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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산업혁명과 산업의 디지털 전환: 위기와 전략 (1)

입력 : 2017.08.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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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디지털 전환 무엇을 의미하나?


기술경제학의 기회의 창 이론은 신기술이 출현하면 기존 강자는 추락하고 후발자가 오히려 기회를 잡게 되는 상황을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 등장한 4차산업혁명은 오히려 선진국이 혁신을 주도하고 후발국이 이를 따라가기 바쁘다. 이렇게 신기술 패러다임에서 선발국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이유는 4차산업혁명이 3차산업혁명의 본질인 디지털 패러다임의 연장선에 있어서 그 새로움의 정도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인데, 본 연구는 우리 사회가 이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패러다임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농업, 제조, 유통산업을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16년도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다. 


제1장 서 론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촉발된 4차산업혁명은 이제 제조, 농업 및 수산업과 같은 전통 산업의 생태계까지도 송두리째 전환하는 이른바, 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란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Transform)하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것으로 정의되며, 나아가 자산의 디지털화와 조직의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프로세스 전환, 리더십과 신규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 그리고 이해관계자, 고객, 직원 등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의 활용까지도 포괄한다(IBM, 2011; Capgemini, 2011; Capgemini, 2012a; Capgemini, 2012b, Agile Elephant, 2015). 이렇게 볼 때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의 개발과 사용 차원을 넘어 주문에서부터 개발, 생산, 배달, 재활용, 고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산업별로 존재하는 관행과 질서를 바꾸고 그 결과로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 간 시장 위상까지도 결정하는 변화로 이해된다.


기술경제학에서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후발자가 선발자 함정에 빠진 기존 강자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일종의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으로 간주되지만, 최근 등장한 4차산업혁명의 본질이 3차산업혁명에서 말하는 디지털 패러다임의 연장선이고, 그래서 그 새로움의 정도가 그리 새롭지 않기 때문에 선발자가 선발자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후발자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인공지능, CPS(cyber physical system) 등 다양한 디지털 혁신의 경우, 선진국이 먼저 들고 나오고 있고 후발국은 그 뒤를 따라오고 있는 현상이 이를 반증한다. 


▲ 그림 1. 분석의 프레임워크


대표적인 사례가 GE와 아디다스다. 에디슨이 100년도전에 설립한 GE는 한때 잭 웰치에 의해 금융기업으로 변신했으나 현재 제프 이멜트의 GE는‘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라는 가상공간에 실제 기계, 발전기, 엔진 등의 모형을 만들고 센서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사전에 발생 가능한 사고를 예측할 수 있다. 디지털 쌍둥이는 GE가 개발한 운영체제인 프레딕스(Predix) 내 구축되어 항공, 발전기, 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한편 1993년 마지막 공장이 문을 닫은 지 23년 만에 아디다스는 독일 안스바흐에 있는 ‘스피드 팩토리’를 건설했는데 인공지능과 CPS를 활용해서 연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단 10명으로 생산한다. 원래 수작업이 대부분인 현재의 신발 제조는 대표적 노동집약 산업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 저임금 국가로 이전했었는데 다시 독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디지털 전환이 선진국- 신흥공업국간에 형성된 국제분업체계까지도 재편하고 있어 과거 개발도상국은 가격우위에 따른 분업체계에서 하청으로라도 갈 데가 있었지만, 4차산업혁명 시기에서는 선진국 주도로 추진되는 제조 리쇼어링(reshoring)으로 인해 신흥공업국과 후발국이 갈 데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기존 기술혁신의 연구가 신기술의 등장과 선발자 함정에 대응하는 후발주자의 추격을 다루었다면 본 연구는 선발자 함정에 빠지지 않는 선발자로 인해 후발자가 직면하게 되는 위험과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 주제가 중요한 이유는 최근 진행되는 산업의 디지털 패러다임이 주로 제조산업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한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중이 31%인 제조국가이자 이 분야의 수출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과 같은 신흥공업국과는 수출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어 더욱 위협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농업, 수산업과 같은 1차 산업은 식량자급률과도 관계가 있어 극단적으로 보면 국가 안보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보고서의 구성은 제2장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분석의 틀을 소개하고, 제3장에서 1차(농업, 수산업), 2차(제조), 3차(유통, 서비스)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혁신을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선도 사례를 분석해서 선도국 디지털 전환의 특징을 소개한다. 


