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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ICT융합네트워크 김은 부회장 “개인화된 제품·서비스 시장으로 산업 정책 재검토 해야”

  • 등록 2017.02.02 09: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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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티]

“개인화된 제품·서비스 시장으로 산업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ICT융합네트워크 김은 부회장은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단편적으로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충분한 검토와 시간을 가지고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김은 부회장은 특히 대부분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춘 우리나라 스마트공장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효율성 향상을 추구하는 반면,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는 개인화된 제품을 대량생산 가격으로 제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기존 생계형 가격 중심의 산업 정책에서 기술 집약적인 혁신 주도형의 차별화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더스트리 4.0의 진정한 의미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무엇인지, 김은 부회장에게 들어봤다.


▲ 한국ICT융합네트워크 김은 부회장


Q. 독일발 인더스트리 4.0의 파고가 거센데요, 독일의 목표가 우리의 목표일 수 있는지요

A. 우리와 독일의 사회·문화·경제적 환경은 크게 다릅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벤치마킹의 대상이기는 해도 독일의 목표가 우리의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독일 사례를 분석해보면 정책을 어떤 방법으로 수립해야 하며 정책 수립에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지는 가늠해 볼 수 있죠.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수립을 위해 5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해 2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쳤으며, 2년이 지난 2015년 4월에 보완된 전략을 발표했고, 2016년 10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주요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고 심사숙고해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Q.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맞는 전략이라고  보는지요

A. 전적으로 우리에게 맞는 전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인더스트리 4.0과 관련된 논의가 개별 기업의 스마트공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개별 기업의 전략이 아닌 생태계 전략이라고 합니다. 인더스트 리 4.0의 주요 수단이자 일차 목표는 전체 가치창출 사슬에 걸친 엔지니어링의 엔드투엔드(end-to-end) 디지털 연계라고 할 수 있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는 개별 기능 간에 수직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돼야 하고, 기업들 사이는 수평적 통합이 전제돼야 합니다. 따라서 독일에서 말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는 우리의 스마트공장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죠.


Q. 우리나라 스마트공장의 목표는 대부분 생산성 향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없는지요

A. 기존 공장 체계에서 생산성을 20~30% 향상시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제조되는 대량생산 제품은 많은 경우 원가가 국내 생산 제품의 5분의 1 정도까지 갑니다. 요즘에는 제품의 품질까지 우리 것에 못지않습니다. 국내 업체가 스마트공장으로 원가 100이 들던 물건을 70~80%에 제조한다고 해도 여전히 20에는 못 미치죠. 원가 절감할 목적으로 큰 비용을 들여 스마트공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게 자칫 잘못하면 우리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어요.


또 한 가지는 국내 중소기업은 유연성이 높아 개인 맞춤형 제품 제조 능력이 뛰어날 수 있는데, 이를 대량생산 제품의 자동화 공장으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없앨 수도 있습니다. 우리 중소기업이 단순히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자동화 비중을 높여야 하는지, 이를 촉진하고 지원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Q. 그렇다면, 독일에서 논하는 스마트 팩토리는  무엇인가요

A.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는 고객 맞춤형 제품을 고객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빠른 시간 내에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 운동화의 경우 과거에는 3D프린팅이나 로봇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는 동네마다 마이크로팩토리 형태의 로봇을 갖추고 고객이 운동화를 주문하면 바로바로 만들어 납품하겠다는 거죠. 과거 운동선수들에게 했듯이 이제는 일반 사람에게도 개인 맞춤형으로 신발을 만들어 주겠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면서 퍼스널라이징 제품 비즈니스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Q.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스마트 제품일 텐데요, 스마트 제품이란 무엇인가요

A. 인더스트리 4.0에서는 개인화된 제품이 강조됩니다. 아디다스의 스마트 팩토리에서 제조하는 운동화처럼 기형적인 발을 가진 경우를 상상하면 개인화된 제품의 필요성이 더욱 쉽게 이해되겠죠. 이러한 스마트 제품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이 탑재되는 것입니다. 


