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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의 ‘숨은 진주’, 기술력 무장한 강소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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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헬로티]


한편으론, 2019년 8월 일본의 수출규제(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는 한국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한국은 반도체 수출 1위 국가였지만 반도체 완제품 생산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관련 소재·부품·장비에서 수입 길이 막히고 나서는 대응책 마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후에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국내에서 해결안을 마련하는 등의 대응책이 마련되기는 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의 강화 정책이 ‘사후약방문’처럼 나오기는 했어도 뒤늦게나마 지금 한국 제조업의 취약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은 다행이다.


기계산업도 기술력 강화 절실


일본의 무역제재 이후로 제조업 각 분야에서는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자체조달률, 즉 기술 국산화의 정도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기계산업은 자체조달률 61%로 그나마 일본 의존도가 낮게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가공 기술이나 공작기계 및 일반기계에 들어가는 부품 기술에서는 기술력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가공 기술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밀산업의 자체조달률은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산업별 자체조달률은 반도체 27%, 디스플레이 45%, 기계 61%, 자동차 66% 등이다.


기계산업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정밀제어 장비, 터빈, 정밀제어 모터 등이었다. 기계분야 핵심부품 등에 대한 해외 의존성 등은 기계장비 산업의 스마트화 및 고부가가치화에 걸림돌이 된다.


▼기계산업 생산·수출입 및 자체조달률

생산(‘17)

수출(‘17)

수입(‘17)

수지(‘17)

자체조달률

1207903억원

486억 달러

300억 달러

186억 달러

61%


이 같은 결과는 R&D 지출에서도 판단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과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 1만117개(한국 2787개, 일본 7330개)를 분석한 결과, 한국 핵심 부품·소재 기업의 R&D 지출액이 일본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별로 보면 정밀기기부품은 일본 기업의 평균 R&D 지출액이 한국에 비해 7.0배, 수송기계부품은 2.3배, 전기장비부품은 2.0배 컸다. 전자부품만이 유일하게 일본보다 8.2배 컸는데,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기업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 한일 부품 기업 평균 R&D 지출액

분류·품목

한국(A)

일본(B)

비율(B/A)

금속가공 제품

0.3

0.1

0.5

일반기계 부품

1.6

1.5

1.0

전기장비 부품

1.1

2.2

2.0

전자 부품

78.6

9.5

0.1

정밀기기 부품

2.4

16.5

7.0

수송기계 부품

6.5

14.8

2.3

전체

12.6

4.8

0.4

<단위 : 백만달러, 배 / 자료 : Capital IQ (2018)>


반 쯤 물이 담긴 컵을 어떻게 보느냐인 것 같다.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난 20년 동안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독일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것과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도 서둘러 소재·부품·장비 산업 발전 전략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팽성일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정책분석센터 차장은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현황과 과제’ 리포트에서 “부품과 완제품은 상당 부분 중국과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소재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현재까지 핵심 소재는 소수 세계적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탄소섬유의 경우, 일본의 3개 기업(Toray, Toho, Mitsubishi-Rayon)이 세계 탄소섬유 생산량의 약 66%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의 ‘숨은 진주’, 기술력 무장한 강소기업들


일본 무역제재 이후 국내에서도 일본의 빈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무역제재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이를 통해 55개 강소기업이 선정됐을 뿐 아니라 숨은 강소기업들이 많이 발굴되기도 했다.


기계산업 분야에서도 수 년 혹은 수 십년 간 기술 국산화에 노력한 기업들이 많았다. 이번 호에는 공작기계 부품, 절삭공구,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엔진 부품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은 주요 기업을 소개한다.


1) 대성하이텍(DSHT)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인덱스 커플링, 링, 피스톤, 스핀들 <사진 : 대성하이텍 홈페이지>


대성하이텍은 공작기계, 반도체장비, 인쇄장비 등 산업기계 전반에 사용되는 정밀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지역 대표 강소기업이다. 2014년엔 70년 전통의 일본 공작기계 전문 생산기업인 노무라VTC를 인수하며 제품 라인업 확장했다.


현재 대성하이텍은 공작기계 중에서도 최첨단 자동화 기계인 CNC 복합자동선반을 직접 제조해 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CNC 복합자동선반의 그룹 매출액 성장률이 연평균 30%를 상회할 정도로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대성하이텍의 특징은 기계장비 완성품을 공급하기도 하지만 공작기계 부품, 인쇄기계 부품, 반도체장비 부품 등 초정밀부품 가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품들은 야마자키 마작을 비롯해 일본,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주요 부품은 인덱스 커플링, 기어, 스페이서, 스핀들, 콜렛, 피스톤, 샤프트, 디스크, 밸브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일본 경쟁사의 탭핑센터를 능가하는 고품질, 고성능 탭핑센터(브랜드명 ZEROIN)를 개발해 국내외 많은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성하이텍은 1000/1mm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정밀도의 제품을 생산하기로 잘 알려진 기업으로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80%가량 되는 기계부품, 반도체장비 부품, 자동선반 설비 시장에서 국산화를 이끈 대표적인 기업이다.