제4장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고 있는 국내 산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그 특징을 도출한다. 제5장에서는 디지털 전환으로 일정 수준의 혁신을 달성하고 있는 국내 사례의 전략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제6장은 내용 요약과 결론이다.



제2장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분석의 틀


제1절 산업별 혁신체제와 시스템 실패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전략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고 사회·경제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례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개별 기업차원을 넘어 산업별 고유한 기술과 수요체제의 특성, 제도적 요인 등을 포괄하는 산업별 혁신체제론(sectoral systems of innovation)을 활용한다(Breschi & Malerba, 1995, 1997; Malerba, 2004).


▲ 표 1. 시스템 실패의 유형과 내용


산업별혁신체제란 기업, 정부, 연구계 등 다양한 주체들의 요구와, 투자, 그리고 기술과 지식체제의 유기적인 상호 연계로 정의되며, 이들의 유기적인 연계가 기업의 기술전략, 혁신활동의 조직적 형태, 산업조직, 정책 등 기술혁신의 패턴, 즉 디지털 전환의 패턴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Breschi & Malerba, 1995, 1997; Malerba, 2004). 여기서 산업이란 공통된 지식기반을 가지며, 주어진(혹은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제품그룹에 의해 통합되는 활동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산업별혁신체제는 지식과 기술 체제(knowledge and technology regime)1), 수요체제(demand regime)2), 여러 주체들의 역할(role of actors)3)과 규제와 제도요인(regulations & institutions)4)으로 구성된다.


산업별 혁신체제론은 분야별로 존재하는 고유한 기술체제, 수요체제, 법제도 환경의 특성이 다양한 혁신 주체와 이들 간의 상호작용의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혁신체제론에서 보면 시장은 지식의 창출 및 확산과 관련된 혁신체제의 구성요소이나, 기업조직, 기업 간 네트워크, 정부와 민간의 상호작용 패턴들도 지식 창출 및 혁신의 확산에 대해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따라서 혁신활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의 유형은 시장실패, 정부실패뿐만이 아니라 기업조직의 실패, 기업 간 네트워크의 실패, 정부와 기업 간의 상호작용실패 등도 정책적 개입을 통해 해결해야 할 시스템실패의 주요 내용이 된다. 


즉, 혁신체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원이 아무리 많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없으며, 오히려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계속해서 온존·확장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본 연구는 최근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서 우리 산업이 직면한 문제의 유형이 시스템 실패와 관련이 있다는 입장이다.


혁신체제론에서는 시스템실패를 혁신체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혁신의 창출·확산이 제약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Malerba(1998)는 혁신체제에서 기술의 진화를 지체시키거나 제약시키는 구조적 요인을 시스템 실패로 파악하고 있다. Smith(1999)와 Calrsson & Jacobsson(1997), Malerba(1996), Woolthuis et al.(2005) 등은 시스템 실패를 인프라 구축의 실패, 제도의 실패, 상호작용의 실패, 역량의 실패로 분류하고 시스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와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며, 시스템 실패의 보정은 시장실패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혁신이 이루어지는 구조적인 패턴에 대한 보정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Andersson, 1998; Malerba, 1998; Smith, 1998; Norgren & Hauknes, 1999).


시스템 실패의 각각을 살펴보면 첫째, 인프라 구축의 실패는 혁신 창출과 확산을 뒷받침하는 일상적이고 장기적인 개발과 운영 인프라의 부족이다. 여기서 인프라는 도로, 사무공간 등 물리적 인프라 등을 포함하며, 혁신 이론에서는 ICT 인프라와 지식의 확산, 특허, 교육 등 과학기술 인프라를 강조해 왔다(Smith, 1999;Ediquist et al., 1998).


둘째는 제도의 실패이다. 제도 실패는 다시 경성(hard), 연성(soft) 제도의 실패로 구분되며(Carlsson & Jacobsson, 1997), 경성제도의 실패로는 기술적 표준, 노동법, 계약과 관련된 법·제도 등이 혁신의 창출과 확산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Malerba(1997) 경성제도의 경직성이 지식의 확산을 더디게 만들며, 기술역량의 고도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 지적하였다. 연성제도의 실패로는 정치적 상황, 사회적 가치 등의 실패를 말하며, 여기에는 기업가 정신(Carlsson & Jacobsson, 1997), 신뢰(Fukuyama, 1995) 등이 포함된다.


