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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PEOPLE] 배경한 고려대학교 교수 “마중물은 충분하다…문제는 데이터 핸들링 능력”

입력 : 2019.08.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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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헬로티]


“정부 주도의 스마트공장 마중물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기업의 데이터 핸들링 능력이죠.”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의 부단장을 역임했던 배경한 고려대학교 교수는 오랜 세월 현장을 누비며 느꼈던 경험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배경한 교수는 또 정부의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진단과 잘 축적된 데이터가 핵심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 추진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공장은 제조혁신의 키워드가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해 미래로 나아가고자 배경한 교수를 모시고, 스마트공장추진단에서 구현하려고 했던 스마트공장에 대한 의미와 그 과정에서의 이슈, 그리고 궁극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공장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배경한 고려대학교 교수


“제대로 된 진단과 잘 축적된 데이터가 성공 열쇠”


Q.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은 언제 시작됐고 어떤 배경으로 나오게 됐습니까.

2014년 5월에 산업부 주관으로 많은 전문가가 모여 스마트공장 개념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있었어요. 내려진 결론은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해야겠다는 거였죠. 그 배경에는 독일의 인더스트리4.0이 기폭제가 된 거예요. 아시겠지만, 인더스트리4.0은 2011년에 독일 연방정부가 선언을 했고 강력하게 추진한 것은 2013년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인더스트리4.0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그 이듬해죠. 그리고 그 핵심이 스마트 제조 분야라고 생각해서 스마트공장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Q. 그 후 5년이 흘렀습니다.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잘 했으면 지금 우리나라가 또 다른 모습이 됐을 건데 어떻게 보십니까.

스마트공장 정책은 크게 2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첫째는 보급 사업을 통해서 제조혁신을 이루어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솔루션을 강력하게 해서 미래를 도모하고자 했죠. 먼저 성과를 본 건 보급 사업이었어요.


보급 사업은 2014년 10월에 시범사업으로 먼저 하게 된 거고, 그 이전에는 표준화를 준비했습니다. 스마트공장 참조모델을 만들기 시작했고 참조모델 안에 업종별로 스마트공장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했죠. 그리고 스마트공장의 수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ICT 미적용, 기초, 중간1, 중간2, 고도화 이렇게 5단계 스마트공장 수준별 진단 프로그램을 그 안에 넣었어요.


우리가 보급할 때는 기초 수준부터 중간2까지는 현존 기술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고, 고도화 수준은 미래에 하는 수준으로 봤던 거죠. 사실 독일도 인더스트리4.0을 선언할 때 이 기술이 완성되는 시점을 2035년으로 잡았어요. 독일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등도 멀리 내다보고 있었던 거예요. 고도화 수준은 아직까지 존재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Q. 부단장으로 역임했던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도 2015년도에 만들어진 거죠.

스마트공장추진단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2014년 6월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이 설립됐죠. 정부가 지원하고 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취지에서 민관합동으로 진행하게 됐어요. 스마트공장추진단은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을 위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다 해 왔다고 볼 수 있죠.


▲ 배경한 교수는 “인텔리전스가 구현되려면 데이터가 잘 축적되어 있어야 하고 그 데이터를 핸들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Q. 처음에 계획 수립하고 지원 사업을 실행해 오면서 느꼈던 갭이나 예상 밖의 일은 없었는지요.

우선 대한민국 공급기업들의 기술 수준과 이들 기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뭔지를 냉정하게 따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우리 공급기업들이 잘하는 분야로는 MES가 있죠. 따라서 MES 솔루션을 중심으로 보급할 수밖에 없는 게 첫번째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제조업에서 가져야할 기술 중에는 MES 솔루션뿐만 아니라 설계 개발 R&D 기술이 필요합니다. 당시에는 설계 개발 기술이 100% 외산이었던 거예요. 그런 아픔이 있었죠.


