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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제조, 누가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 등록 2017.03.27 08: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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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제조 ‘99단계의 제언’ (4단계 ~ 6단계)


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1인제조'의 저자이기도한 필자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아흔아홉 개의 조언을 제시한다. 이번 글은 4~6번째 단계와 관련한 내용이다. <편집자 주>



4. 혼자 하는 것이 최선인가?


1인 기업은 그 자체가 최선의 사업 모델이다. 혼자 하기 때문에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성, 리스크 및 성장의 한계가 있음에도 그것들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기 때문에 1인 기업을 하는 것이다. 


레고(Lego) 한 세트에는 여러 크기의 블록들이 들어 있고 블록이 작을수록 그 수가 많다. 테트리스 게임을 해봐도 큰 블록보다는 작은 블록들이 많이 떨어진다. 이유는 하나다. 작은 블록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큰 블록 한 개는 작은 블록 몇 개가 합쳐져 대체될 수 있지만 작은 블록은 큰 블록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큰 블록보다는 작은 블록이 언제나 많아야 하고, 레고든 테트리스든 작업 후반으로 갈수록 작은 것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세계 6위 수준의 우리나라 제조업을 레고나 테트리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이미 작업 후반기라 할 수 있다. 더 작은 블록, 즉 소규모 제조 단위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섬세함과 세밀함은 큰 제조 단위에서 담당하기에 한계가 있다. 제조 산업이 더욱 성숙할수록 작은 제조 단위, 즉 1인 기업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한다.


최근 제조업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세 가지 개념이 있다. 3D 프린터,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제조 4.0이 그것으로, 고객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한 이들의 목적은 ‘유연한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여기에 최근 급부상하는 로봇과 인공 지능 기술이 합쳐져 이제는 제조 단위를 어떻게 더욱 세밀하게 쪼개어 개별 수요에 대응케 할 수 있을지가 제조업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즉, 제조업은 더 섬세하고 세밀해져야 하고, 그래서 1인 제조가 최적의 솔루션인 것이다. 


1인 기업이 최선인 이유는 ‘시간 절약’이라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온갖 것들을 만들어 내더라도 시간만큼은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래서 시간만큼 중요한 것은 없고, 시간만큼 많은 것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생산요소도 없다. 


시간을 만들 수 없다면 주어진 시간의 활용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회사라는 조직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조직이 작든 크든 예외 없이 우리는 상사 또는 동료, 동업자를 욕하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정말 한심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내정치 등 쓸데없는 곳에 나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기업의 경우 정치할 대상이 없다는 것, 그래서 시간 낭비할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로 1인 기업을 해보면 직장 생활할 때보다 몇 배의 일을 해내는 자기 자신에게 놀라게 된다. 갑자기 슈퍼맨이 된 것이 아니라 정치할 시간에 사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리더라면 누구나 조직의 구성원에게 좋은 리더라는 평가를 받기를 원한다. 특히 기업의 대표라면 정말 수준 이하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끝까지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사장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과하면 인정 중독 수준에 이르는데, 이때 특히 두 가지 의사결정을 미루게 된다. 첫째가 해고이고 둘째가 폐업이다. 


특히 폐업은 대표 스스로 결단하기가 자살만큼이나 어렵다. 특히 큰 조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오늘 당장 폐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임에도, 그 의사결정을 미루고 또 미룬다. 자신만 바라보는 직원들이 눈에 아른거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기 쉽다. 


이에 비해 1인 기업은 합리적으로 폐업을 결정할 수 있다. 사람도 가진 게 많을수록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고 그래서 그 고통이 더 크다고 하지 않던가? 1인 기업은 가진 게 없으니 폐업을 결정하기가 쉽고, 회복과 재기를 위한 기간과 비용 역시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1인 기업은 ①현재의 시장 환경이 요구하는 섬세하고 세밀한 최소 제조단위에 가장 부합하고, ②가장 중요한 시간 자산을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케 하며, ③폐업을 결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최적의 기업 형태에 해당한다. 



5. 누가 할 수 있는가?