인더스트리 4.0과 사이버물리시스템의 핵심 아이디어는 사물, 기기, 기계 등 물리적인 객체에 센서, 액추에이터, 컴퓨팅 능력을 통합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스마트 제품은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며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평가하며 다른 기기들과 공유합니다. 


우리가 쉽게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스마트 제품은 이미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독일공학아카데미(Acatech)는 독일 내에 존재하는 기업이 제조한 많은 기기가 이미 온라인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들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스마트 제품의 약 50%는 소비재 및 가전 분야, 25%는 운송 관련 분야, 20%는 제조 분야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인더스트리 4.0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로 투자 위험 부담을 꼽고 있습니다. 해결 방안이 있다면

A. 물에 처음 뛰어드는 펭귄이 잡아먹힐 위험이 높아 먼저 물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것을 우리는 ‘펭귄 효과’라고 부릅니다. 잠재적 이용자는 최소한의 이용자 수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펭귄 효과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초기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의 인더스트리 4.0 도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해서 인더스트리 4.0 구현을 추진한다면 네트워크 효과는 극대화되고 더 나아가 상호운용성이 최대화되므로 투자 위험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Q.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현상 중의 하나가 ICT 융합이라고 보는데요, 이 ICT 융합은   기존 정보화와는 어떻게 다른지요

A. 우리가 오랫동안 정보화에 관해 얘기했을 때는 프로세스 이노베이션만을 타깃으로 했어요. 정보화를 통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생산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였죠. 그런데 ICT 융합은 ICT를 투입해서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방점을 둔다고 볼 수 있습니다. 


ICT 융합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기존의 가치 창출 체계와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버린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뇌 손상을 입었거나 뇌졸중 환자들에게 뇌에 칩을 심어 기억력 강화에 도움을 주듯이 이제는 도와주는 역할로 멈추지 않고 사람 자체를 바꿔버립니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ICT가 없었다면 존재했을까요.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보면 과거 지도 시장과 다른 시장이 생긴 겁니다. 구글 맵을 기반으로 해서 또 다른 제품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듯이 ICT 융합은 기존 정보화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죠.


Q.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있다면

A. 모든 산업이 동일하지 않고 산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납품업체와 대기업 및 정부는 기존 전략 및 산업 정책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납품업체는 국내 대기업의 수직계열사로 남아 비교적 경쟁은 덜하지만 지속적으로 구매자의 가격 인하 압박을 받는 대량생산 기반의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향후 확대될 개인화된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 및 제품 다각화를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추구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대기업 역시 새로운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빠른 추격자 전략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혁신적인 개인화된 제품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납품업체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동반 성장할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정부 또한 산업 정책 및 R&D 지원 정책의 기조를 다시 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량생산 기반의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정보화를 계속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ICT 융합을 통한 개인화된 시장을 대상으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고자 하는 기술 집약형의 혁신적인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할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Q. 올해 ICT융합네트워크의 사업 계획을 말씀해 십시오

A. 아직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정의를 다 못 내렸지만, 일단 인더스트리 4.0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됐기 때문에 관련 교육에 좀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특히 그동안 인더스트리 4.0 관련 수요자, 공급자, 학자, 정부산하기관과 함께 매년 10회 이상 ICT 융합포럼을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공급자 중심으로 교육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에 개최된 ‘ICT융합포럼’ 현장 모습


Q. ICT융 합네트워크의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A. ICT융합네트워크의 목적 사업을 보면 네트워크라고 이름을 붙인 데서 알 수 있듯이, 교류에 1차적인 목적을 두었지만 뿌리가 스터디그룹이었기 때문에 타 협회와 비교하면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그 외 사업으로는 인력양성, 재원조달, 기술혁신, 기업지원 등 기반 조성 지원사업과 인더스트리 4.0 관련 동향 및 현황조사 등 통계사업, 정책 및 제도 연구사업 등이 있는데 아직 예산 부족으로 못하고 있는 점이 있어요. 앞으로 한국ICT융합네트워크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및 새로운 산업 창출의 기회를 현실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임근난  기자 (fa@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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