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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이슈 살펴보기Ⅰ] ‘꿈의 배터리’ 전고체 전지, 탄생부터 전망까지

입력 : 2021.03.29 10:25

Matrix 320가 산업현장의 산업용 이미지 기반 스캐너 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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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티=이동재 기자]


전고체 배터리의 또 다른 이름은 ‘꿈의 배터리’다. 현재 IT기계, 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성능, 수명, 안전성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차세대 배터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완성차 및 부품 기업들은 최근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 사고가 전기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더 안전한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리튬이온배터리란?


충전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이차전지는 크게 네 가지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가지는 각각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재와 음극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게 되는데, 리튬을 이온로 사용하는 전지를 리튬이온배터리라고 한다.   


리튬이온배터리는 1976년 미국 빙햄튼 대학교의 스탠리 위팅엄 교수가 최초로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음극재로 사용하려던 리튬금속이 녹는점과 경도(硬度, 단단한 정도)가 낮아 물리적 충격이 있거나 고온에 노출 시 폭발이 일어나는 문제로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후에 음극재로서 리튬금속을 대신할 흑연 음극이 등장하고, 1991년에 드디어 일본 배터리 기업 소니에 의해 상업적 리튬이온배터리가 출시됐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출시된 이후, 전자제품과 가전제품 등에 널리 사용됐다. 출력이 좋고 충방전 효율이 비교적 높은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동력차가 등장했을 때 주에너지원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는 전 세계 전기차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리튬이온배터리 모식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리튬이온전지의 한계?


작년 12월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테슬라 차량이 벽과 충돌해 화재가 일어나 1명이 죽고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모델 코나 EV는 2018년 5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총 15건의 화재 사고가 보고됐다.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문제 의식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사고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에 보편적으로 탑재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전해질이 가연성 액체로 이루어져 있는데, 액체 상태의 전해질은 온도와 충격에 민감하다. 온도의 변화에 따라 동파, 기화, 팽창이 일어나기 쉽고, 외부의 충격으로 전해질이 누출될 때 화재 혹은 폭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 차량 화재 사고 현장(출처 : 용산소방서)


리튬이온전지의 대체재, 전고체 전지 


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소형 IT기기에 주로 사용되던 리튬이온배터리가 최근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확대되면서 앞으로 항공, 조선, 우주 등 특수 산업에까지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가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전고체 전지다. 전고체 전지는 전해질을 포함한 주요 소재가 모두 고체로 되어 있는 이차전지 형태를 말한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므로 이론상 화재 및 폭발의 위험이 현저히 줄게 된다.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아지면, 그동안 화재, 폭발 위험 때문에 배터리를 사용하지 못했던 분야들로 배터리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으나, 사실 전고체 전지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이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상용화했던 일본에서 처음 고안했다.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됐으나 당시에는 성능, 가격 등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상용화와 멀어졌다.


예상할 수 있는 전고체 전지의 장점은 많다. 우선 폭발 위험 때문에 음극재로 사용하지 못했던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흑연을 사용하는 기존의 방식보다 에너지 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또 고체 전해질 자체가 분리막의 역할을 해 분리막이 따로 필요하지 않고, 기존 냉각장치 등도 불필요하기 때문에 전지의 크기를 줄이고, 배터리 모양을 보다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액체 전해질에서는 리튬이온뿐 아니라 다른 물질들도 이동하게 돼 원치 않는 부반응이 일어나는데, 고체 전해질에서는 리튬이온 이외의 물질이 이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부반응을 줄여 결과적으로 전지의 수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전고체 전지를 당장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들이 남아있다. 


전고체 전지 개발의 기술적 문제


고체는 액체보다 밀도가 훨씬 높다. 따라서 이온이 액체 전해질을 통과해 이동하는 것보다 고체 전해질을 지나 이동하는 것이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온이 양극 사이를 이동하는 속도는 전지의 출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고, 이동속도가 떨어지면 전지의 출력은 당연히 낮아진다. 