1인 기업을 하는 데 최적인 사람은 어떤 경력을 가진 이들일까? 같이 고민해보자.


공장장은 어떨까? 공장 돌아가는 전체를 관리해본 경력이 있으니 최적일 것 같다. 하지만 지시하고 시키는 데 익숙한 그가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하는 1인 제조회사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개발자는 어떨까? 신제품 개발은 가장 비밀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업무이므로 1인 기업의 대표가 제품을 개발한다면 좋을 듯하다. 하지만 개발자 상당수는 개발 업무만을 하길 원하는데, 과연 그들이 1인 기업에서 요구하는 팔방미인이 될 수 있을까?


작업자는 어떨까? ‘생활의 달인’을 보면 몇 명의 몫을 혼자 하는 작업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이들이 1인 기업을 하면 최소한 인건비 몇 인분은 절약되므로 성공할 것 같다. 그럼에도 달인의 기술을 가진 그들 대부분은 봉급생활자에 만족한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장비 기술자는 어떨까? 1인 제조는 혼자 한두 대의 장비를 돌리며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비가 멈추면 사업도 멈추기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 장비는 생명만큼이나 소중하다. 그렇다면 장비를 원활히 유지, 보수할 수 있는 기술자가 직접 1인 기업을 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겠지만, 과연 그들이 팔방미인 대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영업은 어떨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 아닌가? 개발도 좋고 장비도 좋지만 먹고살려면 영업이 되어야 하고, 고객을 쥔 영업이 최고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주문이 들어와도 이를 깔끔하게 납품할 수 있는 섬세함이 없다면 이때의 주문은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관리직은 어떨까? 아무리 영업을 잘해도 돈이 줄줄 새면 모두 끝이다.  어찌 보면 영업보다 중요한 것이 돈 관리이고, 그렇다면 섬세하고 디테일하며 비용 개념이 철저한 관리자가 최적일 수 있겠다. 근데 매일 돈에만 신경을 쓰니 정작 고객과 제품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지 않을까?


외주 관리 담당자는 어떨까? 혼자 다할 수 없는 1인 기업에게 외주 관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갑의 문화에 익숙한 외주 담당자가 평생 을일 수 밖에 없는 1인 기업 대표를 하는데 문제는 없을까?


검수 출신은 어떨까? 낮은 품질을 땜빵할 강한 영업력이 없는 1인 기업에게 제품의 품질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입고 자재 및 출고 제품 검수는 1인 기업이 수행해야 할 핵심 업무이다. 그러나 그 역시 1인 기업 대표로서 필요한 팔방미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경력 부문만 잠깐 살펴보았는데도 누가 1인 기업에 최적일지 결론 내리기가 힘들다. 어떤 경력자든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인데, 굳이 내게 하나만 고르라면 개발자나 검수 출신이 최선인 듯하다. 검수는 타고난 성품이 있어야 하고, 개발은 배우는 데 상당한 전문성과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아무리 1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외부로 돌리기 어려운 핵심 고유 업무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어떤 성격이 1인 기업을 하는 데 최적일까?  개인의 성격 유형을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로 분석하면 ①외향형(E)과 내향형(I), ②경험형(S)과 직관형(N), ③사고형(T)과 감정형(F), ④판단형(J)과 인식형(P)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내 경우 10년 전에 받았던 MBTI의 검사 결과는 ESTJ였다. 내성적(I)이기보다는 외향적(E)이고, 직관(N)보다는 경험(S)을 중시하며, 감정(F)보다는 이성적 사고(T)에 의존하고, 상황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P)보다는 판단(J)하는 성격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10년 후 재검사한 결과는 ESTJ가 아닌 ISFJ였다는 점이다. 즉, 경험과 판단을 중시하는 성향은 그대로였지만 이전보다 내성적이고 감정적인 성향이 커진 것이다. 1인 기업을 하면서 바뀐 것이다.  무엇이 맞는지 정답은 없지만 1인 기업을 하는데 최소한 외향적 성격보다는 내향적 성격이 맞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경력이든 성격이든 1인 기업 대표를 하는 데 절대적 기준은 없다. 만일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면 다음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 가족이다. 가족은 1인 기업 최고의 서포터이자 주주이며 임원이다. 가족 구성원을 주주명부에 올리고 이사회 임원으로 등재하라는 말이 아니라 사실상 그렇다는 거다. 치명적 한계를 지닌 1인 기업을 잘 운영해가는 데 필요한 가장 큰 버팀목은 가족이다. 가족 관계가 건전하고 건강해야 1인 기업이 건전하고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인내심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99단계 중 절반 이상은 절제 및 인내심과 관련되어 있다. 가족이 중요한 이유도 결국 맷집과 인내심을 가지기 위함이다. 1인 기업은 그물이 아닌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인내의 과정이다. 참고 또 참아야 한다. 낚시할 때처럼 즐겁게 말이다.