셋째는 상호작용의 실패이다. 여기서 기업 간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등과의 상호작용도 포함되며, 상화작용의 실패는 강한 네트워크로 인한 실패와 약한 네트워크로 인한 실패로 다시 구분할 수 있다. 강한 네트워크로 인한 실패는 참여자간 공고하면서 폐쇄적인 상호작용으로 신규진입자의 참여가 어려우며 기존의 참여자는 네트워크에서 묶이면서, 외부의 변화와 신기술의 등장에 둔감해지면서 발생하는 혁신실패 이다(Bogenrieder & Nooteboom, 2002).


반대로, 네트워크 참여자간 상호작용이 잘 일어나지 않는 약한 네트워크로 인해서 혁신이 창출 및 확산되는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지식과 기술, 노하우 등이 기업 간에 공유되어 학습 및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신기술이 개발이 지연되는 실패가 있다. 특히, 기업 간 보완적인 부분에 대해서 공유되고 학습되지 못한다면 약한 네트워크로 인한 실패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넷째는 역량의 실패인데, 이는 기업이 신기술 패러다임 등장 시기에 도약을 위해 필요한 학습역량이나, 자원의 재분배 역량 등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혁신실패를 말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자원, 인력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역량실패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Malerba(1997)은 이러한 상태를 학습실패라고 분류하였는데, 기업이나 산업이 신기술을 효과적이고 빠르게 학습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기존 기술궤적에 고착되며 혁신실패에 이른다.


제2절 분석의 프레임

그림2-1은 지금까지 설명한 이론들을 디지털 전환의 맥락에서 구성한 분석의 프레임이다. 우선 선도국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의 사례와 그 산업의 혁신 특성을 분석하고, 디지털 전환의 맥락에서 후발국이 해결해야하는 문제들을 도출한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전산화 장비 도입의 과정이 아니고 전통산업이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인해 생산성 향상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에 디지털 역량, 수익모델의 변환, 경쟁관계, 비교우위, 법·제도, 인프라 및 사회적 마찰 등 다양한 요인을 포함하여 분석한다. 다음으로 국내 디지털 전환의 현황을 분석하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문제점과 그 유형적 특징을 서술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우리의 위기가 시장실패 또는 정부실패와 구별되는 시스템 실패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본 연구는 지금의 제4차산업혁명이 제3차산업혁명의 1차 디지털 패러다임의 연장선에서 진행되는 2차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간주하며 따라서 진입/전환의 단계에서 후발 기업이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와 어떻게 시장에 진입할 것인가에 대해서 분석한다.


이는 기존의 후발자 추격이 갑자기 등장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잠자는 토끼를 추격하는 거북이의 전략을 다룬 것이었다고 비유한다면, 지금의 디지털 전환은 넘어지거나 잠자기 않고 더 빨리 뛰는 토끼를 느린 거북이가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경주에서 우리가 상상해 볼 수 있는 한 가지 전략은 선도기업의 경로와는 다른 일종의 지름길을 통해 제3의 지점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제3장 디지털 전환의 정의와 글로벌 사례


제1절 디지털 전환의 정의와 시나리오

1. 제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핵심 주제는 인공지능과 같은 SW가 중심이 되는 제4차산업혁명이다. 


WEF가 제시한 4차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물리적 공간, 디지털 공간,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융합 시대이며, 제3차산업혁명과 같은 디지털 패러다임의 연장선이지만 그 변화의 속도, 범위 그리고 경제사회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전망한다.


▲ 표 2. 디지털 전환의 시나리오


증기기관으로 1차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전기발명으로 2차산업혁명으로 이어졌으며, 컴퓨터의 등장은 3차산업혁명을 촉발했다. 3차산업혁명은 프로세스와 정보가 컴퓨터 환경으로 전환되어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는데, 4차산업혁명은 전통적인 프로세스가 새롭게 정의되며, 기존에는 없었던 정보가 축적되고 활용되는 ‘디지털 전환’이 핵심이다. 


