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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날아오는 거대 에너지,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입력 : 2019.01.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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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헬로티]

 

UNIST 류동수 교수 연구팀

우주서 날아오는 초고에너지 우주선 근원 밝힐 가설 제안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 중 초속 100m 야구공과 맞먹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미지의 존재. 최근 이 특별한 입자가 어디서 생성됐는지 밝힐 단서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UNIST 류동수 교수 연구팀은 지난 1월 2일, 극한의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 ‘초고에너지 우주선(Ultra-High Energy Cosmic Ray)’의 생성 관련 가설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 판에 발표했다. 


류 교수 연구팀은 이 입자들이 처녀자리(Virgo) 은하단 내 천체에서 생성돼 그와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Filament of Galaxy)를 따라 떠돌다가 지구로 왔다고 제안했다.

 

▲류동수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출처 : UNIST>


우주에서 날아오는 에너지 입자, 우주선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 중 큰 에너지를 가진 존재가 있다. 이 존재들은 ‘우주선(Cosmic Ray)’이라고 불린다. 이중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는 ‘초고에너지 우주선’로 분류된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입자 하나에는 에너지가 10의 20승 전자볼트(1020eV) 이상인 것도 존재한다. 인간이 지구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입자의 최대 에너지가 10의 13승 전자볼트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백만~천만 배나 높은 에너지의 입자가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가 어디서 어떻게 생성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남반구와 북반구에 거대한 망원경 등이 설치돼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관측하며, 그 기원을 밝힐 자료를 축적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 유타 사막에 설치된 텔레스코프 어레이 실험 장치. 입자검출장치가 1.2km 간격으로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고, 건물 내부에 망원경 여러 대가 세 지점에서 입자검출장치를 둘러싸는 형태로 설치돼 하늘을 관측한다. <출처 : 미국 유타대>


처녀자리 은하단 속 천체서 우주선 생성됐다


가장 최근 이 에너지 입자의 소재를 밝힐 수 있는 성과는 미국 유타주의 사막에 설치된 입자검출장치인 ‘텔레스코프 어레이(Telescope Array)’에서 나왔다.

 

텔레스코프 어레이 국제공동실험그룹은 2008년 5월 11일부터 2013년 5월 4일까지 5년에 걸쳐 72개의 초고에너지 우주선(5.7X1019eV 이상)을 검출했다. 이중 19개가 큰곰자리 북두칠성 부근의 비교적 좁은 영역(hotspot)에서 나왔다. 그런데 북두칠성 근처에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만들어질 만한 천체가 없다. 이 때문에 천체물리학자들은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는 중이다.


UNIST 류동수 자연과학부 교수는 “한국 연구진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집중된 영역, 즉 핫스팟에서 처녀자리 은하단과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들이 있는 걸 발견했다”며 “처녀자리 은하단 속 천체에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생성돼,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지구로 왔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해봤다”고 이번 연구에 대해 설명했다.

 

처녀자리 은하단 <출처 : NASA>


은하와 은하단 충격파 등이 초고에너지 기원일 수 있다


우주라는 거대구조는 거미줄처럼 그물망(Cosmic Web)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필라멘트는 은하들이 가늘고 길게 나열된 줄 형태의 천체이고, 필라멘트가 교차하는 지점에 은하단이 위치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은하단 속 천체에서 만들어졌고, 우주 공간 속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한다. 그러다 일부 입자가 우리은하 방향으로 튕겨져 지상에서 드문드문 검출되는 것이다.


류 교수는 “처녀자리 은하단에는 ‘처녀자리 A 전파은하(Virgo A Radio Galaxy)’처럼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포함하는 활동성은하핵도 포함돼 있다”며 “이런 은하와 은하단 충격파 등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일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연구”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우주 공간 이동에 대해 연구한 첫 번째 사례”라며 “21세기 천문학과 물리학계의 난제로 꼽히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는 김지현 UNIST 박사후연구원, 교신저자는 류동수 교수이며, 강혜성 부산대 교수와 김석 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이수창 충남대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고에너지 천체물리 선도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처녀자리 A 전파은하 <출처 : 미국국립전파천문대>


