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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제조 ‘99단계의 제언’ (36단계 ~ 40단계)

  • 등록 2017.12.13 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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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저자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아흔아홉 개의 조언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36. 창조? 개나 줘라


창업이라고 하면 흔히들 ‘독창성’ ‘차별성’ 등의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우리는 창업은 뭔가 젊고 참신하며 새로워야 한다는 세뇌를 당해왔다. 정부나 정치나 언론이나 대학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창업가=뭔가 톡톡 튀고 센스가 넘치며 차별화된 창조적 집단’이라는 상(象)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창업은 창조적이고 독창적이어야 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래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매출 1조 규모의 회사 하나가 새로 탄생할 확률은 매출 1,000억짜리 회사가 열 개 탄생할 확률, 매출 100억짜리 회사가 100개 탄생할 확률, 매출 10억짜리 회사 1,000개가 탄생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 ‘될 놈 하나’ 밀어주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수고 또한 ‘그저 그런 열 놈’ 밀어주는 데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적으니 가급적 크게 될 놈을 골라 밀어주고, 그저 그런 놈은 알아서 크거나 말거나 하라는 식이다. 그리고 이 ‘크게 될 놈’과 ‘그저 그런 놈’을 구별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기준이 바로 창조성과 차별성, 독창성이다. 남들이 안 하는 것, 처음 보는 것을 해야 더 크게 될 수 있다고 믿으니.


바로 여기에 치명적인 착시 현상이 있다. 1인 제조 역시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인데, 정말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1인 기업의 목표 매출은 1조, 1,000억, 100억이 아니다. 


기껏 연 매출 10억짜리 1인 제조회사를 꿈꾸면서 창조성, 독창성의 개념을 강조하다 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 왜? 제조업은 개인 종목이 아니라 단체 종목, 그중에도 사이클 추발 경기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잘나서 제일 먼저 들어와봤자 아무 소용없다. 팀에서 가장 처지는 선수가 마지막으로 들어올 때가 우리의 기록, 나의 기록이니 말이다.


때문에 나를 둘러싼 전후방 협력회사들과 어떻게 눈높이를 맞춰 협업하느냐가 1인 제조의 필수 불가결한 성공요소이고, 그래서 독창성보다는 팀워크가 1만 배 중요하다. 다른 업종에서는 한 명의 메시, 한 명의 호나우두가 중요할지 모르지만 제조업, 특히 1인 제조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팀을 앞세울 수 있는 선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또한 제조업은 생각만큼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일례로 들어보자. 하드웨어를 찬찬히 뜯어보면 지난 5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디자인이나 외장 재질에서 조금 달라지고 없던 기능이 조금 추가되었을 뿐 회로 기판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지구상 모든 제품 중 가장 많은 돈이 투자되고 최고의 개발 인력이 포진한 스마트폰 산업에서도 이러한데, 하물며 다른 제조업종은 어떻겠는가? 특히 B2B 분야에서는 20년 전에 좋았던 제품이 지금도 좋은 경우가 부지기수로 많다. 5년 전에 많이 팔린 제품이 지금도 괜찮게 팔린다면 향후 5년 동안에도 잘 팔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1인 제조의 경우 어쭙잖게 창조를 들먹이며 스스로 방전하지 말고, 시장에서 스테디셀러인 제품을 잘 베끼는 것이 중요하다. ‘잘 베끼는 것’은 절대로 무턱대고 있는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안 베낀 듯 베끼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 베끼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느끼지 말기 바란다. 자기의 수준을 스스로 잘 파악하는 것보다 더 창조적인 마인드는 없다. 



37. 나서지 마라


바로 앞장에서 ‘자기 수준을 아는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정말 맞는 말 같다. 나를 알아야 내 싸움을 할 수 있고, 내 싸움을 해야 이길 수 있다. 내 싸움을 한다는 것은 싸움의 룰을 내가 만든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룰에 따라 싸우게 되면 어지간히 강하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다. 하물며 1인 기업의 경우 내 싸움을 하지 못하면 백전백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경영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그의 책 『다윗과 골리앗(David and Goliath)』(2014)에서 양치기 소년 다윗이 2미터에 이르는 거인인 골리앗을 이긴 것은 절대 기적이 아니라 그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을 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골리앗과 근접 거리에서 맞짱을 뜰 경우에는 반드시 지게 될 것임을 다윗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공략했고, 정확한 투석으로 그의 미간을 가격하여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즉, 다윗은 ①상대와 나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②내가 승리할 수 있는 싸움의 룰대로 ③근접 거리가 아닌 중장거리에서 돌팔매질을 함으로써 승리를 거둔 것이다. 