즉, 4차산업혁명은 3차산업혁명에서 등장한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와 적용범위 확장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 일자리, 복지 등 사회구조의 변화까지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IBM(2011)은 디지털 전환에 대해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하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Agile Elephant(2015)는 디지털 전환에 대해 자산의 디지털화와 조직의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프로세스 전환, 리더십과 신규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 그리고 이해관계자, 고객, 직원 등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의 활용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앞선 두 정의가 주로 기업의 경쟁우위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Lucas et al.(2013)은 기업을 넘어 개인과 사회와 경제를 포괄하는 디지털 전환의 속성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기업의 프로세스, 조직구조의 변화와 사용자 경험과 시장 구조의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전환이 각각의 산업 영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디지털 전환의 특징을 범위, 규모, 속도 차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디지털 전환 기업의 범위와 규모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전통적인 기업의 경계(가치사슬, 산업경계)가 파괴되고, 기업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며 기업뿐만 아니라 더 많은 참여자가 가치창출과 혁신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과거에는 순차적, 단방향적으로 가치가 창출되었고, 경제의 주체들은 순차적으로 구성된 ‘가치사슬’에서 각각의 역할을 맡았고(Porter, 1985), 그 역할에 의해서 기업의 활동범위와 규모가 결정되었다. 반면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서는 기업 간, 다양한 주체 간 상호작용과 협력적 활동으로 가치가 창출된다.

 

일례로 자동차 산업의 과거 가치 사슬은 부품업체, 완성차 업체, 딜러 네트워크, 정비업체, 보험사 등으로 이뤄져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된 가치사슬의 전반을 통제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전환으로 등장한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pen Automotive Alliance)와 같이 자동차 산업의 협력관계는 완성차 기업과, SW기업 등 다양한 주체 간에 협력적·수평적 관계(부품납품관계가 아닌)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카셰어링, 차량용 인포테이먼트(infotainment) 등 기존에 없었던 다양한 기업이 새롭게 자동차 산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우버와 같은 카셰어링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부품업체나 완성차 업체에서만 진행하던 R&D 영역까지 진출해서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둘째, 디지털 전환의 속도이다. 디지털 전환의 근간이 되는 기술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도로 변화하고 확산되고 있으며, 기업의 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도 더욱 빨라지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디다스인데, 아디다스는 아날로그방식의 생산으로는 1년이 넘게 걸리던 신제품개발과 출시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도입하면서 단 5일로 단축됐고, 50만 켤레 생산에 기존 600명이 투입되던 것도 단 10여명으로 해결하고 있다. 자동화 공장을 직접 수요처에 구축하기 때문에 동남아, 중국 등 원거리 생산 보다 배송과 유통의 단계도 대폭 줄었다.


정리하면, 범위와 규모가 넓어지면서 각각의 기업이 모든 활동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고,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개별 제품과 서비스 차원을 넘는 생태계 차원의 새로운 경쟁우위가 중요해지고 있다(Markus &Loebbecke, 2013: 650).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나 iOS, 산업인터넷 플랫폼인 GE의 프레딕스(Predix), 농업의 플랫폼인 몬산토(Monsanto)의 필드뷰(Field View),는 생태계 조성이 SW산업을 넘어 전산업으로 확대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개별 제품과 서비스 수준의 전략과는 구별되는 플랫폼 전략(Woodard et al., 2013), 가버넌스 구조(Dmevich and Croson 2013)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Bennis, 2013)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2. 디지털 전환, 기회인가 위기인가?

기술경제학에서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후발자가 선발자 함정에 빠진 기존 강자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일종의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로 간주된다.


1차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산업의 주도권은 유럽대륙에서 영국으로 이전하였고, 왕족과 귀족의 지배체제의 정치구조가 부르주아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경제체제로 변화하였다. 


2차산업혁명에서는 내연기관과 전기의 발명으로 미국이 그 주도권을 가져갔고 포드, GE와 같은 기업이 등장하였다. 금융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등 사회·경제적 변화도 있었다.


3차산업혁명으로 IBM과 같은 컴퓨터 관련 기업이 부상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벤처붐을 통해 구글과 애플, 아마존과 같은 SW기업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산업의 주도권이 변화하고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것인가?


최근 등장한 4차산업혁명의 본질이 3차산업혁명에서 말하는 디지털 패러다임의 연장선이고 그래서 3차산업혁명의 강자가 계속 그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후발자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4차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은 구글, 애플과 같은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제조기업인 GE는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며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선도주자라고 평가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전통 제조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국제 분업 체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즉, 과거의 산업혁명처럼 산업의 주도권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되고, 여기에 뒤처지는 후발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그럼 선진국의 주도권이 강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이 그 이전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되었고 그 혁명의 기술적 속성이 그리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에 등장한 구글과 애플은 강력한 SW역량을 다져왔고,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융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성장하고 있다. 