셋째, 객관화다. 1인승 비행기가 조종사의 실수로 추락하는 사고들을 살펴보면 대개 바다를 하늘로 착각해서 발생한 것들이다. 1인 기업 역시 1인승 비행기라서 내 현재의 상태와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바다를 하늘로 착각하기도 쉽다. 때문에 항상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혼자 하기란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에 건전한 가족이 필요한 것이다. 



6.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종종 ‘창업에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접하곤 한다. 재미있는 건 대부분의 응답자가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서’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준비한 만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준비되어야 하는가? 시장, 제품, 나 자신이다. 


시장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창업의 적기는 시장이 호황기일 때일까, 불황기일 때일까? 아니면 성숙기일까, 도약기일까?


내 회사는 RFID(무선주파수인식) 태그(tag)를 만드는 1인 기업이다. 2004년 회사를 설립할 당시에는 RFID 유행을 타고 수십 개의 업체가 난립해 있었는데, 그들 중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회사는 거의 없다. 물론 내 회사도 처음부터 1인 기업은 아니었다. 파산 직전의 상황에서 직원들이 모두 떠난 다음 빚더미 속에서 2010년부터 혼자 운영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금은 기적적으로 회생하여 그럭저럭 먹고 산다. 


동종업계의 많은 분이 ‘어떻게 1인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를 물어보곤 하는데, 내 대답은 한결같다. “RFID가 워낙 불황이라 이 바닥으로 새로 뛰어드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살아남았습니다.”


1인 기업은 홍수 때보다 바짝 가뭄이 들었을 때가 생존 가능성이 높다. 호황일 때는 큰 기업들이 자금력과 조직을 바탕으로 물밀 듯이 시장을 공격하기 때문에 1인 기업으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지만, 가뭄일 때는 작은 만큼 덜 먹어도 견딜 수 있는 1인 기업이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1인 기업에 있어 최적의 창업 시기는 불황기 때, 좀더 구체적으로는 호황에서 불황으로 전환되거나 최저점을 찍기 직전의 시기다. 


그렇다면 시장의 도약기와 성숙기 중에는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창업에 대해 가지는 잘못된 고정관념 중 하나가 ‘창업은 뭔가 새롭고 창조적인 제품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1년, 2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1인 기업에게는 이 새로운 제품을 왜 써야 하는지 고객을 설득하고 교육시키며 이 기간을 견딜 맷집이 없다.


때문에 1인 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받아들여진, 다시 말해 ‘왜 써야 하는지 이의를 달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성숙되고 검증된 시장이 적격이고, 오히려 성숙기보다도 쇠퇴기에 접어든 시장을 노리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쇠퇴기에는 큰 회사들이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제품이 준비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고객에게 시현할 프로토타입 샘플(prototype sample)은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개념도나 사양서는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당장 팔 수 있는 제품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제품은 그것을 디자인해서 실제 제품화할 때까지의 기간과 비용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제품을 어느 정도로 준비해야 하는지 역시 저마다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석 달 이내에 양산 가능한 제품은 준비가 다소 부족해도 창업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1년 걸리는 제품은 더 많이 준비되어야 한다. 만일 개발 기간이 몇 년 이상 소요되는 제품이라면, 1인 제조회사에 맞는지 심사숙고해봐야 한다. 


