됐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오일 스키머(Oil Skimmer)’다. 절삭유 탱크 표면에 떠 있는 기름을 제거해 절삭유의 수명을 늘리고 가공 품질을 유지하는 장치다. 이 구조는 크게 벨트형·튜브형으로 나뉜다. 벨트형은 우레탄·스테인리스(SUS) 벨트를 이용해 수면 위 기름을 연속적으로 분리한다. 머시닝센터와 CNC 선반 등에 폭넓게 쓰인다. 반면 튜브형은 6mm 직경의 특수 튜브를 활용해 좁은 공간에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 관계자는 “튜브형은 크기가 작아 협소한 공간에도 설치가 쉽고 이동하며 운용할 수 있어 현장 대응력이 높다”며 “지난 2016년 양산 이후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 주력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수조 옆의 레벨 센서 역시 공작기계 본체 밖에서 탱크 상태를 읽고 관리하는 핵심 조연이다. 절삭유의 오염을 막고 수위를 감시하는 이 같은 장치는 가공기 본체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불량률 감소와 환경 보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케이이엠이 오일 스키머를 대표 품목으로 앞세워 온 이유도 기초 체력과 같은 이 제품의 중요성 때문이다.

 

관계자는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품질”이라며 “장비가 폐기될 때까지 자사 제품은 고장 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생산에 임한다”고 강조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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