2차산업혁명시대에 등장한 GE는 방대한 발전 인프라 기반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여 제품을 서비스화 하는 혁신을 만들어내고 GE의 인프라를 레버리지 하여 SW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농·수산업 분야의 프리바(Priva), 아크바(AKVA), 몬산토(Monsanto)와 같은 기업은 기존 농업 지식과 축적된 데이터를 SW와 융합하여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심지어는 그 기술을 플랫폼화하여 공급하고 있다.


3. 디지털 전환의 대응 시나리오

그럼 디지털 전환 시기에 후발기업의 생존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 4가지 전략적 시나리오를 표 3-1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지속적 혁신의 시나리오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로 먼저 각 산업분야별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데, 기존 경쟁력을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여 혁신을 만들어 내는 구글, 애플, 아마존, GE 등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디지털 전환의 기술혁신을 주도적으로 했지만, 이로 인해 기존 경쟁력이 파괴되는 경우이다. 대표적으로 폴라로이드 사례인데,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고서도 필름카메라라는 기존의 경쟁력을 파괴되어 산업의 주도권을 디지털카메라 제조 기업에게 넘겨주었다. 노키아의 사례도 스마트폰 OS를 가장 처음 개발하고서도 기존의 경쟁력이 있는 피쳐폰 사업에 집중하면서 결국 애플과 구글에 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준 경우도 있다.


셋째, 타 기업의 선도적 기술혁신을 신속하게 수용해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경우이다. 디지털 기술에는 폴라로이드에 뒤졌지만 기존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DSLR로 이동해서 주도권을 유지하는 캐논의 사례가 이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타 기업의 선도적 기술혁신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처해서 기존의 경쟁력이 파괴되는 상황에 처하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아마존이 보여주는 SW를 통한 유통·물류 혁신으로 월마트, 테스코 등 대형 유통 기업들은 기존의 경쟁력이 파괴되었으며 결국 아마존에 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경쟁력을 강화화면서 디지털 전환에 주도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는 것이고,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기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디지털 전환에서 도태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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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식과 기술 체제는 기술혁신의 빈번성, 혁신 결과의 전유성, 기술발전의 누적성과 지식기반의 특성으로 구성된다(Breschi, Malerba & Orsenigo, 2000). 그리고 외부 지식의 접근 가능성과 기술수명주기의 장단 등이 포함될 수 있다(이근, 2007). 지식기술 체제의 속성은 기업별로 보유한 차별화된 역량과 상호작용하면서 지식기술의 모방, 흡수 및 창조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시장진입, 연구개발 전략과 그에 따른 추격의 가능성이 달라진다(Malerba, 2004).


2) ‌수요체제란 기업이 시장을 개척하고 장기적인 수요를 창출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제반환경을 의미한다. 수요체제는 기본적으로 비용우위, 제품차별화, 선점자 우위가 있다. 해당 분야의 수요 체제는 특정 분야에서의 한 기업이 생산과 혁신의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의 성격을 규정하고 특정한 행동과 조직에 대한 유인과 제약의 유형을 결정한다(Sawai 1987, Nonaka, 1990). Shepherd(1979)는 ‘독점’, ‘지배적인 기업 주도형 과점’, ‘높은 시장 집중도의 과점’ 순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고 보았고 완전경쟁에서는 진입장벽이 낮다고 논했다. 즉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이 많이 존재 할수록 신규 진입기업은 시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이는 진입장벽이 된다.


3) ‌산업별혁신체제에서의 주체란 산업을 구성하는 기업과 정부, 연구소, 금융기관, 개인 등 이며 이들 간 역학관계와 중요도는 산업별로 상이하다.


4) ‌각종 규제와 제도는 각종 계약, 규범, 법, 기준 등을 포함한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해석되는 제도는 그 역할도 산업별로 혹은 국가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금융혁신의 경우 정부의 규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국내에서는 기존의 금융 대기업이 주도하는 반면,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중국과 미국의 경우 페이팔, 알리바바 등 금융 기업이 아닌 기업이 주도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정리=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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