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AI가 생성형 AI 이후 차세대 핵심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 응답을 넘어 목표를 설정하면 스스로 계획·실행·피드백을 반복하는 ‘행동형 AI’로 진화하며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흐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러한 기술 흐름에 대응해 ‘실세계 능동 행동형 에이전틱 AI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초음파 의료, 기업 업무 혁신, 정서 지원, 물리 해석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R&D를 시작한다. 특히 멀티 에이전트 협업, 자율 수행, 작업 완수율 95% 목표 등은 AI가 개인을 넘어 조직 단위 업무까지 대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 구조와 결합된 전략적 접근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생성형 AI 이후, ‘행동하는 AI’로 넘어가는 결정적 전환점
생성형 AI가 등장했을 당시, 많은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 수준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AI는 또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거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AI는 텍스트 기반을 넘어 이미지, 영상 등 멀티모달 데이터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적 축적은 에이전틱 AI로의 진화를 가능하게 만든 핵심 기반이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해야만 움직이던 AI가 이제는 목표만 주어지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결과를 다시 학습해 개선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인간과 AI의 관계 자체를 재정의하는 전환점에 가깝다. 기존에는 사람이 AI를 조작했다면, 이제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2025년을 기점으로 에이전트 AI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 전반에서 이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급격히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과거 ‘챗GPT 모멘트’가 AI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행동하는 AI’가 산업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물결로 자리 잡고 있다.
“AI가 조직을 대신한다”…산업 현장에서 확인된 변화의 신호
에이전틱 AI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은 실제 산업 사례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AI가 특정 업무를 넘어 조직 단위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AI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회계 및 감사 부서 전체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자동화 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다. RPA나 챗봇이 반복 업무를 처리하는 수준이었다면, 에이전틱 AI는 복합적인 판단과 협업을 요구하는 업무까지 수행한다. 즉, ‘직무 자동화’에서 ‘조직 대체’로 진화한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MS의 MAI-DxO 사례는 여러 전문 분야의 판단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 에이전트 협업 구조를 보여준다. 이는 병원에서 여러 진료과가 협진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AI가 집단 지성을 형성하는 형태다.
이러한 변화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앞으로 AI는 단일 기능 수행자가 아니라, ‘팀 단위로 일하는 존재’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AI 도입 전략이 단순 자동화를 넘어 조직 구조 재설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픈클로 모먼트’…글로벌 에이전틱 AI 경쟁의 분수령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에이전틱 AI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픈클로(OpenClaw)’라는 상징적인 사례가 있다. 이 기술은 사용자의 로컬 컴퓨터 환경을 직접 활용하며, 명확한 지시 없이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행동을 스스로 찾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AI가 현실 세계에서 직접 행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계기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오픈클로 모먼트’라 부르며, ChatGPT 이후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보안 문제라는 새로운 과제도 부각됐다. 이에 대응해 엔비디아는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리모클로(Remote Claw)’를 공개하며, 안전성과 활용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퍼플렉시티, 마누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컴퓨터 조작형 에이전트와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선보이며 시장 경쟁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아직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만한 사례는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네이버, 카카오, 통신사 등이 자사 서비스에 특화된 에이전틱 AI를 개발하며 점진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산업 구조와 결합한 전략적 접근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보인다.
정부 전략의 핵심, ‘기술 확보형 에이전틱 AI’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과기정통부는 단순 서비스 개발이 아닌 ‘핵심 기술 확보’ 중심의 전략을 선택했다. 에이전틱 AI의 본질이 단순 응용이 아니라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 집합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핵심 기술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인지와 추론, 계획과 조정, 행동 수행, 그리고 협업과 개선이다. 특히 ‘리플렉션’과 ‘플래닝’은 에이전틱 AI의 핵심 기능으로 강조된다.
리플렉션은 AI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개선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플래닝은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이 두 요소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유사한 구조를 형성한다.
또한 멀티 에이전트 협력 구조 역시 중요한 축이다. 여러 AI가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면서 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여기에 장기 메모리, 도구 활용 능력까지 결합되며 AI는 점점 ‘스스로 일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작업 완수율을 인간 대비 95%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에이전트 확보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해석된다.
초음파·기업·일상·과학…4대 과제로 본 에이전틱 AI의 미래
정부의 이번 사업은 총 4개의 핵심 과제로 구성되며, 각각은 에이전틱 AI의 적용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첫 번째는 초음파 의료 AI다. 초음파는 움직이는 영상이라는 특성 때문에 분석 난이도가 매우 높으며, 숙련된 의사의 판단이 필수적이다. 이 과제는 영상 획득부터 분석, 진단까지 전 과정을 AI가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 번째는 기업 업무 혁신 AI다. ERP, 메일, 문서, 캘린더 등 기업 내 모든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해 하나의 부서 역할을 수행하는 AI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디지털 조직’ 구현을 지향한다.
세 번째는 일상 동행 AI다. 사용자 감정과 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공감과 지원을 제공하는 AI로, 기존 챗봇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개인 비서 개념이다.
네 번째는 물리 해석 시뮬레이션 AI다. 복잡한 계산과 반복 실험을 자동 수행하며 연구개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 과제는 단기간 집중 투자와 경쟁형 구조로 운영되며, 실제 시장 적용 가능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AI는 ‘도구’를 넘어 ‘일하는 주체’로 진화한다
에이전틱 AI는 단순 기술 트렌드가 아니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앞으로 AI는 지시를 기다리는 도구가 아니라,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주체’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업 환경에서는 AI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조직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산업이 이 흐름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조직에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현실에서 일하게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