2) 서암기계공업(SEOAM)


▲서암기계공업의 고정식 에어척  <사진 : 첨단 헬로티>


서암기계공업은 공작기계 핵심 요소부품인 각종 기어류와 척, 실린더, 커빅 커플링 등을 40년 이상 생산해 온 기업이다. 서암기계공업은 1970년대 후반부터 화천기공에서 분사해 부품 국산화를 실현한 기업으로, 현재는 여러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는 일본에도 수출하고 있는데, 전체 수출에서 60%가량을 차지한다.


서암기계공업이 기술 국산화를 실현할 수 있었던 요인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었다. △기어 부분에서는 공작기계용 기어 설계 및 제조기술, 선박용 엔진(대형, 중형)·풍력 발전용 기어 제조기술 등을 △척&실린더 부분에서는 고속중공형 파워척, 대관통경 중공형 파워척, 고속중실형 파워척, 드로우 다운척, 회전유압실린더 설계 및 제조기술 등을 △커빅커플링 부분에서는 인덱스 정밀도를 고려한 고강성 설계기술, 초정밀한 자동조심성을 갖는 설계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서암기계공업의 기어는 공작기계뿐만 아니라 선박엔진, 로봇, 터보콤프레셔, 풍력발전기, 철도차량 분야에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현재 철도차량 분야에서는 현대로템에, 선박엔진 분야에서는 현대중공업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3) 삼익THK(Samick THK)


▲삼익THK의 볼리테이너 타입 LM가이드  <사진 : 첨단 헬로티>


삼익THK는 1960년 대구에서 창업한 기업으로 시작은 산업용 수공구 ‘삼익줄’이었다. 이후 일본 THK와 합작하여 직선운동시스템인 LM가이드와 볼나사 국산화를 성공하였다. 이후, 직선운동 베어링 생산에 필수적인 연삭설비 개발 등을 개발하고 사내 생산시스템을 고도화 시키는 임무를 수행하여, LM시스템을 중심으로 다수의 발명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다.


삼익THK의 LM시스템은 반도체 제조장비,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및 검사장비, CNC선반, 산업용로봇, 공작기계, 기타 자동화 설비에 필수적인 시스템으로 국내 생산품목의 확대와 관련 장비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삼익THK는 LM시스템 외에 메카트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메카트로시스템은 LM가이드와 볼나사 사용으로 고속 고정도의 위치제어를 실현한 직교좌표 로봇으로, 직교좌표로봇, 스피드 로더, 프렉션 테이블, 리니어 모터 등이 있다.


삼익THK가 국산화를 실현한 기술에는 저소음 LM가이드 기술, 볼스크류 저소음화 및 고속화, 알루미늄 베이스의 경량화 트랙 롤러 가이드 기술 등이 있다.


4) 와이지원(YG-1)


▲와이지원의 밀링척


와이지원은 1981년 창업한 기업으로 엔드밀(나사산을 만들어주는 공구) 분야에서는 세계 1위다. 사업 시작부터 기술 독립을 이뤘던 기업으로 현재는 밀링, 드릴링, 쓰레딩, 터닝 공구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와이지원은 미국, 중국, 인도, 터키, 독일,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면서 전세계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와이지원이 절삭공구 국산화는 물론 글로벌 우수 제품으로 평가받는 데는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에 있다.


대표적으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초경합금을 원재료로 만든 고속 절삭용 엔드밀 ‘엑스파워’다. 이 제품은 당시 1200도의 고온에 견딜 수 있으면서 고속에서 쉽게 부서지는 단점까지 보완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에도 피삭재의 특성이 점차 난삭화 돼가는 시장 흐름에 따라 그에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나갔다. 특히 2006년에는 지름이 0.1mm에 불과한 고정밀 소경 엔드밀도 만들었다. 당시에는 수입에만 의존하던 제품군이었는데, 자체 개발을 이뤘던 것이다.

와지이원은 현재 8만여 가지의 절삭공구를 생산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5) 재원(JAEWON)


▲재원 초박형 정밀 스테이지 


재원은 제조업용 로봇 및 정밀 스테이지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70% 이상을 차지하는 정밀 스테이지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구현해 나가고 있어, 한국의 기술 국산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라 할 수 있다.