또 하나, 그때 고도화를 미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 분야의 기술 격차가 독일, 미국과 비교해 너무 컸었고, 그것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제조 현장에 있는 설비 분야, 공정 분야의 발전이 필요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CPS인데, 이 CPS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죠. 즉, 융합기술이 필요한데, 이 기술이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성숙되어 있지 않아요. 이 분야가 발전한다면 스마트화라는 용어를 쓸 수 있겠죠.


스마트화를 달리 말하면 인텔리전스를 의미합니다. 설비가 인텔리전스 되고 공정도 인텔리전스 되고, 더 나아가 전체를 수직·수평 통합하게 되면 제조업이 인텔리전스가 됩니다. 그런데 인텔리전스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게 IoT입니다. 결국 스마트화는 IoT부터 시작하는 거죠. IoT에 대한 기술이 우리는 뒤처져 있어요.


Q. 모든 설비 장비를 우리나라 것으로 하면 좋겠지만, 외산을 쓰더라도 잘만 활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공정 운영의 스마트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PLC 같은 컨트롤러입니다. 질문하신 내용대로라면 측정하고 제어하는 모든 수단을 외산에 다 맡겨도 된다는 격이 되는데, 그렇게 하면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 하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외산에 너무 의존적이라고 하면 문제가 있는 거죠.


2014년부터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 매칭 펀드로 진행되어 왔는데, 올해부터는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지원 금액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원금으로 구축해야 하는 수준 자체가 상당히 기초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5천만 원, 또는 1억 원을 지원금으로 책정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처음 5천만 원 책정할 때도 그걸 가지고 뭘하겠느냐고 했는데, 그 당시 철학은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마중물이다’는 개념이었죠.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져서 기업이 스스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게끔 하는 동력으로 만들자는 뜻이었어요.


Q. 지금 마중물 표현을 했는데, 어쨌든 마중물로 체험을 한 기업이 5천개가 되잖아요. 교수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들이 이 지원 사업을 통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라든지 분석의 중요성 등을 느껴서 이제 뭔가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을 받으셨는지요? 아니면 마중물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보는지요.


마중물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물론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스마트공장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겠죠. 스마트공장 기술은 인접 기술과 융·복합하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기업의 경우 지금 보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또 다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그 기업은 큰 도움이 되겠죠.


그리고 기업은 궁극적으로 인텔리전스로 변신해 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데이터 관리 수준에 머물고 있죠. 그냥 화면을 이용해서 업무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보니 A부서에서 데이터를 주지 않으면 B부서는 못 움직이게 되는 거죠. 그 수준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가지고 핸들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제조 현장에서 기획 대비 실적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원인은 무언지 찾을 수 있게 됩니다.


Q. 기업의 현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겠네요.

달라지죠. 간단한 예로 예전에 진공로를 가지고 열처리를 하는 기업이 있었는데, 이 기업이 처음에는 전력 피크 관리를 할 수 없었어요. 할 수도 없었지만, 데이터가 없어 할 생각을 못했던 거죠. 그 회사에 시스템을 깔고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전력 피크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결국 전기 원가를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죠. 또한, 계획도 수립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계획을 수립한다는 얘기는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회사가 바뀌게 되는 거죠.


Q. 말씀을 들어보니 데이터의 중요성이랄까 데이터 플로어가 가시화된 거네요. 그것이 확산되면 스마트공장의 궁극적인 목표인 인텔리전스가 구현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거잖아요.

인텔리전스가 구현되려면 데이터가 잘 축적되어 있어야 하고 데이터의 품질도 중요하겠죠. 여기서 데이터 품질이란 언제든지 리얼타임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얼마만큼 살아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는 거죠. 모든 제조 분야 중 가장 인텔리전스한 분야가 반도체입니다. 그냥 이뤄진 게 아니고 어떻게 인텔리전스하게 할 수 있는지 고민을 했고, 그게 결국은 세계적인 분야로 성장시키는 토대가 된 겁니다. 산업계에서 업종별로 필요한 표준을 빨리 만들고 표준이 고객과 호흡이 되게끔 하는 게 필요합니다.


