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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시대 여는 새로운 전력망은?

입력 : 2018.08.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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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헬로티]


남북한 평화의 열쇠, 전력망 구축


남북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며 한반도 평화를 넘어 통일을 꿈꾸게 했다. 남북한의 통일을 위해선 전력망 구축이 필수다. 전력이 부족한 북한에선 남한의 기술과 도움이 필요하다. 전력발전 포화상태인 남한도 북한이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시대의 전력망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지난 6월 26일에 열린 제8차 전기산업 통일연구협의회 ‘남북 전기산업 협력 및 진출 전략 세미나’에 참석,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문승일 교수의 강연을 들어보았다.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문승일 교수


북한 주민, 하루에 1~2번밖에 전기 못 쓴다


지난 4월 27일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북한의 열악한 도로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방법을 묻자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내가 말씀드리면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단 말입니다.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합니다. 내가 오늘 내려 와봐서 아는데…”라고 말했다. 이 말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한 마디로 대변해주었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현재 전력 상황에 대해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정력공급 현황은 매우 좋지 않다. 일단 북한은 부족한 인프라와 나쁜 전력 품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역률 실적이 매우 저조하고, 설비 고장과 전력 부족에 의해 정전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저품질 주파수와 저역률은 전기제품에 손상을 주고, 송배전설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상황이다.


사실 1945년만 해도 북한은 남한이 상대가 안 될 만큼, 전력을 생산했었다. 당시 남북한 전력설비용량을 비교해보면 남한은 198MW에 그쳤던 반면, 북한은 1,524MW였다. 7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2016년 남한의 전력설비용량은 105,866MW를 기록했지만, 북한은 7,661MW에 그쳤다. 


남한은 빠른 경제 성장 속도를 토대로 전력 설비 발전에 만전을 기했다. 실제로 남한의 전기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의 전압유지율은 2012년 기준 99.93%다. 호당정전시간은 10.88분이다. 송배전손실률도 3.69%(2011년)로 일본(4.8%, 2011년), 미국(5.8%, 2011년)보다 높다. 하지만 북한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북한 전력 시설은 설비노후화로 가동률이 저하된 상태다. 발전설비용량은 남한의 7% 수준으로 최근 20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가동률도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여기에 민간부문에 대한 전기 공급은 북한 당국의 전력 공급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주민들은 전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북한은 제한 송전이라는 구시대적 방식을 택했다. 강제 야간 소등 등을 시행하며 북한은 전기를 아끼고 있다. 한 탈북자는 “우리 동네는 하루에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었고, 하루에 1~2번 짧게 전기가 들어왔다”고 고백했다.


▲ 남·북한 전력설비용량 비교


▲ 전기품질 국제비교


북한 전력 문제와 남한 근심 덜어 줄 에너지 공금 방법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전력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북한은 남한의 전력 공급에 있어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한국의 전력 발전은 포화 상태다. 현재 한국은 1961년 대비 300배가 넘는 발전량을 보이고 있다. 이미 2013년부터 발전량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송전설비도 마찬가지다. 송전설비는 1961년 대비 20배 이상 성장하며, 2007년부터 포화 상태에 봉착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시대가 도래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북한은 기회의 땅이다. 북한에 당장 전력 공급을 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가 필요하고, 북한을 통해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중국과 몽골, 러시아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은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하다. 풍력발전의 경우 북한이 가진 잠재량은 400만kW다. 매년 85.8억kWh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태양광 발전도 마찬가지다. 태양광 발전이 가진 잠재량은 연 289만GWh다. 북한도 재생에너지 활용에 의지가 있다. 북한은 2014년 자연에네르기 중장기 개발계획을 수립, 2044년까지 재생에네르기 발전설비용량을 500만K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문승일 교수는 “아무리 김정은 국방위원장이더라도 남한과 미국에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그만큼 보여 주어야 할 성과가 필요하다”면서 “전력 면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분야가 소규모 신재생에너지다. 소규모 신재생에너지는 인도적인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고, 군사적으로 쓰일 위험도 적어 현재 북한 전력 공급을 도와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주민 위주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는 비용이 저렴하고 구축시간도 대형 발전소보다 상대적으로 짧다. 인도적 차원이고, 군사적으로 쓰일 위험이 적어 국민반발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전달방안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 남북회담 이후 에너지 구축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처 : 공동기자단>