정밀 스테이지는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분야의 제조 공정과 각종 검사 공정에서 대상물의 정밀한 위치 결정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장치다. 재원은 1마이크론의 정밀도를 갖춘 초박형 정밀 스테이지를 자체 개발해 일본에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일본 외에도 유럽 등 해외 유수의 기업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한화 등의 대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창업 10년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이 같은 성과를 낸 덕분인지 2018년에는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원은 고정밀의 매뉴얼 스테이지, 나노급 스테이지, 오토 스테이지, 초박형 오토 스테이지 등에서 1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재원이 공급하고 있는 제품은 초박형 스테이지를 비롯해 모터라이즈 스테이지, 매뉴얼 스테이지, 모션 시스템, 모듈 시스템 등이다.


6) 코론(CORRON)


▲코론 리니어타입 나노 초정밀 고속가공기 ‘S90’


코론은 충남 천안의 초정밀 가공기 제조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일본의 수출규제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코론은 2017년 리니어모터를 장착한 초정밀 고속가공기를 국산화 했다.


코론이 개발한 리니어 모터는 가공 소재를 올려놓는 베이스의 핵심 부품이다. 위에서 회전형 모터가 움직여 금속을 가공하지 않고 자기부상 방식의 베이스가 움직이는 신기술이다.


코론은 장시간 기계를 돌려도 오차 없이 정밀하게 금속을 가공할 수 있는 초고속 가공기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초고속 가공기 1대에 5억원인 해외 제품을 3억원대로 가격을 낮춰 수입 대체 효과와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또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오일 누출이 없는 흑연 및 글라스 초정밀 고속가공기도 개발했다. 정밀 금속가공과 흑연을 사용하는 3D 글라스 성형 가공이 모두 가능하다.


2014년에는 전기 스파크로 금형을 제작하는 트윈헤드 초정밀 방전가공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와 공작기계 융합기술을 접목한 입체형 레이저 가공기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코론은 현재 리니어타입 나노 초정밀 고속가공기, 초대형 투헤드 방전가공기, 갠트리 구조 고속가공기, 레이저 가공기 등을 공급하고 있다.


7) 삼영기계(Samyoung)


▲삼영기계의 엔진 부품들


삼영기계는 1975년 설립한 발전소, 철도기관차 및 선박용 엔진 분야 전문 기업이다. 이 기업은 엔진 부품 중에서 실린더 헤드, 실린더 라이너, 피스톤, 프론트엔드박스, 크랭크케이스 등을 자체 개발했고, 현재 피엘스틱(Pielstick), 바르질라(Wartsila), EMD(Electro-Motive Diesel) 등 전세계 주요 엔진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삼영기계는 지속 성장을 위해 시장 흐름에 맞춰 제품 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제품 개발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듀얼퓨얼 엔진부품과 비틀림 진동댐퍼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한 수 십 년 주조 노하우를 통해 고효율 재질의 ‘GT메탈’도 자체 개발했다.


그중 비틀림 진동댐퍼는 크랭크 축에 발생하는 비틀림 진동을 감쇠시켜, 진동에 의한 크랭크 축의 손상을 방지한다. ‘GT메탈’ 기반의 GT메탈 실린더라이너는 일반 제품 대비 2~3배 뛰어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삼영기계는 미래 산업을 대비하기 위해 3D프린팅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제조업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이어지면서 이에 최적화된 3D프린팅을 부품 제작 서비스에 적용한 것이다. 이 외에도 실내외 동시환경 집진 설비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신사업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8) 알피에스(RPS)


▲알피에스의 드릴링 스핀들


알피에스는 에어베어링 스핀들, 볼베어링 스핀들, 다공질세라믹 진공척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 기업은 초정밀 가공용 스핀들 국산화를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 일본, 미국, 독일 등 기계 가공 분야 선진국의 독차지였는데, 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에어베어링 스핀들은 공기정압 베어링을 사용하는 스핀들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압축공기로 축을 부상·회전함으로써 기존 ‘볼베어링 스핀들’ 대비 마찰열과 진동을 감소시켜 초고속회전이 가능한 제품이다. 이 스핀들은 PCB, 반도체 칩 가공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3D 커버 글라스, 스마트폰 케이스, 카메라모듈 등을 연마할 때도 사용한다. 알피에스는 이 같은 폭넓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알피에스의 고주파 볼베어링 스핀들도 기술력을 인정 받은 제품으로, 모바일 디스플레이 엣지 연마에 주로 사용되며, 기존 볼베어링보다 회정 정밀도, 진동, 내구성 등이 우수하다.


알피에스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에서 앞서 소개된 대성하이텍, 삼영기계와 함께 55개 강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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