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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전기차 시장 경쟁Ⅰ]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격전지, 중국 전기차 시장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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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티 = 이동재 기자]


지난 11일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百度)가 성명을 통해 전기차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밝히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앞서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을 만든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즈지(智己)자동차를 설립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중국을 대표하는 거대 IT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 만큼 최근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뜨겁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기차 시장은 유럽 대륙과 중국이다. 작년 10월까지 유럽과 중국의 전기차 판매는 각각 88.1만 대와 78.9만 대를 기록했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은 2030년 세계 전기차 시장의 국가별 비중이 ‘중국 49%, 유럽 27%, 미국 14%’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중국이 유럽을 넘어선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2531만 대로 재작년 대비 1.9%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지만 신에너지차량 판매는 오히려 121만 대에서 137만 대로 늘며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신에너지차량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9.5%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신에너지차량의 판매 증가는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의 결과다. 


▲작년 중국 내 신에너지차량 판매는 137만 대로 재작년 대비 49.5% 증가했다. (출처 : 중국 오토홈)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체 차량 중 신에너지차량이 차지한 비중은 5.41%였다. 중국 정부는 2060년까지 자국을 ‘탄소 중립’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2025년까지 전체 차량 중 전기차의 비중을 2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나아가 2035년부터 일반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2035년에는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50%, 하이브리드차 50%를 생산하고, 휘발유·디젤 엔진 차량은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공격적인 로드맵을 공개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 10년간 신에너지차량 시장에 6760억 위안(한화로 약 113.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 부었다. 지난해 신에너지차 시장에 투입된 정부 보조금 규모는 1349억 위안(한화로 약 22.6조 원)으로 차량 구입보조금과 세금 면제, 연구개발 지원 등에 쓰였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당초 교통체증 완화와 대기질 개선을 위해 승용차 번호판 규제를 실시해 오면서도 전기차의 번호판 발급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리며 중앙정부의 전기차 산업 진작 정책에 발을 맞췄다. 그 결과 2018년 신규 판매된 승용차 중, 전기차 수가 휘발유·디젤 차량을 추월할 만큼 전기차의 판매 비중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가 코로나19 악재에 직격탄을 맞았던 작년보다 더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CAAM은 올해 중국 신에너지차량 판매량이 올해보다 40% 늘어난 18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전에 없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베이징에서 신규 판매된 승용차 중, 전기차 수는 휘발유·디젤 차량을 추월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테슬라의 확장과 중국의 전기차 시장 전략


이러한 전기차 산업의 전장, 중국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 중인 전기차는 테슬라의 ‘모델3’다. 지난해 10월까지 단일 차종으로 총 13만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경쟁업체들을 따돌렸다. 테슬라는 현재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SUV 전기차 ‘모델Y’를 출시해 1위 자리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테슬라의 선전에 바탕에는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이 있었다.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3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정부는 테슬라에 세금 감면과 값싼 대출, 중국법인 지분 100% 소유 허가 등의 특혜를 제공해 왔다. 또한, 자국 업체에 대한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을 줄여가는 상황 가운데서도 한 대당 4천 달러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하고, 어느 나라보다도 엄격했던 셧다운 상황에서도 한 발 앞선 공장 가동을 허락하는 특혜를 베풀었다. 


같은 시기 도요타나 폴크스바겐 등은 여전히 조업을 재개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편애를 두고, 자국 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열어 기술을 흡수한 후, 내치는 전형적인 ‘중국식 기술 습득 전략’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부품 제조 경쟁력이 궤도에 올라오면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상위 20개 차종에 중국 업체의 차종 5개가 포함되는 기염을 토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중국 자동차 업계 중 시가총액 1위를 달리는 비야디(比亞迪·BYD)다. 비야디는 작년 12월에만 2만8천 대 가량의 신에너지차를 판매하며 자사 역대 월 최고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작년 비야디가 판매한 자동차는 총 42.6만 대, 그중 신에너지차는 18.9만 대로 판매량 1위 기업 테슬라의 뒤를 달리고 있다. 


고개드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스타트업 3형제’ 니오, 샤오펑, 리오토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세 업체는 작년 11월 미국 뉴욕증시에서 한 달간 주가가 각각 53.69%, 231.63%, 101.88% 급등하는 모습으로 세간의 높은 기대감을 보여줬다. 


니오는 작년 3분기 중국에서 1만2206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한 6억6700만 달러의 매출이었다. 같은 기간 샤오펑의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했고 매출 또한 약 4배 늘었다. 작년 2월 출시된 리오토의 단일 모델 ‘리샹원’은 8월까지 누적판매량 1만5629대를 기록했다. 출시 반년 만에 누적판매 1만 대를 돌파하는 이례적인 성과였다. 세 업체는 현재 각각 전기차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소형 전기차 ‘훙광 미니’를 판매하는 상하이GM우링(SGMW)도 뜨겁다.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간의 판매 실적에서 ‘훙광 미니’가 테슬라의 ‘모델3’를 제치면서 ‘인민의 전기차’라는 별명을 얻었다. 


상하이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 중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도 시장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는 현재 2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중국의 거대 IT기업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각각 상하이 자동차, 지리자동차와 손을 잡고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상하이GM우링(SGMW)의 소형 전기차 '홍광미니' (출처 : SGMW)

 

중국 최대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바이두는 지난 11일 공식 성명을 내며 자사가 축적한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카 시대의 혁신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이두는 일찍부터 지리자동차와 손잡고 독자적인 전기차 업체를 설립할 계획을 세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아폴로’라는 이름으로 완성차 업체에 팔 수 있는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 중이었는데 최근 직접 자동차를 만들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두는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지리자동차는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양사 합작 법인의 지분 구성비 등과 같은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바이두가 신설회사의 대주주로서 절대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고 지리자동차는 소수 지분을 갖게 될 것이란 예측이 유력하다.


바이두에 앞서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 상하이시 푸둥(浦東)신구 정부와 함께 스마트 전기차 제조사인 즈지(智己)자동차를 설립했다. 즈지자동차는 설립 초기에 100억 위안(한화로 약 1조68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고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출시시기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업계에 따르면, 당사는 1회 충전으로 1000km를 달리고 무선 충전까지 지원하는 전기차를 설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어느 때보다 활기차지만 중국 기업의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시장 성장을 견인한 정부 주도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유럽의 기존 고급 완성차 브랜드도 전기차 제조에 뛰어들고 있기에 중국 상품 특유의 저가 이미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장애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사활은 단기적인 수익을 쫓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멀리 내다보며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기본’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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