전지의 출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전극과 전해질의 계면 저항 문제다. 액체 전해질을 쓸 때는 액체 분자가 빈틈없이 계면에 접촉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모든 소재가 고체로 이루어진 전고체 전지에서는 고체 전극과 고체 전해질이 닿는 부분이 완전히 접촉되지 못하고 미세한 틈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로 인해 전극 간 리튬이온의 이동저항이 생긴다. 리튬이온의 이동저항은 전지 출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밖에도 음극재 표면에 덴드라이트가 생성되는 문제가 있다. 차세대 전고체 전지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흑연이 아닌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사용한다. 


덴드라이트는 리튬금속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으로 쌓이는 결정체로, 리튬이온이 양극 사이를 왔다갔다할 때 생성된다. 결과적으로 덴드라이트는 리튬이온의 이동을 방해하고 충방전 효율 저하와 수명 단축을 초래한다.  

 

전고체 전지 연구자들은 낮은 이온전도도와 계면저항, 덴드라이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화물, 폴리머, 황화물 등 다양한 고체 전해질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로는 액체 전해질을 쓰는 전지보다 나은 전지를 만들지 못했다. 


전고체 전지 국내 연구 사례와 전망 : 복합 고체 전해질 개발한 전남대 박찬진 교수


박찬진 교수팀이 개발한 복합 전해질 전고체 배터리 모식도(출처 : 전남대학교)


지난 4일 전남대학교 연구진이 복합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기존 전고체 전해질의 약점이었던 낮은 이온전도도와 전극과의 계면 안정성 문제를 개선했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연구진이 주력하고 있는 연구는 현재 전고체 전지 전해질 연구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황하물계 고체 전해질이 아닌, PPC 고분자를 전해질로 사용하는 전고체 전지다. PPC 고분자는 세라믹 제조 산업 등에서 많이 사용되어 온 열가소성 고분자의 일종이다. 열가소성이란 열을 가하면 부드럽게 되고 식히면 딱딱하게 굳는 성질을 말한다. 


연구팀을 이끄는 박찬진 교수는 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연구기관에서 리튬이온전도도가 높다는 장점 때문에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연구하고 있지만, 황하물계 전해질이 습기에 노출될 때 발생하는 황화수소는 미량일지라도 근본적으로 국내 산업안전보건법상 극성 독성물질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박찬진 교수는 “최근 강화된 작업장 환경규제로 인해 실제 공장에서 황화물계 전해질을 생산하는 경우, 각종 안전장치 설치 등으로 생산 단가가 상승하게 된다”고 황화물계 전해질이 아닌 다른 소재의 전해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고분재 고체전해질은 황화물 등의 무기계 고체전해질에 비해 다루기가 쉽고 제조공정이 간단하며 특유의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특성 때문에 전극과의 접촉성이 좋지만, 비교적 이온전도도가 낮고 기계적 강도가 낮아 리튬 덴드라이트의 성장을 막는데 불리한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메조 포러스 실리카 나노 입자를 PPC 고분자 내에 고르게 분산시킨 복합 고체전해질을 만들어 이온전도도를 개선하고 기계적 강도를 높이고자 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의 연구는 기존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지만, 박 교수는 연구 결과가 당장 상용화될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박 교수는 “통상적으로 제품의 상용화는 제품을 직접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이 참여해 양산성 및 경제성 검증을 거친 후 이루어지게 되고 양산 공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기업마다 공정 및 설비가 달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개발된 복합 고체전해질은 기존 리튬 폴리머 전지에서 사용되는 고분자 물질들과 유사성이 많아, 해당 설비를 보유한 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 몇몇 기업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고체전해질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적절한 기업을 찾는 대로 공동연구를 통해 양산성 검증을 거쳐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4~5년, 양산기술을 개발하는 데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측하면서, 전고체 전지의 본격적인 시장 형성을 2030년으로 전망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기는 전적으로 시장의 상황과 기업의 의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며 답변을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확실한 것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잇는 차세대 배터리 로드맵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수많은 배터리 후보군 중 가장 앞서 있는 것이 전고체 배터리”라며,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화재에 안전한 전고체 배터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만큼,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해외 배터리 및 전기차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지 않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배터리 시장에도 테슬라 같은 ‘게임 체인저’가 등장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견했다. 


그는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고 글로벌 배터리 회사들의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리튬이온배터리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한 회사들에게 다음 버전의 배터리를 요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 사이에서 테슬라가 깜짝 등장해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새로운 게임 체인저의 등장으로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동재 기자(eltr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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