1인 제조회사는 창업 시점부터 당장 자금 회전이 이루어져야 생존할 수 있다. ‘창업 시점부터 당장’이란 보통 ‘창업 후 6개월 이내’를 의미한다. 즉, 6개월 내에 흑자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제품 판매 대금으로 자재는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자금 회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보통 창업 시점을 기점으로 3개월 내에 제품에 대한 첫 구매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고객이 20~50퍼센트의 선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을 정도로 제품의 완성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단순히 제품 콘셉트만 가진 채 1인 기업을 세우면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 굶어 죽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1인 제조회사를 창업하는 데 적당한 나이는 몇 살일까? 20대? 너무 빠른가? 50대? 너무 늦을까? 30~40대가 적당할까?


정답은 없다. 내 경우에는 35세 때 창업을 했는데, 가끔 ‘좀 더 빨랐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은 든다. 창업은 누구에게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해보기 전에 창업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쌓은 다음에 창업하겠다’는 것은 ‘연애 소설을 더 많이 읽은 뒤 연애해보겠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소리다.


창업 전 나는 모 미국계 벤처캐피털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벤처회사 사장님들을 만났고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했다. 그래서 나름 창업이 무엇인지 남들보다는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었다. 권투가 뭔지 알려면 링 바로 옆에서 100경기를 보는 것보다 링 안에서 직접 펀치 한 대 맞아보는 것이 훨씬 나은 것처럼, 창업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창업해보는 것 외에는 어떤 방법도 무의미하다. 30대 초반, 늦어도 30대 중반이 창업에 좋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창업 전 직장 경력은 3~5년이면 족하고, 너무 길어지면 오히려 매너리즘과 타성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혹여 실패한다 해도 재기할 에너지가 남아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혹시 이 책을 읽는 40~50대 독자들이 기분 나쁘실 수도 있겠지만, 내 이야기를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실패했을 때 재기할 가능성은 젊을수록 크다’는 것이지 ‘젊을 때 창업을 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아니다. 창업 시의 성공 가능성은 외려 40~50대가 20~30대보다 훨씬 높다. 다만 실패했을 경우에는 다시 일어서기가 그들보다 힘들다. 20~30대들이 가진 총알이 네댓 개라면 40~50대들은 한두 개에 불과하다. ‘원 샷 원 킬(one shot one kill)’을 하지 못하면 인생이 낭패에 빠질 수 있으므로 그만큼 창업에 신중해야 한다. 


왜 40~50대들의 재기 가능성을 낮게 보냐고 따지는 분들도 있겠다. 인생을 7회전 권투로 본다면, 20~30대, 즉 2~3회에서는 큰 펀치에 다운 당해도 힘이 남아 역전의 기회가 있지만, 40~50대, 즉 4~5회에서 다운 당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더 힘들다.  물론 마지막 6~7회에서도 역전 KO펀치를 날릴 수도 있지만, 그 확률은 작을 수밖에 없다.

 

아래의 내용은 재미 삼아 덧붙이는 것으로, 창업을 해도 괜찮겠다 싶은 증후(symptom)들에 관한 것이다. 여섯 개 항목 중 두 개 이상에 해당된다면 창업을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좋겠다. 


① 오래 거래한 고객이 “한번 나와서 혼자 해보시면 어때요?”라고 반복해서 묻는다.

② 협력업체 사장이 “몇 개월간 원자재를 외상으로 공급해줄 테니 한번 혼자 해보세요”라고 반복해서 제안한다. 

③ 장비업체 사장으로부터 ‘좋은 조건에 장비를 임대해줄 테니 혼자 해 보시라’는 제안을 반복해서 받는다. 

④ “당신이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부서의 직원으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는다. 

⑤ 회사에 무슨 문제만 생기면 임원은 내가 담당자가 아님에도 조건반사적으로 나부터 찾는다.

⑥ 1인 기업 창업에 대해 아내에게 넌지시 슬쩍 물었는데, 바로 반대하지 않고 의외로 심각하게 고민한다.


유재형 RF캠프 대표이사

(jerry.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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