다음은 류동수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우주에서 지구로 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의 목표는 무엇인가?
A. ‘우주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우주에서는 고에너지 물리현상에 의한 전파, 엑스선, 감마선 복사(radiation)와 더불어 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 입자, 중성미자(neutrino), 중력파 등이 만들어진다. 이를 관측하고 생성 원리를 파악하면 ‘우주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비밀을 우주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Q. ‘초고에너지 우주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A.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존재들은 꽤 다양하다. 그중에서 에너지가 매우 높은 입자가 ‘우주선’이다. 이 존재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빅터 헤스(V. Hess)인데, 196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우주선 중에서도 에너지가 극한으로 높은 것들이 있는데, 이들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라고 한다. 1㎢ 면적에 1년에 1개씩만 떨어질 정도로 발견하기 드물다. 이걸 검출하기 위해서 남반구와 북반구에 대형 실험장치가 설치됐고, 수백 명의 국제공동연구진이 관측과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Q. 천문학자와 물리학자가 초고에너지 우주선 검출과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21세기 물리학계에서 뽑는 난제 중 하나로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이라는 주제가 포함돼 있다. 도대체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생성됐는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먼지보다 훨씬 작은 양성자 입자 하나가 초속 100m 야구공만큼 큰 에너지를 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인공입자가속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만들어내는 빔 에너지보다 백만~천만 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셈인 탓이다. 이런 막대한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만들어내는 우주의 초거대 가속기는 대체 무엇인지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Q. 지금까지 추정된 ‘우주의 초거대 가속기’는 무엇인가.
A. 거대 질량 블랙홀을 가진 활동성은하핵에서 분출되는 제트류, 혹은 은하계 먼 우주에서 발생한 감마선의 폭발, 은하단 충격파 등 대규모 충격파 등이 꼽힌다. 인플레이션 시기에 만들어진 결함이나 우주 거대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암흑물질 입자 등도 이론적으로 추정되고 있다.

 

▲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경로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한 그림. 하얀색 점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며, 생성 후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튕겨져 나가는 걸 보여준다. <출처 : UNIST>


Q.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텔레스코프 어레이 연구진이 관측한 자료가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 찾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A. 맞다. 텔레스코프 어레이 국제공동연구진이 5년간 검출한 데이터 중에서 5.7×1019eV 이상의 에너지를 가지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72개였다. 이중 19개가 큰곰자리 북두칠성 부근의 좁은 영역에서 나왔다. 이 영역은 적경 146.6도, 적위 43.2도에 해당한다. 관측된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4분의 1이 이 지점에서 나온 만큼 이 입자의 기원을 밝힐 중요한 근거로 생각된다.참고로 텔레스코프 어레이 국제공동연구진은 전 세계 과학자 150여 명으로 꾸려졌다. 이중 한국 과학자로는 4명의 교수(류동수 UNIST 교수, 박일홍 성균관대 교수, 천병구‧김향배 한양대 교수)와 다수의 연구원, 학생이 있다.

 

Q. 이번 논문에 이름을 올린 연구자도 모두 한국인이다.
A. 텔레스코프 어레이 연구진은 초고에너지 우주선 관측과 검출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구에 도착하는 입자가 드물기 때문에 꾸준히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욱 정확한 방향으로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텔레스코프 어레이 장치들로 관측한 결과를 이용해 이론적인 계산을 진행한 것이다. 이미 검출된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위치와 근처 천체들의 환경을 함께 고려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의견을 모으고 계산을 해낸 한국 연구진(TA 참여 연구진과 은하 천문학자)만 저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Q.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을 처녀자리 은하단 속 천체로 추정할 근거가 하나 더 생겼다고 해석된다.
A. 맞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많이 검출된 북두칠성 인근에는 이런 큰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생성될 만한 천체가 없다. 거기서 가장 가까운 천체 중의 하나가 처녀자리 은하단이다. 이번 연구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필라멘트를 따라 떠돌다가 지구로 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하는 천체, 예를 들면 처녀자리 A 전파은하처럼 특별한 천체에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만들어지고, 자기장을 따라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다가 지구로 튕겨왔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김동원 기자(eltr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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