약할수록 내 싸움을 해야 한다. 상대의 싸움에 말려들면 깨질 수밖에 없으니 무턱대고 나서면 안 된다. 나서는 순간 1인 기업은 상대방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골리앗과 맞짱 뜨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나서지 말라’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경쟁을 피해 어떻게든 도망 다니라’는 뜻이다. 이종 격투기 경기를 보면 흥행을 위해 덩치가 두 배 차이 나는 선수들끼리 대결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작은 선수가 구사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뭘까? 마지막 라운드의 종이 울릴 때까지 링 안에서 어떻게든 상대를 피해 도망 다니는 것이다. 큰 선수를 쓰러뜨리지 못했다고 작은 선수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끝까지 피해 다니면 야유야 나오겠지만 그것은 작은 선수가 아닌 큰 선수가 받아야 할 몫이고, 그렇게 경기가 끝나면 작은 선수는 모든 관중의 기립 박수를 받는다. 


그렇다면 작은 선수에게 가장 멍청한 전략은 무엇일까? 정정당당하게 이기겠다고 맞짱 뜨다 1라운드에 KO패를 당하는 경우다. 피하는 것이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이 생각이야말로 정정당당하지 않다. 작은 선수 입장에서는 계속 도망 다니는 것이 가장 정정당당한 방법이다. 물론 링 밖을 벗어나면 안 되지만 말이다. 


1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큰 기업과의 맞짱은 끝까지 피하고, 자신이 잘하는 돌팔매질 전략을 찾아 그것으로 싸워야 한다. 뒤의 66장에서 그 전략들을 하나씩 알아보겠다. 


둘째, 앞장서지 마라. 1인 기업의 성공은 어떻게 시간을 절약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면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을 ‘당장 돈이 되는가’에 두고, 당장 돈이 안 되는 장기적 과제라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1인 기업의 입장에서 1년 뒤에 대한 고민은 시간 낭비다. 그런 고민은 돈 많은 큰 회사가 매일 하는 일이니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러한 큰 회사들의 산출물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편이 낫다.


누군가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는 기업도 기업인가?”라고 물을지 모른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①오늘 당장 돈을 버는 것과 ②미래에도 돈을 버는 것, 둘 중 하나다. 이 두 가지 목적의 비중을 보면 대기업은 3:7, 중견기업은 5:5, 중소기업은 7:3, 1인 기업은 9:1 내지 10:0이 될 것이다. 즉, 기업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오늘, 현재가 더욱 중요하다.


앞장서지 말라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1인 기업들은 큰 회사의 시행착오를 보면서 그때 방향을 결정해도 전혀 늦지 않다. 굳이 왜 앞장서서 방향을 정하려고 하는가? 1인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이 신속한 의사 결정과 집행이고 가장 큰 약점이 시간 부족인데, 왜 부족한 시간을 어찌 될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고민에 투자하려 하는가? 


여차여차 시장을 선도할 만한 제품을 기획했다고 하자. 기획한 제품을 개발하려면 전후방 연관업체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 나만 믿고 일단 만들어보자고? 내가 다 책임지겠으니 물건만 잘 만들어달라고? 


100이라는 개발 비용이 들어가는 시장 선도 제품을 개발하는 상황을 예로 들겠다. A라는 기업은 제품 개발에 있어 자체 공정 대 외주 공정 비율이 50:50이고 B라는 기업은 자체 대 외주가 10:90이다. A사는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50의 비용을 쓰고 50은 외주 협력업체가 부담하는데, B사는 자체적으로 10만을 부담하고 90은 외주 업체에 부담시킨다. 이 B기업이 바로 1인 기업이다. 50을 부담하는 A도 나머지 50을 부담하는 외주 협력업체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데, 10만 부담하는 B가 90을 부담해야 할 외주 협력업체들을 과연 설득할 수 있을까?


시장을 선도하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1인 제조회사는 나서면 백전백패하게 되어 있으니, 절대 골리앗과 맞장 뜨지 말자.



38. 커지고 싶다면?


