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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유래 없는 반도체 품귀’, 공급 부족으로 변화되는 반도체 기업 구도는?

입력 : 2021.03.03 17:40

Matrix 320가 산업현장의 산업용 이미지 기반 스캐너 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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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티=서재창 기자]


반도체 산업에 악재와 호재가 동시에 찾아왔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등으로 촉발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미국 텍사스주 한파로 주요 반도체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 반도체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는 중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반도체 강국들과 기업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중단’ 초유의 사태 직면하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발생을 시작으로, 최근 반도체 시장에 악재가 겹쳤다. 한파‧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나면서 세계 곳곳의 반도체공장이 문을 닫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월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오스틴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2주간 이어진 영하 17도의 한파와 폭설로 인한 전력 부족이 이유였다. 가동이 중단된 것은 1988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력이 부족해지자 오스틴시가 삼성전자와 인피니언, NXP, 테슬라 등 주요 반도체 생산 기업에 공장 가동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 측은 피해액은 크지 않으나 최소 일주일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을 예상했다. 이내 삼성전자는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기술 인력 파견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오스틴공장은 미국 내 유일한 반도체 사업장으로서 122만1000㎡ 규모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보유한 곳이다. 


근무 인력은 3000여 명, 주요 제품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다.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이 공장에 18조8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고, 최근엔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파,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해 반도체 생산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한편, 지난 2월 13일에는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해 일본 르네사스 이바라키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이 공장은 르네사스의 주력 생산기지로, 유일하게 12인치 웨이퍼 조립라인이 있다. 현재 전력은 복구됐지만 제조장비와 제품 손상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해 생산은 멈춘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소 한두 달의 공장 운영 중지를 예상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12월에는 대만 북동부 해역에서 6.7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TSMC 공장에 정전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D램 업체인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에도 전력이 끊겨 공장 가동이 멈췄다 재개됐다. 


물량 부족으로 타격 입은 자동차·전자·게임 시장


이 같은 가동 중단 사태로 인해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올 1분기에만 전 세계 자동차 100만 대 가량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제너럴모터스와 포드·폴크스바겐·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도 생산에 차질을 겪는 상황이다. 


한 예로, 제너럴모터스(이하 GM)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예상 피해액 15억∼20억 달러(약 1조7천억∼2조2천억 원)로 예측했다. GM은 북미 지역 3개 공장에서 완전 감산에 들어갔고, 국내에 있는 부평 2공장도 절반만 가동 중이다. 


북미 공장에 대한 감산 조치는 최소 3월 중순까지로 연장됐고, 부분 조립만 하는 공장도 늘어났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GM의 피해 예상치는 지난주 포드 자동차가 제시한 10억∼25억 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한편,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등 여파가 자동차를 넘어 모바일과 게임 시장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부품 부족으로 일부 하이엔드급 아이폰 판매가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콘솔 게임기를 만드는 닌텐도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이유로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매출 감소액이 610억 달러(약 68조3천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자업계에 미칠 타격은 더 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줄었던 컴퓨터 등 IT 기기 수요가 회복되며 심화했으나 사재기 움직임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2월 10일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과 대응' 보고서에서 대만 TSMC가 글로벌 공급의 70%를 점유하는 차량 전력제어용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의 공급 지연이 확산하며, 폭스바겐·도요타·GM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의 공장 가동 중단이나 생산량 하향 조정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가 단기간 공급량 확대가 어려운 품목임을 고려할 때 협회는 수급 차질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의 대체 생산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팹리스와 파운드리, 자동차 업계 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해외 의존도 줄여가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는 국내 파운드리 업체의 주력 생산 품목이 아니기에 정부의 신규투자 인센티브, 세제 지원 등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은 이미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에 중국 5만 대 감산을 포함한 총 10만 대 감산이 예상되며, 아우디는 1월 고급 모델 생산을 연기하고 직원 1만 명이 휴직했다. 


도요타는 중국(광저우), 미국(텍사스), 일본(아이치현) 공장에서 생산량을 일시 조절 중이며, GM도 미국, 캐나다, 멕시코, 한국의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 차질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포드·르노·FCA·혼다·닛산 등도 역시 일시 생산 중단이 확대되고 있다. 생산 차질은 통계상으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1월 승용차 판매량은 3.7% 감소했고 특히 재고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2% 감소한 277만 대를 기록했다. 협회는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 낮은 소형차 위주로 감산을 진행 중이며 상용, 렌탈 차량의 공급은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현재는 재고 소진과 비인기 차종 위주 감산으로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공급 차질 장기화 시 주력 모델들의 생산 차질도 발생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 부족이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르네사스는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아날로그·전력 반도체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자재 및 포장(기판)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TSMC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최근 일본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이달 말부터 단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최대 15% 올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NXP 역시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삼성전자에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 생산 기업, 위기 속 기회 맞이하나


이처럼 반도체 공급 물량 부족이 결국에는 반도체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547억8400만 달러(약 392조 원)였던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5년 만인 올해 4890억100만 달러(약 541조 원)로 커졌다. 


내년에는 5423억1200만 달러(약 60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전망됐던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 곧 ‘슈퍼 사이클’이 올 1분기부터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자회사인 시스템IC, DB하이텍 등이 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8인치 파운드리 라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량이 늘어난 노트북 등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기존 차량용 반도체 주문 물량을 전부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초호황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상반기 내 업황 회복도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진행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PC 탑재량 증가, 스포츠 이벤트 등으로 TV 수요가 회복되며 D램도 상반기 내로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D램은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을 상향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시장은 5G폰 확대 및 고용량 채용이 이어지면서 전년 대비 2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D램 수요 증가율은 전년 대비 최대 20%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낸드는 가격 상승세가 전망된다. 최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낸드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반도체 공급 물량을 포함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소재 및 제품 공급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와 배터리, 희토류의 해외 의존도 등 공급 사슬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CNBC는 검토 품목 리스트에 희토류는 물론 컴퓨터 스크린, 최신 무기와 전기차를 포함해 다양한 첨단기술의 생산에 사용되는 금속들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이 압도적 생산력을 자랑하는 희토류의 공급을 전략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자체 생산,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이에 백악관이 자동차·반도체 업체들과 잇따라 회의를 여는 등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선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세계 수위권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미국 내 공급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ITC는 배터리 공급 차질 우려를 고려해 SK 부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결정하면서도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공급을 허용하는 유예조치를 함께 지시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주간 격리 기간을 마침에 따라 그동안 밀렸던 주요 경영 현안을 옥중에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서 반도체 추가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 가장 긴급한 현안은 반도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삼성전자에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19조 원)를 투자해 미국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럽 등은 세금 혜택 등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3라인 투자 계획도 확정해야 한다. 약 100조 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 투자 규모와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서재창 기자(prmo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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