Q. 업종별 참조 모델이 대표 공장이라고 해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처음부터 업종별로 계획된 건가요.

그렇습니다. 대표 공장을 2016년 처음 진행했고, 당시에 동양피스톤을 선정했습니다. 다양한 평가기준이 있었는데, 첫째는 자동화 기술에서 중요한 기업이어야 했고, 둘째는 뿌리업종에서 스마트화를 진행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동양피스톤은 지금 봐도 우수한 기업입니다. 그 기업의 대표가 제조 현장을 스마트하게 하려고 노력했고, 데이터를 뽑아서 운영하는데 성공했었죠. 그게 대표적인 사례지 않았나 싶습니다.


▲ 배경한 교수는 “스마트공장이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업종별로 필요한 표준을 빨리 만들고 표준이 고객과 호흡이 되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Q.스마트공장이 구축이 되면, 그에 맞는 인력도 필요하잖아요. 현 중소기업 상황을 보면 인력 부분이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교육은 현장 사람이 받아야 해요. 외부 사람을 수혈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닙니다. 학과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스마트공장 R&D 인력으로 가야 하고요. 그에 못지않게 시급한 건 현장 전문 인력입니다. 제가 지도하러 다닐 때 만난 현장 작업자들 대부분은 데이터 처리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들이 데이터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스마트공장은 최상위에 있는 CEO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직원 모두에게 필요한 사항입니다. 그러면 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인데,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핸들링 할 줄 알아야 합니다.


Q.중소기업은 자금적으로도 문제입니다. 전문 인력을 고용해야 하고, 운영에 관련된 비용도 들어가기 때문이죠.

최근 중소기업을 위한 자금 지원 정책이 대폭 강화됐어요. 중기부의 자금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단체에서 지원하는 자금도 많고요. 또한, 운영 인력을 걱정하는데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봐도 중소기업이 하나를 관리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죠. 공급기업과 계약을 잘 해간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유지보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나의 공급기업에만 의존하다 보면 종속될 수 있는 문제도 남아 있기 때문에 스마트공장 코디네이터와 이야기하다 보면 의존성에 대한 부분을 줄일 수 있습니다.


Q.정부가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으로 개명한 점도 그렇고, 다음 정권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 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정권에 주어진 기간이 적다보니. 독일, 중국, 일본이 부러운 건 정권이 길다는 거지요. 미국도 짧잖아요. 오바마가 세운 계획도 다음 정권으로 이어지지 않고요. 트럼프는 제조에 전혀 관심이 없죠. 미래로 이끄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고민하게 되죠. 저도 정부 및 정책과는 관련이 없을 줄 알았죠.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2022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부분에서는 장담할 수 없죠.


Q.신규 공장 설립 시 스마트공장을 권장 사항으로 시작하고 점차 의무로 하면 어떨까요.

스마트공장을 할 것인지는 기업의 몫이고요. 그리고 뭐든지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구축하면 잘 만들 수 있어요. 문제는 중간에 고치거나 제약 조건 하에 하는 것이 어렵죠. 그래서 진단이 중요합니다.


Q.추진단에서는 지원했던 500개 업체를 확인해본 결과 지원 대상을 130개 업체로 추렸는데 그렇다면, 현재 대부분의 수요기업은 스마트공장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 준비단계인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따로 사업을 진행하는 부분이 있는지요.

130개 업체로 줄였던 건 2014년 얘기입니다. 그 이후에도 점검을 했지만 저렇게 대폭 줄이진 않았습니다. 맨 처음 할 때는 스마트공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그랬던 것도 있었지만 모든 건 사전 점검 프로세스에 의해 진행됐죠. 초창기 기업들이 스마트공장 구축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제대로 된 진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Q.끝으로, 교수님께서 만약 전권을 갖고 다시 시작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국내 모든 설비업체를 모아서 스마트공장 표준화 작업을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설비를 개발하는 역량 있는 기업들과 함께 설비 하나하나에 표준화에 대한 개념을 디자인하겠죠. 이 모든 사항들이 지금은 되고 있지 않아요.

/임근난 기자(fa@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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