독신자와 독신주의자는 전혀 다르다. 혼자 산다는 점은 같지만 전자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것이고 독신주의자는 결혼을 할 수 있음에도 혼자 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인 기업자와 1인 기업주의자는 전혀 다르다. 1인 기업자는 할 수 없이 혼자 하고는 있지만 여건이 된다면 언제든 조직과 규모를 키우고 싶어 하고, 1인 기업주의자는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1인 기업을 계속 고수하고 싶어 한다.


물론 독신주의자 중에도 눈에 뭐가 씌면 하루아침에 마음을 바꾸는 사람이 있긴 하다. 반대로 결혼만이 인생의 목표였던 독신자 가운데에서도 절망과 자기 직면의 시간을 거쳐 자연스레 독신주의자가 되는 사람이 있다. 


역시 마찬가지로 1인 기업주의자 중에도 회사가 정말 잘되어 1인 기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1인 기업 탈출이 지상 목표였다가 한 해 두 해를 보내며 1인 기업을 천직으로 여기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이 책은 전적으로 1인 기업주의자를 위한 책이다. 1인 기업주의자들은 1인 기업이 나 자신을 계속 채용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기업 형태라고 믿는다. 1인 기업이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중간 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를 궁극적 목표로 삼는 것이다.  


1인 제조회사를 어느 정도 안정적 궤도에 올릴 때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수고가 따르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토록 고생했으니 이제는 사람도 두고 시간적인 여유도 가지고 싶다. 사업에 좀 자신도 붙었으니 크게 질러도 보고 벌려도 보고 싶다. 말이 사장이지 한 번도 대접받지 못했지만 이젠 대접도 받아보고 싶다. 명절 때 친척들에게 으쓱하기도 해보고, 동창회 때 ‘척’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1인 기업을 고수하고자 하는 분, 작은 화분 안에 소나무를 분재하듯 1인 기업이라는 화분 안에 사업을 분재해가는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쓰고 있다.


사업이 커져서 화분을 가득 채우면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부터 가지를 쳐나가거나 분갈이를 해내야 한다. 이것저것 다 끌어안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할 수 있는 그것만 가지고 가는 것이다. 가지를 치거나 분갈이하라는 것은 그 제품 혹은 사업을 그냥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분리수거를 하라는 뜻이다. 사업 중 재활용이 가능한 것, 매각할 것, 물물교환할 것, 소각시킬 것 등 여러 옵션이 있지만, 이 주제는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기에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


내 경우에는 기존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직원들 모두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1인 기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 2~3년간은 “나 이거 때려치우련다”는 소리를 매일 입에 달고 살았지만 지금은 1인 기업이 내 몸에 꼭 맞는 옷임을 안다. 1인 기업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평생 1인 기업을 하겠다는 장담은 못하겠다. 언제 눈에 콩깍지가 씔지 모르기 때문이다.


39. 모든 일을 모듈화해라


15평짜리 내 사무실에는 여섯 개의 책상과 여섯 대의 컴퓨터가 있다. 그래서 처음 내 사무실을 방문한 분들은 정말 1인 기업이 맞는지, 직원이 더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다.


각 책상과 컴퓨터는 각각의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 ①자금 회계, ②영업(내수), ③영업(수출), ④제품 개발, ⑤검수, ⑥포장 및 선적이 그것인데, 나는 각 책상에 앉을 때마다 그 해당 업무에 맞는 모드로 자신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영업 책상에서는 고객 요구에 열심히 대응하다가 자금 회계 책상으로 옮겨 앉으면 미결제 금액과 결제를 고객에게 독촉하는 방안에 골몰한다. 제품 개발 책상에 앉으면 신제품 출시 일자에 초조해하다가도 자금 회무 책상에 앉으면 개발 자금 과부족을 고민하고, 영업 책상에서는 납기를 고민하다가 품질 검수 책상에 앉으면 납기보다 철저한 검수를 더 중시하게 된다.


1인 기업인은 다중인격자가 되어 각 업무에 맞는 마인드와 업무 수칙을 지켜야 한다. 어쩌면 이런 다중인격 행태가 1인 기업인에게 가장 힘들고 피곤한 일인지 모르겠다. 조금만 제어가 안 되면 특정 업무의 마인드로 완전히 쏠려버리니 말이다. 이렇게 잘못 쏠리는 것을 바로잡는 데 있어 여섯 개의 책상과 컴퓨터는 매우 효과적이다. 15평의 좁은 사무실이지만 이렇게 공간을 나눔으로써 기업의 모든 업무를 개별적으로 분리하고 레고 블록처럼 모듈화한 것이다. 