원산을 거점으로 한 마이크로그리드 모형 필요


문승일 교수는 통일시대를 여는 새로운 전력망 구축의 한 방법으로 주요 에너지 거점도시의 마이크로그리드 모형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북한은 전력산업 기반이 부족해 전력 계통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력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효율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에너지 주요 거점도시로 원산을 추천했다. 원산은 지리적으로 남한과 가까워 남북 교류 사업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군사 시설 등 위험요소와 접근성이 낮은 도시다. 또, 금강산이나 스키장, 해수욕장과 가까워 통일이 된 후 국제 휴양도시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문 교수는 “원산을 거점으로 북한 전역의 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남북협력 실천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마이크로그리드 모형’을 정부의 대북지원, 정책방향 등에 활용하고, 민간의 북한 경제 진출과 통일을 위한 전력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거점도시 구축으로 에너지 보급을 확산시키면 남한도 좋은 점이 많다. 경제적으로는 북한과 비슷한 저개발국에 대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시킬 수 있다. 또, 새로운 해상 선발 발전 방식의 Test Bed로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사회적 편익도 있다. 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통일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또한, 원산과 인근 금강산의 연계 발전에 따른 관광 편익도 이룰 수 있다. 문 교수는 “독일의 사례만 보아도 에너지 분야의 통합은 통일 이전에 수행되어야 한다. 에너지 구축이 통일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 북한은 400만kW의 풍력에너지 잠재량을 보유하고 있다.


동북아 에너지 문제 해결할 ‘한-북-중-러 중심 연계 기간전력망’


북한과의 전력망 구축은 동북아시아와 연계한 전력망 구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남북을 넘어선 기간전력망의 필요성은 그동안 많이 대두되었다. 기간전력망이 구축될 경우 주변국과의 예비력 공유로 ‘계통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고립된 전력망 및 신재생발전원 증가로 계통의 관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 국내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따른 계통 불안정화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사회적 수용성이 낮은 전력설비들의 추가 설치를 피할 수 있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활용하여 경제성 확보도 가능해서다. 문 교수는 “동북아 연계 기간 전력망을 구성하면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에너지 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다. 또, 에너지스와프 체결 효과로 동북아 경제적 협력 강화와 긴장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 공동체가 구축되면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가능하다. ‘신재생 에너지의 공동 개발 및 활용’으로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 HVDC를 활용한 기저발전력의 대체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북한은 연 289만GWh의 태양광에너지 잠재량을 보유하고 있다.


문 교수는 동북아 기간전력망을 구성할 때 북한의 전력망 사정을 고려해 HVDC 연계가 필수라고 말한다. 북한의 전력망은 노후화된 설비와 에너지 공급 규모 감소로 전력난이 발생한 상황이다. 전력난으로 인해 시스템이 주파수와 전압유지도 어렵다. 따라서 북한에는 교류와 직류 연계를 할 수 있는 HVDC 연계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기간전력망 구성은 세계적으로 이미 시행된 사례가 많다. 북유럽의 수력과 영국, 독일의 풍력, 이탈리아의 태양광 에너지를 연계한 ‘북해 슈퍼그리드’와 사막 지역의 풍부한 태양·풍력 에너지가 목적인 ‘남유럽-중동, 북아프리카 슈퍼그리드’가 대표 사례다. 


문 교수는 “북한은 전력난으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요하고, 러시아는 극동지역 발전과 자연을 이용한 에너지 공급국가로의 입지 확보가 필요하다. 중국은 발전설비 용량 급증에 따른 생산 잉여전력을 수출할 필요가 있고, 일본 같은 경우에는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한 전력 부족 및 높은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한-북-중-러 중심 연계 기간전력망 구성’이다. 향후 통일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신재생 중심, 에너지 거점 선정, 동북아 연계 기간전력망 전략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동원 기자(eltr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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