사각 물탱크 안에 물을 절반 정도 채운 뒤 전후좌우로 흔들면 물탱크 전체가 휘청거릴 것이다. 이것이 업무를 구획하지 않고 처리할 때의 모습이다. 하지만 사각 물탱크 내부를 바둑판처럼 격자로 나눈 다음 그 안에 물을 채우고 흔든다면 휘청거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물이 사각 물탱크의 끝에서 끝으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격자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일할 때 이처럼 격자를 세워 업무를 구획하면 어떤 한 업무의 출렁거림으로 인해 전체까지 출렁거리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하나의 문제를 그 하나의 문제로 봉쇄하는 것, 이것이 1인 기업에서는 정말 중요한 과제다. 나는 책상과 PC뿐 아니라 이메일 계정도 각 업무 분야에 따라 다른 것을 사용한다. 업무들이 서로 뒤섞이는 것을 어떻게든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업무를 모듈화함으로써 얻는 또 하나의 장점은 누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더라도 쉽게 분리하여 떼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1인 기업을 창업하여 모듈화에 대한 고려 없이 몇 년 지나다 보면 이제 회사의 모든 업무가 맞춤옷처럼 나 혼자 일하는 데 딱 맞게 최적화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할 만큼 하다가 미련 없이 1인 기업을 접고자 한다면 최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급하게 회사 업무 전체 또는 일부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면 어떨까? 기업의 모든 업무가 나만 알게 되어 있고 각각 분리될 수 없다면 이럴 경우 큰 낭패일 것이다. 


1인 기업을 매각하려 할 때도 고민스러워진다. 나만 알도록 회사 업무가 짜여 있다면 매각에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1인 기업을 누가 사겠냐고? 이에 대해서는 96장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1인 기업일수록 레고 쌓듯이 각 업무를 블록화하고 모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40. 사훈을 통해 영점을 유지하라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 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 칼이 물에 빠지자 그것을 빠뜨린 뱃전에 칼자국을 내어 표시해두었다가 나중에 그 뱃전 부근에서 칼을 찾으려 했다는 데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배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고 뱃전에만 정신 팔린 이런 코미디 같은 경우가 정말 있나 싶은데, 웃지 마시라. 남의 일이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배처럼 매일 이동을 하고,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떠밀려간다. 나는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이들은 나더러 많이 벗어났다고 한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도 모두 그렇고, 조직이 작으면 작을수록 더욱더 멀리 벗어난다. 그래서 1인 기업은 조금만 방심해도 상상 이상으로 트랙에서 벗어나 있기 일쑤다. 칼을 빠뜨린 그 지점으로부터 얼마나 많이 벗어나 있는지도 모르는 채 여전히 칼자국이 난 뱃전만 바라보며 거기서 칼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각주구검은 훤히 다 보이지만 나 자신의 각주구검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인 기업은 모두 각주구검 상태다. 그만큼 자기 자신의 기업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주구검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닻을 내리고 그 지점을 표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닻을 내린 지점, 즉 앵커 포인트(AP, Anchoring Point)가 바로 1인 기업이 견지해야 할 바로 그 좌표다.


AP는 보통 회사의 사훈 내지 미션을 통해 규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훈은 너무나 모호해서 AP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각주구검을 피하려면 AP가 최소 북위 몇 도, 동경 몇 도라는 정보는 나와 있어야 하는데 그냥 “북동쪽 즈음에 있어”라고 하니 난감한 것이다.


큰 회사야 그리 많이 벗어나지 않으므로 AP가 모호해도 큰 문제는 없겠다. 하지만 1인 기업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미터를 떠내려가므로 명확하고 구체적인 사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 회사의 사훈은 ‘태그(Tag) 아니면 택도 없다’다. 사실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는 RFID 시장에서 태그만으로 먹고살자니 혼자임에도 너무 빠듯하여 여기저기 다른 사업을 기웃거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멀리 간 적은 없었던 것 같고, 갔더라도 결국 다시 돌아왔다. ‘태그 아니면 택도 없다’는 사훈에 이미 닻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 사훈은 바꿀 수 없는 걸까? 또, 사훈을 바꾸는 건 나쁜 일인가? 그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바꾸지는 말라’고 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바뀌는 경우야 있을 수 있지만 최소 1만 시간은 현재의 AP 좌표를 견지하고, 가벼이 바꾸지는 마시라. 


유재형 RF캠프 대표이사(jerry.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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